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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무와 사람을 이어주는 박상진 교수님 주소복사


생명의숲은 올해 회원님께 박상진 교수님과 함께하는 4대 궁궐 투어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프로그램은 매회 오픈한지 8시간도 되지 않아 마감되었다. 교수님의 책은 숲을 공부하거나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라면 한 권 정도는 소지하거나 읽어본적이 있을 정도의 나무에 관해서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내경우 교수님 책을 처음 만난건 우연히 읽게 된 2005년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라는 책이다. ‘나무, 목재를 문화와 역사로 참 흥미롭게 풀어내는 책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박상진 교수님은 훤칠한 키에 한때는 꽃미남으로 뭇 여성의 인기를 독차지 했을 법한 멋쟁이 노신사이시다. 알고 보니 우리 생명의숲 활동가들의 인기남 마상규 대표님과 서울대학교 동기동창이시란다. 푸르른 청년으로 만나 머리가 하얗게 된 50년 지기 두 분이 주고 받는 농담이 각별한 사이임을 짐작해 한다. 외양으로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분이시지만 그 연세에 쉽지 않은, 주변사람들에게 주는 편안한 웃음과 인기를 지니셨다는 점이 두 분이 절친일 수 밖에 없는 공통점임을 알게 해준다.



교수님께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렸더니 단출한 대답이 돌아왔다.

“경북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다 지금은 사람들에게 나무·사람·역사·문화의 만남을 연결 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지닌 지식, 전공 등을 알려주는 기쁨을 누리고 있지요. ”


박상진 교수님은 임학과를 졸업하고 목재조직학을 전공하여 오랫동안 나무 문화재 관련 연구를 해오셨다.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공주 무령왕릉 관재 및 고선박재, 고건축재 등의 재질을 규명하기도 하셨다. 목재조직학을 전공하신 분이 나무와 얽힌 문화, 역사 그리고 수목의 생리까지 두루 다룬 내용의 책을 쓰셨는데 처음 책을 쓰시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수목학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학생들에게는 수목학이 어렵다기 보다 좀 지루한 과목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좀 더 재미있고 친근하게 학생들에게 수목학을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역사, 고서, 문학 작품, 전설 등에 다양한 나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수목학을 그러한 다양한 인문학 이야기와 연계하여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90년대 초 그때부터 수업자료로 쓰고 만들었던 자료들을 개인 홈페이지에 올렸고, 그 글들을 보고 영남일보에서 제안을 하여 1998년부터 2000년 까지 2년간 나무이야기를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꽤 인기가 많았는데(웃음) 그게 계기가 되어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궁궐의 우리나무>를 비롯하여 교수님은 인기 있는 책들이 많다. 2011년 김영사를 통해 발간한 <문화와 역사로 만나는 우리나무의 세계 Ⅰ, Ⅱ>, 천연기념물을 다룬 <우리 문화재 나무 답사기 2009>, 어린이들을 위한 나무학습도서 <오자마자 가래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등이 있다. 그들 중에 글을 쓰시면서 가장 애착을 느끼시거나 가장 많이 고생을 한 작품은 무엇인지 여쭤봤다.



“<궁궐의 우리 나무>입니다. 2001년 작은 출판사였던 ‘눌와’의 사장님이 제안을 하셨습니다. 사실 지방에서 서울을 가끔 놀러오거나 출장을 오는 사람들은 주로 4대문 안 주요 지점에 있는 4대 궁궐을 답사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궁궐의 나무를 소재로 글을 써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성과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시간은 오래 걸렸는데 그만큼 완성된 책을 낼 수 있다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교수님은 공학도이신데 책의 내용들은 딱딱하지 않고, 말랑말랑, 재미가 있고 쉽게 읽혀져요, 교수님만의 글쓰기 비결, 비법이 있으신가요?”


“타고난 소질이 있어서죠. 하하하. 사실 전 고등학교 때 국문과를 진학하고 싶었습니다. 단편소설도 몇 편 써보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신통치는 않았겠죠? (웃음), 아버지의 반대로 꿈을 접었었습니다. 대학에 들어와서 대학신문에 기고도 해보았으나 별 반응은 없었습니다. 나중에 학생들을 가르치며 준비한 자료를 정리하다 못이룬 꿈을 이루게 된 건가요. 글쓰기는 특별한 비법이라기 보다 타고난 소질과 함께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써보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스마트폰이 나온 뒤로 굉장히 생활이 편해졌지요. 저도 스마트폰 팬입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쓰면서 젊은 친구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거의 볼 수 가 없어요.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그만큼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전공서적 - 목적서적 말고 다방면의 교양서적을 말이죠."



“교수님 많은 분들에게 이 질문을 받을거 같아요. 나무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쓰고 강의를 하시는데, 교수님은 가장 좋아하시는 또는 가장 닮고 싶은 나무는 무엇이죠?”


“느티나무입니다. 꽃은 모감주나무 꽃이에요. 뜨거운 한여름에 황금빛 빛깔로 화려하게 피는 꽃,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고귀한 우아함과 품격을 갖춘 꽃이지요. 제가 좋아하는 여인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하...느티나무는 혼자있을 때는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서 주위에 넓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여럿이 모인 숲에서는 쓸모있는 목재로 자라서 아름다운 무늬를 지닌 가구 목재로, 튼튼하고 잘 썩지않는 기둥의 목재로 쓰임을 갖게 되죠. 그러한 느티나무를 닮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인터뷰 후에 모감주나무 꽃을 사진으로 찾아 보았다. 느티나무에 대한 설명은 교수님께 강의 때 익히 들어 알고 있던 터였지만 모감주나무의 꽃은 말씀을 듣고 어떻게 확인 해보지 않을 수 있으랴. 물론 사진으로는 그 표현만큼의 자태를 확인하기는 어려웠지만, 분명한건 모감주나무의 꽃은 단순하게 ‘아름답다’라는 설명으로는 부족해 보였다.



교수님과의 즐거웠던 인터뷰를 마치며 생명의숲의 회원으로서. 시민으로서, 전문가로서 바라는 점, 바라는 활동을 제안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우리나라 고목나무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4만~5만 그루고목이 있고 그중 14,000그루만이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 되고 있습니다. 그 고목들은 그냥 나무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 문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살아있는 문화재입니다. 현재 산림청과 문화재청에서 관리를 하고 있으나 많이 미흡한 상황입니다. 또한 잘 몰라서 지나친 인위적인 보호나 외과수숲, 복토 등으로 부적절한 관리를 하기도 합니다. 생명의숲이 노거수에 대한 보호와 함께 가치를 알리고 올바른 관리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생명의숲에 대한 당부까지도 나무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으셨다. 살아오시면서 어느 때가 가장 행복하시냐는 질문에 가르친 학생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잘되어 자신의 꿈을 성취하는 모습을 볼 때 라고 말씀하신 교수님, 처음 글을 쓰게 된 것도 제자들의 학업에 대한 관심을 북돋기 위해 강의 준비를 하면서 라고 하신 교수님. 천상 교육자로서 소명을 지닌 분이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의 꿈을 묻는 질문에도 이 나이에 무슨 큰 꿈이 있겠냐 만은 체력이 다할 때까지 힘이 허락하는 대로 나무와 사람을 연결해주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고 하셨다. 정말 멋진 나무 선생님이시다.


interviewer. 김태영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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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숙 2014.12.24

4대궁궐투어를 함께하지 못함을 아직도 아쉬움으로 남는 프로그램으로 기억된다.
나눔으로 제2의 고운인생의 삶으로 꾸리시는 박상진선생님이 존경스럽다.
늘 건강하셔서 많은 가르침을 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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