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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 굴피나무_생명의숲 고목나무 이야기 #10 주소복사


고목나무*는 아득한 옛날부터 제사를 올리던 당산나무로서, 뙤약볕 여름농사에 지친 농민들의 안식처로서, 수백 년에서 때로는 천년을 넘겨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통계가 없지만 우리나라 전체 고목나무는 3~4만 그루 정도 됩니다. 이중 나라의 보호를 받는 고목나무는 보호수* 1만4천여 그루, 시·도기념물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문화재 약 3백 여 그루 정도에 불과합니다. 보호수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관리와 보호가 맡겨져 있지만 지자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실태는 천차만별입니다. 결국 문화재로 지정된 극소수의 고목나무들을 제외하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고목나무들을 찾아 지금의 실태를 파악하고 고목나무 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박상진 교수님이 350년 전의 시간을 거슬러 들려주는 울산 울주 굴피나무 이야기, 함께 들어 보실까요?







무더운 여름을 지나고 있구나. 길을 걸을 때, 큰 나무의 그늘이 더 없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때지.

오늘 소개할 나무 역시 마을 경로당 앞에 자리잡아, 많은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는 고마운 나무란다. 울산 울주군 두서면 전읍리 양지마을의 굴피나무가 바로 그 주인공이지. 

350년생으로 추정되는 키 약 9m, 수관폭(가지폭) 약 12m의 이 굴피나무는 1982년 일찍이 지역 보호수로 지정되었단다. 







굴피나무는 지금으로 아스라이 먼 옛날 석기시대와 청동기 시대부터 한반도의 중부 이남 지역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나무였어. 지금의 참나무처럼 말이지. 

울산 옥현리의 청동기 유적지, 일산 신도시 개발지역, 대구 칠곡 아파트 지역 등 대체로 3∼4천년 전의 유적지에서부터 굴피나무는 확인되기 시작한단다. 역사 시대로 넘어와서는 전남 화순군 도곡면 대곡리에서 출토된 원삼국시대 목관, 해상왕 장보고의 유적지가 있는 완도군 장도를 둘러싼 목책(木柵) 통나무 등에서 이 굴피나무를 확인할 수 있지. 조금 더 근세인 완도군 약산도에서 발견된 고려초기 화물선에서도 선박재의 일부로서 굴피나무가 발견되었단다.




그때 그 시절의 굴피나무는 지금처럼 한아름도 채 안되어 잡목 취급을 받고 제거되는 나무가 아니라, 두세 아름은 거뜬히 넘기는 큰 나무이면서 재질이 좋은 나무였을거야. 그러니 느티나무나 참나무와 같은 막강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임금님의 시신을 감싸는 목관으로 선택되었는가하면,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선박의 몸체가 되는 영광을 얻었으니까 말이야. 지금은 찬란했던 영광의 세월은 역사의 영겁에 묻어버리고 산 속에서 띄엄띄엄 겨우 목숨을 이어가는 처지라서, 굴피나무를 알고 있은 사람도 흔치 않게 되었지만 말이다.







굴피나무는 중부 이남 지역에서 주로 자생하는 우리나라 고유수종으로, 가래나무과의 낙엽활엽수란다. 같은 과의 가래나무, 호두나무처럼 잎 대궁 하나에 작은 잎 여러 개가 달리는 복엽을 가지고 있지. 그래서 경남 일부 지역에서는 가죽나무하고도 비슷하다고 하여, 산가죽나무(산가중나무)라고도 부른단다. 

암수 같은 나무로 초여름에 작은 꽃이 피고, 열매는 늦가을에 적갈색으로 익는데 그 모양이 특이해서 기억하기 쉽지. 모양은 마치 작은 솔방울 같은데, 소견과의 날개가 마치 가시처럼 보이거든. 그런 열매는 낙엽이 져버린 겨울에도 그대로 매달려 있단다. 그것도 한두개가 아니라 수 천 개씩 하늘을 향하여 꼿꼿이 선 채로 말이야. 그런데 그 많은 종자는 어떡하고 차츰 밀려나 버렸는지! 자연의 오묘한 섭리를 알기에 우리의 과학적인 지식은 턱없이 모자라나 보구나.

 

양지마을의 굴피나무는 조금 특이한 생김을 가지고 있단다. 두 아름에 이르는 굵은 줄기의 높이는 3m에서 멈추고, 여기서부터 뻗어 나온 가지는 줄기에 비해 너무 가늘지. 이건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줄기의 반이 꺾여버리고, 그 자리에서 새로운 가지가 돋아 나온 탓이란다. 또, 1997년에는 몸통의 대부분이 썩어 큰 외과수술을 받기도 했지. 나무가 고생 깨나 했어. 





 


하지만 외관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먼 옛날 선조와 함께 있던 ‘역사나무’, 굴피나무로서 유일하게 남은 이 나무를 적어도 지방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오랜시간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였고, 이제는 마을의 정자나무인 이 고목나무를 지방문화재로 지정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겠구나.








나무 할아버지와 함께 만난 울산 울주 굴피나무


  • 고목나무 : 굴피나무 (Platycarya strobilacea Siebold & Zucc.)

  • 그        루 : 1그루

  • 추정나이 : 350년

  • 관리등급 : 울산광역시

  • 관리번호 : 보호수 7-5-9-16-1 (구: 12-15-9-16-1)

  • 지  정  일 : 1982년 11월 10일

  • 소  재  지 :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서면 전읍리 산 140-2 (양지마을) 




*고목나무 : 주로 키가 큰 나무로, 여러 해 자라 더 크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나무를 말하고 있습니다. 노거수( 巨樹에 老를 붙여서 쓰는 말)라는 말보다 고목(古木)나무로 전통적으로 쓰여지는 정감있는 표현을 씁니다. 

*보호수 : 유전자, 종, 생태계 등의 보전 및 관리를 위해 나무를 보호하는 제도 또는 그에 따라 지정된 나무를 말합니다.



나무 할아버지 박상진 교수님은? 


1963년 서울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학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림과학원, 전남대 및 경북대 교수를 거쳐 2006년 정년 퇴임했으며 현재 경북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 목재공학 회장,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을 역임했다. 2002년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2014년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포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오랫동안 궁궐을 비롯한 역사 문화 유적지에 자라는 고목나무 및 천연기념물 나무 조사와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 관재, 고선박재, 고건축재 등 목조문화재의 재질 연구도 함께 해왔다. 지금은 우리 선조들이 나무와 어떻게 더불어 살아왔는지를 찾아내어 글을 쓰고 강연과 답사를 통하여 이를 소개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궁궐의 우리나무≫(눌와, 2014), ≪나무탐독≫(샘터, 2015), ≪문화와 역사로 만나는 우리나무의 세계Ⅰ,Ⅱ≫(김영사, 2011), ≪우리 문화재 나무답사기≫(왕의서재, 2009), ≪나무에 새겨진 팔만대장경의 비밀≫(김영사, 2007),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김영사, 2004), ≪나무, 살아서 천년을 말하다≫(중앙랜덤하우스, 2004) 등이 있다.


생명의숲 회원이자 고문으로 나무와 숲의 귀함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궁궐과 왕릉의 나무이야기>, <숲기행>, <궁궐의 오래된 나무 만나기> 등을 함께 하고 있으며,  2021년 시민 모두가 쉽게 우리가 지켜야 할 나무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박상진 교수의 나무세상 페이지를 생명의숲에 기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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