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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 녹나무_생명의숲 고목나무 이야기 #17 주소복사

고목나무*는 아득한 옛날부터 제사를 올리던 당산나무로서, 뙤약볕 여름농사에 지친 농민들의 안식처로서, 수백 년에서 때로는 천년을 넘겨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통계가 없지만 우리나라 전체 고목나무는 3~4만 그루 정도 됩니다. 이중 나라의 보호를 받는 고목나무는 보호수* 1만4천여 그루, 시·도기념물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문화재 약 3백 여 그루 정도에 불과합니다. 보호수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관리와 보호가 맡겨져 있지만 지자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실태는 천차만별입니다. 결국 문화재로 지정된 극소수의 고목나무들을 제외하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고목나무들을 찾아 지금의 실태를 파악하고 고목나무 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박상진 교수님이 230년 전의 시간을 거슬러 들려주는 제주 서귀포 녹나무 이야기, 함께 들어 볼까요?






녹나무는 장목(樟:녹나무 장), 예장(豫樟), 향장(香樟)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예부터 널리 이용해온 중요한 자원식물이란다. 키는 4m부터 50m까지, 지름 15m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굵고 키가 높게 자라는 나무 중 하나지.

자람 터의 중심은 열대와 아열대 지방이어서 일본 중남부와 중국의 양쯔강 이남에 많고, 우리나라는 남해안과 제주도에서 볼 수 있단다. (오늘 소개할 나무도 제주도에 있는 녹나무지!) 




녹나무는 특유의 향이 나는, 윤기가 있고 두꺼운 달걀형의 잎이 어긋나기로 달리지. 잎 가장자리가 물결치 듯 굽이치는 것이 녹나무과의 생김이 비슷한 다른 나무들(생달나무, 새덕이, 참식나무)과의 차이점이란다. 제주도에 가면 녹나무과 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으니 찾아서 구분해보는 재미도 느껴보길 바라는구나!


녹나무는 잎이 어릴 땐 붉은빛이 나서 봄부터 초여름까지 붉은빛으로 보이는 특징이 있단다. 완연한 봄에 자그마한 흰색의 양성화가 피고, 가을에는 콩알같은 열매가 초록색으로 달리다가 흑자색으로 익지.


녹나무는 단단하고 잘 썩지 않아 배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나무에서 장뇌(Camphor)라는 천연수지물질이 추출되기 때문에 다양한 곳에 쓰였단다.

파스의 주 원료 중 하나인 장뇌는 지금도 방충제나 의약품에 두루 쓰이는데, 옛부터 위급한 환자가 생기면 녹나무 잎이 깔린 온돌방에 눕히고 불을 지폈다고 해. 장뇌의 강심제 성분이 나와서 환자에게 충격을 주어 깨어나게 하는 원리였다고 하니 놀랍지 않니?





오늘 소개할 이 녹나무는 풍치목*으로 제주 서귀포시 서홍동의 서홍8경 중, 제5경에 지정된, “일부러 찾아가봐도 좋을만한” 아름다운 나무란다.

나무의 키는 16.5m, 가슴높이 둘레는 4m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살아있는 녹나무 중, 가장 크고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지.


이 나무는 ‘면형의 집’이라는 한국 순교복자 성직 수도회의 피정센터 안에 있단다. 제주도의 많은 녹나무가 일제시대를 거치며 사라졌을 때도, 이 나무만큼은 수도회 안에 있어 보호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

면형의 집은 1902년 에밀 타케 신부가 서귀포에서 처음 복음을 전한 ‘홍로성당’ 터에 있는데, 이 때문에 타케 신부가 녹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단다. 당시에도 100살이 넘은 녹나무였을테니, 정말로 성당에서 옮겨 심었는진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이 녹나무에 대한 수도회와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이 지금껏 녹나무를 건강하게 만들어, 고목이 주는 압도적인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지금껏 우리가 누릴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줄기에 가득 돋아난 송악, 콩짜개덩굴, 고란초류의 식물들이 내륙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아열대성 나무의 신비로움을 더해주고 있구나.




일본이나 중국 남부에는 둘레 열 아름이 넘는 녹나무 고목이 수두룩하다지만, 우리나라는 녹나무의 생육 북쪽 한계선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정도 규모의 고목 역시 충분히 연구 가치가 있어 보인단다.

제주 서귀포 녹나무를 우리나라 대표 녹나무로서 지속적으로, 차후 국가문화재로 고려할 필요가 있겠구나.


서귀포시 서홍8경 더보기 : http://bz110122b.ilogin.biz/page/31




나무 할아버지와 함께 만난 제주 서귀포 녹나무

  • 고목나무 : 녹나무(Cinnamomum camphora (L.) J.Presl)

  • 그        루 : 1그루

  • 추정나이 : 230년

  • 관리등급 : 제주특별자치도 보호수

  • 관리번호 : 13-2-8-12

  • 지  정  일 : 1994년 2월 21일

  • 소  재  지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서홍동 204 (한국 순교복자 성직 수도회 피정센터 면형의 집 내)


*고목나무 : 주로 키가 큰 나무로, 여러 해 자라 더 크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나무를 말하고 있습니다. 노거수( 巨樹에 老를 붙여서 쓰는 말)라는 말보다 고목(古木)나무로 전통적으로 쓰여지는 정감있는 표현을 씁니다.

*보호수 : 유전자, 종, 생태계 등의 보전 및 관리를 위해 나무를 보호하는 제도 또는 그에 따라 지정된 나무를 말합니다.

*풍치목 : 멋스러운 경치를 더하기 위하여 심는 나무


나무 할아버지 박상진 교수님은? 

1963년 서울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학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림과학원, 전남대 및 경북대 교수를 거쳐 2006년 정년퇴임했으며 현재 경북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목재공학회장,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을 역임했다. 2002년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2014년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포상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오랫동안 궁궐을 비롯한 역사 문화 유적지에 자라는 고목나무 및 천연기념물 나무 조사와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 관재, 고선박재, 고건축재 등 목조문화재의 재질 연구도 함께 해왔다. 지금은 우리 선조들이 나무와 어떻게 더불어 살아왔는지를 찾아내어 글을 쓰고 강연과 답사를 통하여 이를 소개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궁궐의 우리나무≫(눌와, 2014), ≪나무탐독≫(샘터, 2015), ≪문화와 역사로 만나는 우리나무의 세계Ⅰ,Ⅱ≫(김영사, 2011)≪우리 문화재 나무답사기≫(왕의서재, 2009), ≪나무에 새겨진 팔만대장경의 비밀≫(김영사, 2007),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김영사, 2004), ≪나무, 살아서 천년을 말하다≫(중앙랜덤하우스, 2004) 등이 있다.


생명의숲 회원이자 고문으로 나무와 숲의 귀함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궁궐과 왕릉의 나무이야기><숲기행><궁궐의 오래된 나무 만나기> 등을 함께 하고 있으며,  2021년 시민 모두가 쉽게 우리가 지켜야할 나무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박상진 교수의 나무세상 페이지를 생명의숲에 기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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