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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정선 느릅나무_생명의숲 고목나무 이야기 #1 주소복사

고목나무는 아득한 옛날부터 제사를 올리던 당산나무로서, 뙤약볕 여름농사에 지친 농민들의 안식처로서, 수백 년에서 때로는 천년을 넘겨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통계가 없지만 우리나라 전체 고목나무는 3~4만 그루 정도 됩니다. 이중 나라의 보호를 받는 고목나무는 보호수 1만4천여 그루, 시·도기념물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문화재 약 3백 여 그루 정도에 불과합니다. 보호수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관리와 보호가 맡겨져 있지만 지자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실태는 천차만별입니다. 결국 문화재로 지정된 극소수의 고목나무들을 제외하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고목나무들을 찾아 지금의 실태를 파악하고 고목나무 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박상진 교수님이 770년 전의 시간을 거슬러 들려주는강원 정선 느릅나무 이야기, 함께 들어 보실까요?





오늘 소개할 나무는 정선의 마을보호수인 느릅나무 3그루란다. 1982년 11월 13일에 보호수*로 지정 되었을 때 730년의 수령이었지.

3그루가 어림 500년에서 700년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으니, 다 합치면 족히 이천 년이 되겠구나. 나이도 많거니와 두 번째와 세 번째 느릅나무는 키가 20미터에 둘레나 4미터를 훨씬 넘는 한국의 최고 나무로구나. 



느릅나무는 예부터 주변에 흔히 자라는 나무로써 삼국사기 온달 조에 구황식물로 처음 등장하는 나무였지. 조선 명종 때 간행된 구황촬요*란 책에도 흉년에 대비해 백성들이 평소에 갖추어 둘 물건으로 솔 껍질과 함께 느릅나무 껍질이 들어 있단다. 느릅나무 껍질은 나라에서도 권장하는 흉년 대비 비상식량이었지.

껍질은 구황의 목적 이외에도 약재로도 널리 쓰였고, 뿌리 안 껍질을 벗겨 햇볕에 말린 것을 유근피(楡根皮)라고 하는데, 동의보감에는 “대소변을 잘 통하게 하고 위장의 열을 없애며 부은 것을 가라앉히고 불면증을 낫게 한다”라고 했단다.




사실 느릅나무는 이렇게 껍질의 쓰임새도 넓지만 예부터 나무줄기를 이용한 건축재로 유명하지. 신라 때는 산유목(山楡木)이란 이름으로 적어도 벼슬이 4두품 이상의 고관이 아니면 아예 집 짓기를 금지할 정도로 좋은 나무의 대표였어. 경주 남천에 걸쳐진 느릅나무다리(楡橋)는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일화가 서려 있지. 이처럼 느릅나무는 우리 선조들과 가까이 있던 역사 속의 우리 나무란다. 



가난한 백성에게는 껍질을 벗겨 배고픔을 달래주고 때로는 몸의 아픔을 고쳐주는 은혜를 베풀었지. 지체 높은 귀족들에게는 몸뚱이 전체를 보시하는 우리 산하의 친근한 나무지. 북으로는 압록강에서 남으로는 제주도에 이르는 국토의 어디에서나 자라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정겨운 나무이지.


우리나라의 느릅나무 중 가장 규모가 크고 3그루가 함께 자라는 귀중한 유산으로 1982년에 보호수로 지정된지도, 40년이나 지났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이 느릅나무들은 그대로 보호수로 있구나.


이제는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을 검토하여 볼만하겠구나. 




나무 할아버지와 함께 만난 강원 정선 느릅나무

  • 고목나무 : 느릅나무 (Ulmus davidiana Planch. ex DC. var Japonica (Rehder) Nakai)
  • 그       루 : 3그루
  • 추정나이 : 약 770년
  • 관리등급 : 강원도 기념물 지정 
  • 관리번호 : 강원-정선-3, 5, 6
  • 지정일자 : 1982년 11월 13일 지정
  • 소  재  지 : 강원도 정선군 남면 유평2리 보호수마을

* 고목나무 : 주로 키가 큰 나무로, 여러 해 자라 더 크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나무를 말하고 있습니다. 노거수( 巨樹에 老를 붙여서 쓰는 말)라는 말보다 고목(古木)나무로 전통적으로 쓰여지는 정감있는 표현을 씁니다.

* 보호수 : 유전자, 종, 생태계 등의 보전 및 관리를 위해 나무를 보호하는 제도 또는 그에 따라 지정된 나무를 말합니다. * 구황촬요 : 1554년 영양실조로 중태에 빠진 사람들의 구급법·대용식물의 조제법 등 흉년에 대비하는 내용으로 편찬된 종합서를 말합니다. | 서지적 사항 1권 1책. 목판본. 편찬/발간 경위 명종 때에 영호남에 기근이 극심하였다.


나무 할아버지 박상진 교수님은? 


1963년 서울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학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림과학원, 전남대 및 경북대 교수를 거쳐 2006년 정년 퇴임했으며 현재 경북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 목재공학 회장,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을 역임했다. 2002년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2014년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포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오랫동안 궁궐을 비롯한 역사 문화 유적지에 자라는 고목나무 및 천연기념물 나무 조사와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 관재, 고선박재, 고건축재 등 목조문화재의 재질 연구도 함께 해왔다. 지금은 우리 선조들이 나무와 어떻게 더불어 살아왔는지를 찾아내어 글을 쓰고 강연과 답사를 통하여 이를 소개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궁궐의 우리나무≫(눌와, 2014), ≪나무탐독≫(샘터, 2015), ≪문화와 역사로 만나는 우리나무의 세계Ⅰ,Ⅱ≫(김영사, 2011), ≪우리 문화재 나무답사기≫(왕의서재, 2009), ≪나무에 새겨진 팔만대장경의 비밀≫(김영사, 2007),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김영사, 2004), ≪나무, 살아서 천년을 말하다≫(중앙랜덤하우스, 2004) 등이 있다.


생명의숲 회원이자 고문으로 나무와 숲의 귀함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궁궐과 왕릉의 나무이야기>, <숲기행>, <궁궐의 오래된 나무 만나기> 등을 함께 하고 있으며,  2021년 시민 모두가 쉽게 우리가 지켜야 할 나무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박상진 교수의 나무세상 페이지를 생명의숲에 기부하였다.


우리 주변의 보호수와 이름 없는 고목나무를 위해 행동하는 생명의숲과 함께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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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2022.05.26

처음 소개된 고목나무가 저희 동네 이야기네요! 반가워요.
마을엔 느릅나무 3그루 굴참나무 1그루, 총 4그루의 보호수가 있어요. 그래서 마을을 보호수 마을이라고 불러요.
제가 어린시절에 이 마을에서 유지테, 이영애가 나온 영화를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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