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나무는 아득한 옛날부터 제사를 올리던 당산나무로서, 뙤약볕 여름농사에 지친 농민들의 안식처로서, 수백 년에서 때로는 천년을 넘겨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통계가 없지만 우리나라 전체 고목나무는 3~4만 그루 정도 됩니다. 이중 나라의 보호를 받는 고목나무는 보호수 1만4천여 그루, 시·도기념물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문화재 약 3백 여 그루 정도에 불과합니다. 보호수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관리와 보호가 맡겨져 있지만 지자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실태는 천차만별입니다. 결국 문화재로 지정된 극소수의 고목나무들을 제외하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고목나무들을 찾아 지금의 실태를 파악하고 고목나무 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박상진 교수님이 540년 전의 시간을 거슬러 들려주는 경북 상주 감나무 이야기, 함께 들어 보실까요?
감꽃이 피는 6월이 왔구나.
돌담으로 둘러쳐진 사립문, 마당 구석의 감나무 한 두 그루, 나지막한 초가집이 옛 우리 농촌의 정겨운 풍경이지.
조금 따뜻한 지방에 자라는 감나무는 벌써 3~4천년 청동기시대 유적에서도 흔히 나올 정도이니 감나무는 무척이나 오래 우리와 함께 살아온 나무라고 할 수 있단다.
오늘은 아주 오래된 감나무 한그루를 소개할까 해.
경북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 송골마을에는 '하늘 아래 첫 감나무'라는 이름의 감나무가 한그루 서 있단다.
이 감나무는 높이 8.5m에 가슴높이에서 전체 둘레 2.9m 가량으로 아주 큰 고목은 아니지만, 나이는 무려 540년이나 되었지.
감나무는 과일을 먹는 유실수이기도 하고, 목재 자체로도 쓰임이 많아 주변에 흔히 심었어도 오랫동안 살아있는 고목 감나무는 흔치 않단다. 그래서 고목의 감나무는 더욱 특별한 셈이야.
더욱이 놀라운 건 이 540년 묵은 감나무에서 해마다 약 3,000개의 감(둥시)이 주렁주렁 열린다는 점이란다. 보호수이자 마을에 소득을 가져다주는 정정한 현역 유실수인 셈이지!
이 감나무는 ‘하늘아래 첫 감나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왜인지 알겠니?
이 나무가 지금까지 밝혀진 나무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접목’ 유실수이기 때문이란다. 야생 감나무라 할 수 있는 고욤나무에 감나무를 접붙인 것인데, 과거 조상들의 농업 기술을 엿볼 수 있는 사료인 셈이지. 이 결과로 우리나라 최고령 접목나무가 대구의 8~90년생 사과나무에서 소은리 감나무로 바뀌게 되었다고 해. 가히 곶감의 대표적인 산지인 상주의 명물이라 하겠구나.
감나무는 사람의 발소리를 들으며 크고, 감도 사람의 발소리를 들으며 맛이 든다는 옛말이 있지.
그만큼 감나무는 사람과 가까이에서 사는 나무인데, 이 나무 역시 정성스레 가꾸고 돌보는 소유주가 있어 현재까지도 유실수로서 톡톡히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싶구나.
2005년 상주시의 보호수로 지정되기도 했는데, 앞으로도 나무를 가꾸고 돌보는 사람들과 함께 오래도록 상주의 명물로 자리하기를 바라본단다.
- 고목나무 : 감나무 (Diospyros kaki)
- 그 루 : 1그루
- 추정나이 : 540년(2010년 국립산림과학원 감식 기준 530년생), 우리나라 최고령 접목 유실수
- 관리등급 : 경상북도 상주시 보호수
- 관리번호 : 제05-08-02호
- 지정일자 : 2005년 3월 14일 지정
- 소 재 지 : 경북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 379-1 (송골마을)
* 고목나무 : 주로 키가 큰 나무로, 여러 해 자라 더 크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나무를 말하고 있습니다. 노거수(巨樹에 老를 붙여서 쓰는 말)라는 말보다 고목(古木)나무로 정감있는 표현을 씁니다.
* 보호수 : 유전자, 종, 생태계 등의 보전 및 관리를 위해 나무를 보호하는 제도 또는 그에 따라 지정된 나무를 말합니다.
나무 할아버지 박상진 교수님은? 1963년 서울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학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림과학원, 전남대 및 경북대 교수를 거쳐 2006년 정년 퇴임했으며 현재 경북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 목재공학 회장,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을 역임했다. 2002년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2014년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포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오랫동안 궁궐을 비롯한 역사 문화 유적지에 자라는 고목나무 및 천연기념물 나무 조사와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 관재, 고선박재, 고건축재 등 목조문화재의 재질 연구도 함께 해왔다. 지금은 우리 선조들이 나무와 어떻게 더불어 살아왔는지를 찾아내어 글을 쓰고 강연과 답사를 통하여 이를 소개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궁궐의 우리나무≫(눌와, 2014), ≪나무탐독≫(샘터, 2015), ≪문화와 역사로 만나는 우리나무의 세계Ⅰ,Ⅱ≫(김영사, 2011), ≪우리 문화재 나무답사기≫(왕의서재, 2009), ≪나무에 새겨진 팔만대장경의 비밀≫(김영사, 2007),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김영사, 2004), ≪나무, 살아서 천년을 말하다≫(중앙랜덤하우스, 2004) 등이 있다. 생명의숲 회원이자 고문으로 나무와 숲의 귀함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궁궐과 왕릉의 나무이야기>, <숲기행>, <궁궐의 오래된 나무 만나기> 등을 함께 하고 있으며, 2021년 시민 모두가 쉽게 우리가 지켜야 할 나무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박상진 교수의 나무세상 페이지를 생명의숲에 기부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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