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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태백 잣나무_생명의숲 고목나무 이야기 #18 주소복사

고목나무*는 아득한 옛날부터 제사를 올리던 당산나무로서, 뙤약볕 여름농사에 지친 농민들의 안식처로서, 수백 년에서 때로는 천년을 넘겨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통계가 없지만 우리나라 전체 고목나무는 3~4만 그루 정도 됩니다. 이중 나라의 보호를 받는 고목나무는 보호수* 1만4천여 그루, 시·도기념물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문화재 약 3백 여 그루 정도에 불과합니다. 보호수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관리와 보호가 맡겨져 있지만 지자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실태는 천차만별입니다. 결국 문화재로 지정된 극소수의 고목나무들을 제외하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고목나무들을 찾아 지금의 실태를 파악하고 고목나무 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박상진 교수님이 200년 전의 시간을 거슬러 들려주는 강원 태백 잣나무 이야기, 함께 들어 보실까요?







이제 날씨가 많이 추워졌구나. 태백은 겨울이라는 계절과 가장 잘 어울리는 지역이라 생각한단다. 아무래도 눈꽃 산행도 많이 가는 곳이고, 눈이 오면 참 멋진 곳이지! 오늘 만나는 나무가 바로 이 태백 소도동의 혈리 마을에 있는 잣나무란다.


잣나무는 소나무와 함께 사시사철 변함이 없는 나무지. 소나무와 잣나무를 아울러 송백(松柏)이라 부르는 것을 많이 들어봤을 텐데.. 선비의 지조를 나타내는 나무지. 그래서 예부터 선비들이 매우 아끼고 사랑한 나무란다. 잣나무는 곧게 자라고 나무질이 좋아서 판자, 관재, 건축재까지 다양하게 쓰였지.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수다라장*의 기둥 중 다수가 잣나무로 만들어졌고, 대장경판의 마구리*도 잣나무가 쓰였다 하니, 오래전부터 잣나무의 쓰임새가 대단했던 것 같구나.




 잣나무는 추운 곳에서 잘 자라며 영하 수십도로 떨어지는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강인한 나무지. 그래서 태백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나무이기도 한데, 특히 이 소도동의 잣나무가 특별한 건 1m 정도 떨어진 두 그루의 잣나무가  3m 높이에서 가지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이런 나무를 우린 연리지*라고 부르지. 2001년 경북 청도 운문면에서 처음 소나무 연리지가 알려졌는데, 주로 소나무에서 연리지가 많이 발견된단다. 물론 동백나무, 단풍나무, 참나무 등이 알려져 있지만 나이가 어리거나 불완전 연리지인 경우도 많지. 잣나무 연리지는 이 나무가 처음이었어. 거기다가 다른 연리지 나무에 비해 굵고 나이도 많지. 멀리서 보면 영문자 H자처럼 보이니 보는 사람마다 신기해 할 수 밖에 없어. 사실 4m 높이에도 가지 하나가 더 연결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아쉽게도 말라 죽은 상태란다.




 연리지는 매우 드물게 생기는 자연 현상이라 예부터 상서로운 일로 받아들였지. 그러다 보니 이 소도동 혈리 마을의 잣나무도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단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예부터 부부의 화목 및 소원을 이루는 곳이었는데, 특히 청춘남녀가 나무를 껴안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하고, 남녀가 오른쪽으로 돌면 아들을 낳고 왼쪽으로 돌면 딸을 낳는다는 하지. 역시 연리지를 사랑나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는 거 같구나.  




 그리고 이 나무의 몸통이 붙었을 때, 조선 국왕 고종이 대한제국의 황제가 되었다 하고 위쪽 가지가 붙었을 때 일제로부터 해방이 되었는데 남북 분단 이후 위쪽 가지가 말라 죽었다고 전해지고 있더구나. 전해져 내려오는 말이니 사실 유무는 알 수 없다만 그만큼 연리지가 희귀한 나무이고 예부터 귀하게 여겼기 때문에 많은 의미를 담고 싶었던 거 같구나. 

하지만 역사서에 등장할 만큼 희귀한 연리지의 대표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이 잣나무는 지방문화재로도 지정되어 있지 않아서 이 할아버지는 안타깝구나. 아무래도 관리등급이 지정되어야 가치 있는 나무가 오래 보전될 수 있을텐데 말이다.




나무 할아버지와 함께 만난 강원 태백 잣나무

  • 고목나무 : 잣나무 (Pinus koraiensis Sieb. et Zucc)

  • 그      루 : 1그루

  • 추정나이 : 200년

  • 관리등급 : 미지정

  • 관리번호 : 없음

  • 지  정  일 : 미지정

  • 소  재  지 : 강원도 태백시 소도동 산33-1 혈리 마을


*고목나무 : 주로 키가 큰 나무로, 여러 해 자라 더 크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나무를 말하고 있습니다. 노거수(巨樹에 老를 붙여서 쓰는 말)라는 말보다 고목(古木)나무로 정감있는 표현을 씁니다. 

*보호수 : 유전자, 종, 생태계 등의 보전 및 관리를 위해 나무를 보호하는 제도 또는 그에 따라 지정된 나무를 말한다. 

*수다라장 : 대장경이나 그것을 나무에 새긴 판목을 보관해 두는, 절에 있는 곳집.

*마구리 : 길쭉한 토막, 상자, 구덩이 따위의 양쪽 머리 면.

*연리지 : 가까이 있는 두 나무의 줄기나 가지가 맞닿아 서로 접목이 되어 버리는 현상을 ‘연리’라 한다. 특히 가지가 이어진 것을 연리지라고 함. 서로 다른 나무의 가지와 가지는 맞닿을 기회가 적을 뿐 아니라 맞닿아도 세포결합이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희귀한 자연 현상.

 

나무 할아버지 박상진 교수님은? 

1963년 서울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학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림과학원, 전남대 및 경북대 교수를 거쳐 2006년 정년퇴임했으며 현재 경북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목재공학회장,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을 역임했다. 2002년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2014년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포상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오랫동안 궁궐을 비롯한 역사 문화 유적지에 자라는 고목나무 및 천연기념물 나무 조사와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 관재, 고선박재, 고건축재 등 목조문화재의 재질 연구도 함께 해왔다. 지금은 우리 선조들이 나무와 어떻게 더불어 살아왔는지를 찾아내어 글을 쓰고 강연과 답사를 통하여 이를 소개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궁궐의 우리나무≫(눌와, 2014), ≪나무탐독≫(샘터, 2015), ≪문화와 역사로 만나는 우리나무의 세계Ⅰ,Ⅱ≫(김영사, 2011)≪우리 문화재 나무답사기≫(왕의서재, 2009), ≪나무에 새겨진 팔만대장경의 비밀≫(김영사, 2007),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김영사, 2004), ≪나무, 살아서 천년을 말하다≫(중앙랜덤하우스, 2004) 등이 있다.


생명의숲 회원이자 고문으로 나무와 숲의 귀함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궁궐과 왕릉의 나무이야기> <숲기행> <궁궐의 오래된 나무 만나기> 등을 함께 하고 있으며,  2021년 시민 모두가 쉽게 우리가 지켜야할 나무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박상진 교수의 나무세상 페이지를 생명의숲에 기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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