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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구실잣밤나무_생명의숲 고목나무 이야기 #12 주소복사


고목나무*는 아득한 옛날부터 제사를 올리던 당산나무로서, 뙤약볕 여름농사에 지친 농민들의 안식처로서, 수백 년에서 때로는 천년을 넘겨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통계가 없지만 우리나라 전체 고목나무는 3~4만 그루 정도 됩니다. 이중 나라의 보호를 받는 고목나무는 보호수* 1만4천여 그루, 시·도기념물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문화재 약 3백 여 그루 정도에 불과합니다. 보호수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관리와 보호가 맡겨져 있지만 지자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실태는 천차만별입니다. 결국 문화재로 지정된 극소수의 고목나무들을 제외하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고목나무들을 찾아 지금의 실태를 파악하고 고목나무 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박상진 교수님이 200년 전의 시간을 거슬러 들려주는 제주 서귀포시 구실잣밤나무 이야기, 함께 들어 보실까요?






오늘은 우리나라 남쪽 중의 남쪽지방, 제주도 서귀포시로 고목나무를 찾아가보려고 해. 

제주도는 많은 것이 아름답지만 특히나 자생하는 여러 난대수종들이 이루는 아름다운 숲과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곶자왈 등이 있어 숲과 나무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발걸음하게 하지.


오늘 소개할 제주 서귀포시의 구실잣밤나무는 상효동 선덕사의 경내에 있는 고목나무야. 선덕사 대적광전 옆 삼성각 앞에서 자라고 있고, 이 구실잣밤나무 바로 앞에는 석조로 된 ‘범천각'을 볼 수가 있단다. 나무가 자라는 곳은 부분적인 급경사지인데, 나무 아래쪽에 건물과 광장을 만들기 위해 평지로 만들고, 나무 바로 앞에는 높이 1m정도의 석축을 쌓아두었어. 산자락의 높은 곳에서 선덕사 건물에 둘러싸여 혼자 덩그러니 자라고 있는데, 이는 사찰건물을 지을 당시 이 구실잣밤나무를 제외하고는 모두 벌채하였기 때문이야.





이 구실잣밤나무의 상태를 보면 굵은 가지 하나를 잘라내었고 죽어서 윗부분이 없어진 가지도 하나 보인단다. 그리고 다른 구실잣밤나무 고목과 같이 아래부터 5개 정도의 굵은 가지로 갈라져있는 모습이야. 작은 공동이 보이기도 하지만 건강상태는 우수해 보인단다. 






좀 전에 구실잣밤나무의 앞에 ‘범천각'이 있다고 했지? 이 범천각을 비롯해서 예로부터 선덕사와 구실잣밤나무의 인연에 대해 전해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단다. 선덕사는 1800년대 후반에 창건된 사찰인데, 1970년대에 선덕사의 건물은 지금의 큰 규모와는 달리 초당(草堂)이었다고 해. 이 초당에 1980년대 초반, 갑자기 불이 붙어 맹렬하게 타올랐는데, 북서풍이 불면서 구실잣밤나무에는 전혀 불기운이 닿지 않았던 일이 있었단다. 이 후 선덕사를 고쳐서 다시 짓는 큰 불교행사(중창불사)에 참여한 고액시주자가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이 나무에서 커다란 불기둥 세 개가 무지개처럼 피어오르더니 불기둥마다 부처님이 앉아 계셔서 설법을 했다는 거야. 깜짝 놀라 꿈에서 깬 시주자는 전 재산을 털어 선덕사를 중창했다고 전해져.  

또 하나는, 중창불사 공사 중에 구실잣밤나무의 나뭇가지가 공사에 방해가 된다며 잘라버린 인부가 갑자기 죽어버리는 일이 생겼다고 해. 이후부터 선덕사에서는 이 구실잣밤나무의 신령스러움에 감복하여 나무 아래에 ‘범천각'을 세워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공양을 하고 있단다. 




구실잣밤나무는 남해안에서 제주도에 걸쳐 자라는 대표적인 난대 상록활엽수란다. 선덕사의 구실잣밤나무가 13m정도 되는데, 보통 높이 20m까지 이르는 대경목으로 재질이 단단하여 가시나무 종류와 함께 남부지방에서는 널리 이용되었던 수종이지. 제주도의 관덕정을 비롯한 문화재 건물의 기둥 일부에서 실제로 구실잣밤나무가 이용된 것을 알 수 있고, 또 민가의 기둥으로 이용되기도 한단다. 열매는 육지의 도토리와 마찬가지로 먹을 수 있지. 이 열매가 바로 밤보다는 맛이 좀 덜하지만 먹을 수 있는 도토리가 달린다고 해서 ‘잡()밤나무'라고 이름불리다가, 갸름하고 둥근, 작은 도토리를 한자로 구실자(球實子)라고 하다보니 ‘구실자잡밤나무'라고 불리다 구실잣밤나무가 되었단다. 쓰임새가 많은 구실잣밤나무들은 혼란기에 거의 사라져버리고 지금은 신목(神木)으로 오랫동안 사람들이 치성을 드리는 대상으로서 몇군데의 고목이 살아남은 상태이지. 선덕사의 구실잣밤나무는 수형도 아름답고, 생육상태도 좋으며 나름대로 전설도 가지고 있으니 지방문화재로 지정을 검토해봐도 좋지않을까 싶단다. 




구실잣밤나무가 있는 제주 서귀포시 선덕사 경내 모습



나무 할아버지와 함께 만난 제주 서귀포시 구실잣밤나무


  • 고목나무 : 구실잣밤나무 (Castanopsis sieboldii (Makino) Hatus.)

  • 그     루 : 1그루

  • 추정나이 : 200년

  • 관리등급 : 지정

  • 소 재 지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상효동 산 86-16(선덕사 경내)


*고목나무 : 주로 키가 큰 나무로, 여러 해 자라 더 크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나무를 말하고 있습니다. 노거수(巨樹에 老를 붙여서 쓰는 말)라는 말보다 고목(古木)나무로 정감있는 표현을 씁니다. 

*보호수 : 유전자, 종, 생태계 등의 보전 및 관리를 위해 나무를 보호하는 제도 또는 그에 따라 지정된 나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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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할아버지 박상진 교수님은? 


1963년 서울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학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림과학원, 전남대 및 경북대 교수를 거쳐 2006년 정년 퇴임했으며 현재 경북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 목재공학 회장,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을 역임했다. 2002년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2014년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포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오랫동안 궁궐을 비롯한 역사 문화 유적지에 자라는 고목나무 및 천연기념물 나무 조사와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 관재, 고선박재, 고건축재 등 목조문화재의 재질 연구도 함께 해왔다. 지금은 우리 선조들이 나무와 어떻게 더불어 살아왔는지를 찾아내어 글을 쓰고 강연과 답사를 통하여 이를 소개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궁궐의 우리나무≫(눌와, 2014), ≪나무탐독≫(샘터, 2015), ≪문화와 역사로 만나는 우리나무의 세계Ⅰ,Ⅱ≫(김영사, 2011), ≪우리 문화재 나무답사기≫(왕의서재, 2009), ≪나무에 새겨진 팔만대장경의 비밀≫(김영사, 2007),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김영사, 2004), ≪나무, 살아서 천년을 말하다≫(중앙랜덤하우스, 2004) 등이 있다.


생명의숲 회원이자 고문으로 나무와 숲의 귀함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궁궐과 왕릉의 나무이야기>, <숲기행>, <궁궐의 오래된 나무 만나기> 등을 함께 하고 있으며,  2021년 시민 모두가 쉽게 우리가 지켜야 할 나무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박상진 교수의 나무세상 페이지를 생명의숲에 기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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