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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정선 노간주나무_생명의숲 고목나무 이야기 #7 주소복사


고목나무는 아득한 옛날부터 제사를 올리던 당산나무로서, 뙤약볕 여름농사에 지친 농민들의 안식처로서, 수백 년에서 때로는 천년을 넘겨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통계가 없지만 우리나라 전체 고목나무는 3~4만 그루 정도 됩니다. 이중 나라의 보호를 받는 고목나무는 보호수 1만4천여 그루, 시·도기념물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문화재 약 3백 여 그루 정도에 불과합니다. 보호수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관리와 보호가 맡겨져 있지만 지자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실태는 천차만별입니다. 결국 문화재로 지정된 극소수의 고목나무들을 제외하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고목나무들을 찾아 지금의 실태를 파악하고 고목나무 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박상진 교수님이 360년 전의 시간을 거슬러 들려주는 강원 정선 노간주나무 이야기, 함께 들어 보실까요?



오늘은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의 360살 노간주나무를 소개하려고 한단다. 


노간주나무는 노가자(老柯子), 노송(老松), 두송(杜松)등 많은 한자 이름을 갖고 있지. 그만큼 우리 선조들과 가까이 있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겠지. 또 불에 살살 구우면 잘 구부러지고 질기기 때문에 송아지의 코뚜레나무로 쓰여서 그 옛날에는 백성들과 가까이 있었고, 향나무와 함께, 배나무 옆에 심지 않은 나무로도 널리 알려진 나무란다. 싹트는 힘이 강하고 잎이 뾰족해서, 초식동물들이 꺼려하고 종자는 새들이 잘 전파하도록 설계된 나무라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양지바른 곳이면 쉽게 만나는 늘 푸른 잎이 가늘고 바늘처럼 길고 뾰족한 나무란다.





그 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임계면 문래리 마을의 노간주나무는 키가 8.4m, 가슴높이 둘레 3.6m정도 되는 고목나무란다.

서쪽으로 30도쯤 기울어져 자라고 있고, 가지의 꼭대기에만 잎이 모여달기를 하여 독특한 모양을 보이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5개의 작고 둥그런 수관이 가지 끝에 만들어져 있는 모습이야.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노간주나무의 빗자루 모양 같은 모습과는 조금 다르지. 

이 노간주나무의 자람터는 정선 임계면 문래리 마을의 뒷산 중턱이란다. 전형적인 강원도 산골 경작지인 급경사의 비탈진 사과밭 둑에 자리를 잡고, 35번 국도와 마을을 굽어보듯 위치해있지. 




멀리서는 제법 멀쩡해보이기도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심하게 훼손되어 줄기에는 1m정도만 껍질이 붙어있고 나머지는 모두 충전처리*가 되어있어. 원인을 알 수는 없지만, 껍질 대부분이 없어져버린 상태이지.

그럼에도 줄기의 충전처리 모양을 보면 목질부가 전부 없어진 것은 아니고 상당부분 남아있는 것으로 짐작된단다.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수형이나 줄기의 대부분이 훼손된 탓에, 앞서 일러주었 듯 석회암 지대에서 흔히 만나는 이집트 뾰족탑 모양의 일반 노간주나무와는 형태가 다르지.






이 노간주나무는 예로부터 마을의 재난을 막아주는 수호신 역할을 해왔어. 그러한 믿음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 거란다. 


노간주나무 고유의 형태를 갖고 있지 않고, 줄기의 대부분이 충전처리가 되어 나무의 품위는 많이 훼손된 상태이지만, 선조들의 전통나무로서 잘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굵고 나이가 많은 유일한 노간주나무가 바로 이 곳 문래리마을의 나무란다.

적어도 지방문화재로는 지정하여 더욱 소중히 보호할 값어치가 충분히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나무 할아버지와 함께 만난 강원 정선 노간주나무

  • 고목나무 : 노간주나무 (Juniperus rigida Sieb. et Zucc..)
  • 그       루 : 1그루
  • 추정나이 : 약 360년
  • 관리등급 : 강원도 보호수 지정
  • 관리번호 : 11-14-9-9-1
  • 지정일자 : 1982년 11월 13일 지정
  • 소  재  지 :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문래리 500


*고목나무 : 주로 키가 큰 나무로, 여러 해 자라 더 크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나무를 말하고 있습니다. 노거수( 巨樹에 老를 붙여서 쓰는 말)라는 말보다 고목(古木)나무로 전통적으로 쓰여지는 정감있는 표현을 씁니다. 

*보호수 : 유전자, 종, 생태계 등의 보전 및 관리를 위해 나무를 보호하는 제도 또는 그에 따라 지정된 나무를 말합니다.

*충전처리 : 고목나무의 줄기 썩음은 그대로 두어도 생장에 문제가 없습니다만 미관 등의 이유로, 우레탄폼으로 메워 주는 작업을 많이 합니다. 근사하게 ‘나무 외과수술’이라고 합니다만 상처가 아물고 세포가 돋아나는 사람이나 동물의 외과수술과는 전혀 다릅니다. 따라서 정확한 이름은 ‘나무 충전(充塡)처리’입니다.



나무 할아버지 박상진 교수님은? 


1963년 서울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학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림과학원, 전남대 및 경북대 교수를 거쳐 2006년 정년 퇴임했으며 현재 경북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 목재공학 회장,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을 역임했다. 2002년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2014년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포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오랫동안 궁궐을 비롯한 역사 문화 유적지에 자라는 고목나무 및 천연기념물 나무 조사와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 관재, 고선박재, 고건축재 등 목조문화재의 재질 연구도 함께 해왔다. 지금은 우리 선조들이 나무와 어떻게 더불어 살아왔는지를 찾아내어 글을 쓰고 강연과 답사를 통하여 이를 소개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궁궐의 우리나무≫(눌와, 2014), ≪나무탐독≫(샘터, 2015), ≪문화와 역사로 만나는 우리나무의 세계Ⅰ,Ⅱ≫(김영사, 2011), ≪우리 문화재 나무답사기≫(왕의서재, 2009), ≪나무에 새겨진 팔만대장경의 비밀≫(김영사, 2007),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김영사, 2004), ≪나무, 살아서 천년을 말하다≫(중앙랜덤하우스, 2004) 등이 있다.


생명의숲 회원이자 고문으로 나무와 숲의 귀함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궁궐과 왕릉의 나무이야기>, <숲기행>, <궁궐의 오래된 나무 만나기> 등을 함께 하고 있으며,  2021년 시민 모두가 쉽게 우리가 지켜야 할 나무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박상진 교수의 나무세상 페이지를 생명의숲에 기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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