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나무*는 아득한 옛날부터 제사를 올리던 당산나무로서, 뙤약볕 여름농사에 지친 농민들의 안식처로서, 수백 년에서 때로는 천년을 넘겨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통계가 없지만 우리나라 전체 고목나무는 3~4만 그루 정도 됩니다. 이중 나라의 보호를 받는 고목나무는 보호수* 1만4천여 그루, 시·도기념물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문화재 약 3백 여 그루 정도에 불과합니다. 보호수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관리와 보호가 맡겨져 있지만 지자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실태는 천차만별입니다. 결국 문화재로 지정된 극소수의 고목나무들을 제외하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고목나무들을 찾아 지금의 실태를 파악하고 고목나무 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박상진 교수님이 약 350년 전의 시간을 거슬러 들려주는 경북 청송 비술나무 이야기, 함께 들어 보실까요?
오늘 만나 볼 비술나무는 말이다 원래 추운 지방의 나무란다. 멀리 만주지방에서 우리나라의 태백산맥을 타고 남으로 내려오면 가장 남쪽지방이 청송이지. 그곳에 터를 잡은 이 나무는 보는 방향에 따라 아름다운 수관*을 갖고 있구나. 홀로 자라고 있어서 더욱 나무가 돋보인단다.
비술나무가 자라고 있는 경북 청송군 청송읍 송생리는 약 350년 전 평해 황씨들이 처음 들어와 집성촌을 만들었던 곳으로 당시에 나무를 심었다고 하면 오랫동안 이 마을의 당산나무로서 잘 보존되어 온거지.
잎이 지는 넓은잎의 큰키나무로 이 나무는 느릅나무와 매우 닮아서 다른 이름은 개느릅나무로 느릅나무와 따로 구분하지 않고 이용하여 왔지. 옛사람들은 느릅나무와 같은 나무로 취급했단다. 우리는 비술나무라고 부르지만 중국 연변지방이나 함경도, 북한에서도 ‘비슬나무’라고 부르지. 우리나라에서 왜 비술나무가 되었는지는 알려진 자료가 없지만, 힘없이 비틀거리는 모습을 가리키는 ‘비슬거리다’라는 말이 있단다. 가지가 가늘어 비틀거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나무란다. 아마도 ‘비슬거리다’에서 ‘비슬’을 가져다 ‘비슬나무’라는 이름을 지었는데, 이 이름이 변하여 비술나무가 된 것으로 보이는구나.
오래된 비술나무를 찾아보기 쉽지 않단다.
청송의 비술나무는 비술나무 분포의 거의 남쪽 한계선에 자라면서 둘레가 세 아름이나 이르는 거목이지.
마을의 당산목으로 잘 보존되어 거의 훼손이 없고, 건강하여 식물학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보존할 값어지가 충분하단다. 우선은 지방 문화재로 지정하여 더욱 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구나.
비술나무를 직접 보고 싶다면, 서울 가까이 경복궁 자미당터와 자경전밖에 여러 그루의 비술나무를 볼 수 있지.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에는 수령 150년의 비술나무 3그루가 보호수란다. 요즘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니, 산책하며 비술나무를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싶구나.
나무 할아버지와 함께 만난 경북 청송 비술나무
- 고목나무 : 비술나무(Ulmus pumila L.)
- 그 루 : 1그루
- 추정나이 : 350년
- 관리등급 : 보호수
- 관리번호 : 99-7호
- 지 정 일 : 1999년 4월 7일 지정
- 소 재 지 : 경북 청송군 청송읍 송생리 146-5
*고목나무 : 주로 키가 큰 나무로, 여러 해 자라 더 크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나무를 말하고 있습니다. 노거수( 巨樹에 老를 붙여서 쓰는 말)라는 말보다 고목(古木)나무로 전통적으로 쓰여지는 정감있는 표현을 씁니다.
*보호수 : 유전자, 종, 생태계 등의 보전 및 관리를 위해 나무를 보호하는 제도 또는 그에 따라 지정된 나무를 말합니다.
*수관 : 나무의 몸통 위에 나무 가지나 잎이 무성한 부분을 말한다.
나무 할아버지 박상진 교수님은? 1963년 서울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학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림과학원, 전남대 및 경북대 교수를 거쳐 2006년 정년 퇴임했으며 현재 경북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 목재공학 회장,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을 역임했다. 2002년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2014년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포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오랫동안 궁궐을 비롯한 역사 문화 유적지에 자라는 고목나무 및 천연기념물 나무 조사와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 관재, 고선박재, 고건축재 등 목조문화재의 재질 연구도 함께 해왔다. 지금은 우리 선조들이 나무와 어떻게 더불어 살아왔는지를 찾아내어 글을 쓰고 강연과 답사를 통하여 이를 소개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궁궐의 우리나무≫(눌와, 2014), ≪나무탐독≫(샘터, 2015), ≪문화와 역사로 만나는 우리나무의 세계Ⅰ,Ⅱ≫(김영사, 2011), ≪우리 문화재 나무답사기≫(왕의서재, 2009), ≪나무에 새겨진 팔만대장경의 비밀≫(김영사, 2007),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김영사, 2004), ≪나무, 살아서 천년을 말하다≫(중앙랜덤하우스, 2004) 등이 있다. 생명의숲 회원이자 고문으로 나무와 숲의 귀함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궁궐과 왕릉의 나무이야기>, <숲기행>, <궁궐의 오래된 나무 만나기> 등을 함께 하고 있으며, 2021년 시민 모두가 쉽게 우리가 지켜야 할 나무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박상진 교수의 나무세상 페이지를생명의숲에 기부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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