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나무*는 아득한 옛날부터 제사를 올리던 당산나무로서, 뙤약볕 여름농사에 지친 농민들의 안식처로서, 수백 년에서 때로는 천년을 넘겨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통계가 없지만 우리나라 전체 고목나무는 3~4만 그루 정도 됩니다. 이중 나라의 보호를 받는 고목나무는 보호수* 1만4천여 그루, 시·도기념물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문화재 약 3백 여 그루 정도에 불과합니다. 보호수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관리와 보호가 맡겨져 있지만 지자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실태는 천차만별입니다. 결국 문화재로 지정된 극소수의 고목나무들을 제외하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고목나무들을 찾아 지금의 실태를 파악하고 고목나무 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박상진 교수님이 약 389년 전의 시간을 거슬러 들려주는 경북 청송 말채나무 이야기, 함께 들어 보실까요?
오늘은 경북 청송 개일리에 자리한 400살 가까이 되는 말채나무를 소개하려고 한단다.
어디보자 390년 전이면 1630년대니까… 그 무렵 조선은 인조가 통치하던 시기구나.
조선은 정묘호란(1627년)과 병자호란(1637년)이 발발하여 조선에 명나라가 했던 영향력을 청나라가 행사하기 시작하고, 명나라는 몰락해가던 그 무렵부터 청송 현동면 개일리 말채나무가 있었다고 하면… 오랜 시간 자라며 우리가 국사시간에 배운 사건들을 소문으로 듣기도 하고, 보았을 수도 있겠지. 허허.
400살 가까이 되는 이 말채나무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란다.
수고(나무의 높이)는 15m정도, 흉고둘레(가슴까지 높이에서 나무의 둘레)는 3.55m 정도니 어느정도 크기인지 상상이 되니? 허허. 크기를 짐작하기 어렵다면 함께 사진으로 보자꾸나.
청송 개일리 말채나무에 얽힌 특별한 전설은 없지만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로 지금까지 보전되어 왔을 거야. 지금도 크고 든든한 말채나무 옆엔 팔각정과 운동시설, 그네가 있어 마을 주민들의 쉼터이자 모임방이 되어주고 있단다.
말채나무 나무껍질은 진한 흑갈색이고 세로로 길쭉길쭉한 두꺼운 조각으로 깊게 그물모양으로 갈라져 있어서 숲속에서도 쉽게 찾아낼 수 있어. 경복궁에는 지금도 다른 어느 곳보다 말채나무가 많이 남아 있으니 가게되면 말채나무를 찾아보렴.
말채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줄까?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는 천년 묵은 요술 지네들이 한가위 보름달이 뜨면 몰려와서 곡식들을 모두 먹어 치워버렸지. 어느 해, 지나가던 한 젊은 무사가 이 이야기를 듣고 독한 술 7동이를 빚어서 마을 어귀에 가져다 놓으라고 했어. 보름달이 뜨자 예년처럼 지네들이 나타나 곡식을 먹기 전에 맛있는 술맛을 보더니 정신없이 마시고는 모두 잠들어 버렸어. 이때 무사가 나타나 술 취한 지네의 목을 모조리 베어 버리고, 가지고 다니던 말채를 땅에 꽂아 놓고 ‘말채가 여기 있는 한 다시는 지네의 습격이 없을 것이다’라고 했지. 이후 무사의 말대로 지네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어. 동네 사람들은 이 나무를 말채에서 자랐다하여 말채나무라 하였고, 지금도 말채나무 가까이에는 지네가 전혀 살지 않는다고 하니 참 신기하지?
또 말채나무란 이름은 봄에 한창 물이 오를 때, 가느다랗고 낭창낭창한 가지가 말채찍으로 안성맞춤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여진 거라고 알려져 있는데, 들어보았니?
전국 어디에서나 아름드리로 잘 자라는 낙엽수 큰 나무인데, 잎은 마주나기로 달리고 타원형이며 차츰 끝이 뾰족해지지. 잎 뒷면은 흰빛이 돌고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잎맥은 4~5쌍이야. 초여름에는 흰꽃이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많이 피지. 말채나무 열매는 둥글고 가을에는 까맣게 익으며 말랑말랑 과육으로 둘러싸인 속에 단단한 종자가 들어 있단다.
나무에는 참 이야기가 담겨 있지? 오랜 시간 함께 마을을 지켜온 청송 개일리 말채나무는 특별한 전설을 갖고 있지 않지만 선조들과 친숙했던 말채나무의 대표나무로서 국가 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전해야 할 가치가 있어보이는 구나.
나무 할아버지와 함께 만난 경북 청송 말채나무
- 고목나무 : 말채나무(Cornus walteri F.T.Wangerin )
- 그 루 : 1그루
- 추정나이 : 389년 (2020년기준수령)
- 관리등급 : 경상북도 보호수지정
- 관리번호 : 11-15-6
- 지 정 일 : 1981년 07월 3일
- 소 재 지 : 경상북도 청송군 현동면 개일리 859
*고목나무 : 주로 키가 큰 나무로, 여러 해 자라 더 크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나무를 말하고 있습니다. 노거수( 巨樹에 老를 붙여서 쓰는 말)라는 말보다 고목(古木)나무로 전통적으로 쓰여지는 정감있는 표현을 씁니다.
*보호수 : 유전자, 종, 생태계 등의 보전 및 관리를 위해 나무를 보호하는 제도 또는 그에 따라 지정된 나무를 말합니다.
나무 할아버지 박상진 교수님은? 1963년 서울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학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림과학원, 전남대 및 경북대 교수를 거쳐 2006년 정년 퇴임했으며 현재 경북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 목재공학 회장,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을 역임했다. 2002년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2014년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포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오랫동안 궁궐을 비롯한 역사 문화 유적지에 자라는 고목나무 및 천연기념물 나무 조사와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 관재, 고선박재, 고건축재 등 목조문화재의 재질 연구도 함께 해왔다. 지금은 우리 선조들이 나무와 어떻게 더불어 살아왔는지를 찾아내어 글을 쓰고 강연과 답사를 통하여 이를 소개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궁궐의 우리나무≫(눌와, 2014), ≪나무탐독≫(샘터, 2015), ≪문화와 역사로 만나는 우리나무의 세계Ⅰ,Ⅱ≫(김영사, 2011), ≪우리 문화재 나무답사기≫(왕의서재, 2009), ≪나무에 새겨진 팔만대장경의 비밀≫(김영사, 2007),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김영사, 2004), ≪나무, 살아서 천년을 말하다≫(중앙랜덤하우스, 2004) 등이 있다. 생명의숲 회원이자 고문으로 나무와 숲의 귀함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궁궐과 왕릉의 나무이야기>, <숲기행>, <궁궐의 오래된 나무 만나기> 등을 함께 하고 있으며, 2021년 시민 모두가 쉽게 우리가 지켜야 할 나무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박상진 교수의 나무세상 페이지를생명의숲에 기부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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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군 안덕면사무소 소재지에 있는 안덕파출소 정문에도
말채나무 한 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