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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 참죽나무 이야기_생명의숲 고목나무 이야기 #13 주소복사


고목나무*는 아득한 옛날부터 제사를 올리던 당산나무로서, 뙤약볕 여름농사에 지친 농민들의 안식처로서, 수백 년에서 때로는 천년을 넘겨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통계가 없지만 우리나라 전체 고목나무는 3~4만 그루 정도 됩니다. 이중 나라의 보호를 받는 고목나무는 보호수* 1만4천여 그루, 시·도기념물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문화재 약 3백 여 그루 정도에 불과합니다. 보호수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관리와 보호가 맡겨져 있지만 지자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실태는 천차만별입니다. 결국 문화재로 지정된 극소수의 고목나무들을 제외하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고목나무들을 찾아 지금의 실태를 파악하고 고목나무 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박상진 교수님이 350여년 전의 시간을 거슬러 들려주는 전북 전주의 참죽나무 이야기, 함께 들어보실까요?





오늘은 조선시대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 전북 전주의 고목나무를 만나러 가보자꾸나. 전주로 여행을 갔을 때, 빠짐없이 방문하는 유적이 있다면 바로 ‘경기전'일테야. 사적 제339호 경기전(慶基殿)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인 ‘조선태조어진'(국보 제317호)을 모신 곳이지. 태조 이성계하면 떠오르는 그 이미지 말이야.


경기전과 같은 구내의 뒤편에는 태조의 21대조이며 전주이씨의 시조인 신라 사공공(司空公) 이한(李翰) 부부의 위패를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는 조선 왕실의 시조 사당인 조경묘(肇慶廟)가 있단다.  당초의 경기전 건물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고, 지금의 건물은 광해 6년(1614)에 중건한 것이고, 조경묘는 영조 47년(1771)에 세웠어. 이 조경묘 일대는 일제강점기에 많은 건물이 없어져 버리고 근래에 들어서야 새로 담장을 치고 제대로 보호되고 있지. 조경묘를 둘러싼 담장 넘어서, 오늘의 주인공 고목나무인 참죽나무가 자리잡고 있단다.


참죽나무는 도로와 담장 사이의 폭 4m남짓한 좁은 공간에 살아가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조경묘 담장 안으로 뿌리가 뻗을 수 있어서 나무가 살아갈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단다.

나무 모양을 보면, 약 4.5m 높이에서 오래전에 줄기가 부러져 버리고 위로 뻗은 굵은 가지 하나가 주간*(主幹)이 되어 있어. 그런탓에 나무의 위 부분은 약 15°정도 북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모양이고, 고목으로서는 수관*이 아주 빈약하긴 하지. 부러진 줄기는 바람에 의하여 분질러진 것으로 보이고, 줄기의 곳곳에 크고 작은 생채기도 보여. 공동*은 대부분 충전*되어 있고, 줄기의 남쪽은 아래 폭 80cm, 위 폭 50cm의 길이 4.5m로 줄기의 약 1/4이 충전처리 되어 있구나. 줄기 서남쪽 아래 부분과 높이 약 8m쯤에도 넓게 충전처리가 되어 있고 말이다.




참죽나무의 양쪽으로 보면, 키가 비슷한 은행나무 두 그루가 동서로 10여m 간격을 두고 자라면서 수관이 거의 맞닿아 있고, 조경묘 안의 느티나무들과도 수관이 맞닿아 있단다.


 

특별히 이 나무에 얽힌 전설은 없으나 대체로 영조가 조경묘를 세울 당시인 1771년경부터 나무가 자란 것으로 보이는구나. 새로 담장을 치면서 토지 소유권 문제 등으로 참죽나무는 조경묘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에 자라게 된 것으로 짐작된단다.


참죽나무는 절에 심어서 스님들이 잎을 먹기도 하지. 본래 ‘진짜 중나무(진승목 眞僧木)’란 뜻으로 ‘참중나무'라고 부르던 것이 변한 이름이란다. 참죽나무의 잎 모양과 아주 유사한 나무로 가죽나무가 있는데, 실제로는 참죽나무와 가죽나무는 식물학적으로 과(科)가 다를 만큼 먼 사이란다. 또, 참죽나무는 스님들이 그 잎을 먹을 수 있지만, 가죽나무 잎은 가장자리에서 역한 냄새가 나므로 먹을 수 없지. 그래서 ‘가짜 중나무'란 뜻의 ‘가중나무'에서 가죽나무가 되었단다. 이 두 나무를 구분할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은 잎 가장자리를 보면 되는데, 참죽나무는 가장자리 전체에 톱니가 있지만 가죽나무는 가장자리 아래에 2~3개의 큰 톱니가 있어. 



마치 꽃처럼 생긴 참죽나무의 열매


참죽나무는 고목으로 남아있는 나무가 매우 드물단다. 남부지방에서는 새 잎을 식용하고 나무는 재질이 좋아 고급가구로 활용된 나무이므로 웬만큼 자라면 베어서 이용한 탓이지. 지금 이 나무는 여러 곳에 충전처리가 되어 있고 줄기의 상부가 분질러져 있어서 나무의 상태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란다.

그럼에도 참죽나무 고목이 드물며, 경기전과 조경묘로 이어지는 우리의 역사 유적지에 자라는 나무로서 의미가 있으므로 국가문화재로의 지정을 검토해볼만 하구나.




나무 할아버지와 함께 만난 전북 전주 참죽나무 


  • 고목나무 : 참죽나무(Melia azedarach var. japonica Makino (영) Chinaberry, Japanese Bead Tree (일) センダン (漢) 楝, 苦楝木)

  • 추정나이 : 350년

  • 관리등급 : 보호수

  • 관리번호 :  9-1-1

  • 지정일자 : 1982년 9월 20일 

  • 소 재 지  :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3가 91-3번지


*고목나무 : 주로 키가 큰 나무로, 여러 해 자라 더 크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나무를 말하고 있습니다. 노거수( 巨樹에 老를 붙여서 쓰는 말)라는 말보다 고목(古木)나무로 전통적으로 쓰여지는 정감있는 표현을 씁니다. 

*보호수 : 유전자, 종, 생태계 등의 보전 및 관리를 위해 나무를 보호하는 제도 또는 그에 따라 지정된 나무를 말합니다.

*주간 : 나무의 중심이 되는 기본 줄기

*수관 : 나무의 몸통 위에 나무 가지나 잎이 무성한 부분

*공동 : 나무줄기의 목질부 중심부에 있는 단단한 부분인 ‘심재부'가 썩어서 난 구멍

*충전처리 : 고목나무의 줄기 썩음은 그대로 두어도 생장에 문제가 없습니다만 미관 등의 이유로, 우레탄폼으로 메워 주는 작업을 많이 합니다. 근사하게 ‘나무 외과수술’이라고 합니다만 상처가 아물고 세포가 돋아나는 사람이나 동물의 외과수술과는 전혀 다릅니다. 따라서 정확한 이름은 ‘나무 충전(充塡)처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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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할아버지 박상진 교수님은? 


1963년 서울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학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림과학원, 전남대 및 경북대 교수를 거쳐 2006년 정년 퇴임했으며 현재 경북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 목재공학 회장,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을 역임했다. 2002년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2014년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포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오랫동안 궁궐을 비롯한 역사 문화 유적지에 자라는 고목나무 및 천연기념물 나무 조사와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 관재, 고선박재, 고건축재 등 목조문화재의 재질 연구도 함께 해왔다. 지금은 우리 선조들이 나무와 어떻게 더불어 살아왔는지를 찾아내어 글을 쓰고 강연과 답사를 통하여 이를 소개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궁궐의 우리나무≫(눌와, 2014), ≪나무탐독≫(샘터, 2015), ≪문화와 역사로 만나는 우리나무의 세계Ⅰ,Ⅱ≫(김영사, 2011), ≪우리 문화재 나무답사기≫(왕의서재, 2009), ≪나무에 새겨진 팔만대장경의 비밀≫(김영사, 2007),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김영사, 2004), ≪나무, 살아서 천년을 말하다≫(중앙랜덤하우스, 2004) 등이 있다.


생명의숲 회원이자 고문으로 나무와 숲의 귀함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궁궐과 왕릉의 나무이야기>, <숲기행>, <궁궐의 오래된 나무 만나기> 등을 함께 하고 있으며,  2021년 시민 모두가 쉽게 우리가 지켜야 할 나무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박상진 교수의 나무세상 페이지를 생명의숲에 기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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