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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대응] 당연히 주민들 모두 경제적인 타격이 가장 큽니다. 산불됴심365 전문가인터뷰. 이운영 계장 #5 주소복사


<산불됴심365 전문가 인터뷰 시리즈 다섯 번째 - 이운영 검성리 계장>



"당연히 주민들 모두 경제적인 타격이 가장 크지요. 그로 인해 정신적으로 충격도 상당하고요." (이운영 계장 인터뷰 중)



생명의숲은 시민 캠페이너 ‘단비’와 함께 산불 현장을 경험한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 산불에 대한 견해를 듣고 이를 시민들에게 보다 쉽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또한 산불 복원에 대한 다양하고 전문적인 견해를 들어보고, 앞으로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산불피해지가 복원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 나가려고 합니다. 



<인터뷰이 소개>




이운영 산림계장님은 울진군 북면 검성리 마을주민입니다. 마을에서 산림계장을 하시면서 마을 공동체에서 송이  채취하는 사업을 관리하고 꾸려나가며 마을 공동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2022년 경북강원 산불로 피해를 본 울진군 3개 읍면 중 북면은 가장 큰 피해를 보았으며, 마을을 둘러싼 대부분의 산이 전소되었으며, 검성리 마을 50여 호 중 절반이 전소되었습니다.



Q. 계장님, 먼저 자기소개 간략하게 부탁드립니다.


A. 우선 이렇게 먼 곳에서 오셔서 저희 마을의 이야기를 들어 주시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49년 동안 이 마을, 검성리에 살고 있어요. 저희 아버지 송이 농사지으실 때부터 따라다니며 송이를 만나 왔기에 송이에 대한 애착이 강하지요. 검성리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예부터 지금까지 송이가 주 수입원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검성리에는 산림계가 조직되어 있고, 현재 저는 이 검성리 마을에서 산림계장을 맡고 있어요. 


 ? 2022년 4월, 산불 이후 검성리 마을을 찾은 생명의숲 일행에게 현장을 설명 중인 이운영 산림계장님 (오른쪽 두 번째)



Q.  이번 산불이 계장님 개인에게 큰 영향을 끼쳤을 것 같아요. 산불 발생 이후 변화가 많으실 것 같은데 그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아무래도 경제적 영향이 가장 크죠. 산불로 송이를 채취하던 송이 산이 다 타버렸어요. 경제 활동이 아예 사라져 버려 앞으로의 생계를 걱정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집도 신축을 했고, 옆에 창고 완공한 지 이틀 만에 불이 나 버려서 한숨밖에 안 나오네요. 집도 새로 지은 게 후회되네요. 지금은 어떠한 경제적 활동도 못하는 게 현실이에요. 솔직히 다 말씀드리면 산불 나고 일주일은 정말 술만 마셨던 것 같아요. 화병이 난 것 마냥 속이 답답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해서 그때부터 약을 먹기 시작해서 지금도 먹고 있어요. 2000년에도 삼척에서 큰불이 났었어요. 그때도 울진으로 일부 불이 번졌기 때문에 저희도 긴장을 하고 있었던 게 기억나요. 그런데 이번 산불은 이전 산불과 달랐어요. 마을을 감싸고 정말 빨간색만 보일 때는 무섭더라고요. 며칠 동안 불이 꺼지지 않고 비가 오기 전까지는 계속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데 얼마나 허탈했는지 몰라요. 



Q.  그렇다면 산불이 지역 공동체에 끼친 영향은 어떤 게 있을까요?


A. 당연히 주민들 모두 경제적인 타격이 가장 크지요. 그로 인해 정신적으로 충격도 상당하고요. 월급쟁이들이 월마다 돈을 받는 것처럼 송이 농가는 송이로 월마다 생계를 이어간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새까맣게 타버렸으니 지금은 아무것도 할 게 없어요. 다들 한 해 벌고 한 해 사는 일인데, 앞으로 뭐 먹고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시죠. 주택은 임시주택이 불편하지만 살 수라도 있는데 산이 타버린 건 정말 막막합니다. 이 마을에 총 43가구가 있어요. 대부분 송이 채취가 수입원이고요. 사유림이 없는 주민들도 계시지만, 군유림에서 함께 채취한 것은 분배하고 있거든요. 울진군에서 통계 낸 것을 보니 460개 농가가 송이 피해를 보았다고 하던데, 실질적으로는 600명 이상으로 볼 수 있어요. 하나의 산에 대표자 한 명으로 통계를 냈던데 사실은 산 하나에 10~20명이 들어가 송이를 수확했기 때문에 피해 농가 수는 더 늘어나게 되죠. 

또 송이 채취 농가의 피해 금액 차이도 있어요. 울진군에서 1년 생산 피해 금액이 80억이라고 했는데, 아마 그보다 높으면 높았지 낮지는 않을 거예요. 울진군 인구가 5만도 안 되는데 이 큰 금액의 피해가 있다고 하면 정말 엄청난 타격이라 볼 수 있어요. 물론 피해에 따른 보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보상으로 인해 마을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지요. 주택의 경우, 15평 기준 1억 2천만원의 보상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집 탄 사람들이 나 죽는다고 아우성쳤었는데, 지금은 이웃집에 불이 나서 꺼준 사람들이 다 욕먹고 있어요. 타게 내버려 두지 왜 불을 꺼서 자기 보상 못 받게 했냐고.. 지금 불 꺼준 사람들이 다 죄인이 돼버렸어요. 안타깝죠.




Q. 대형 산불로 확대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소나무 숲이 산불을 더 크게 키운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A. 이미 다 알고 계시겠지만 대형 산불은 초기 진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확대가 될 수밖에 없어요. 특히 바람이 많이 부는 이쪽 동해안은요. 이번 산불도 초기 진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대형 산불로 번졌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울진에는 워낙 소나무가 많아요.  대형 산불로 확대된 원인 중 일부가 소나무 숲일 수는 있겠지만, 크게 작용한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아요. 작년(2021년) 11월부터 3월까지 계속 숲은 가물어 가고 있었고 강풍이 불었기 때문에 전체가 불구덩이나 다름없었어요.

그날 마을에 산불이 났을 때 마을에 어르신 분들 먼저 대피시키고 제일 마지막에 차를 타고 마을을 빠져나왔어요. 차를 타고 대피하는데 차 안까지 불의 열기가 뜨겁게 느껴졌을 정도였으니 정말 엄청나게 큰 산불이었어요. 그렇게 불이 나니 내화수림대 이런 것들도 다 타버리니 의미가 없더라고요. 

사실 송이가 나오는 산의 경우는 관리하지 않으면 송이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낙엽도 긁어내고 잡목도 제거를 해주는 등 관리를 합니다. 그럼에도 불이 크게 번진 이유는 숲 자체가 낙엽이나 잡목이 많아졌기 때문이지 단순히 소나무 숲 때문이라고 볼 순 없을 것 같아요.



Q. 복원을 위해 지역주민과 어떻게 의견수렴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지역주민의 주요한 의견은 어떤지 또한 알고 싶어요.


A. 울진군에서 마을마다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복원에 대한 내용은 없었어요. 벌채 계획도 아직 이야기되지 않고 있고요. 긴급벌채도 도로 근처 위험한 나무만 벌채를 해주고 그 외는 산주가 직접 팔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농가에는 연세 많은 어르신이 많이 계시기에, 복잡한 행정 절차에 모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지요. 저와 같은 송이 산을 갖고 있는 지역 주민은 송이 산으로 복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현재 송이보상대책위원회 꾸려서 위원장, 사무장, 총무 이렇게 주로 활동을 하고 있고 동네 위원 총 27명이 회의 내용을 공유받고 있어요. 


 

? 산불 피해를 입은 울진군 북면 검성리 마을의 소나무숲 (2022. 4.7 촬영)




Q. 산불 피해지 복원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방향이 있으실까요? 예를 들면 복원 시기나 복원 방법 측면에서요. 


A. 정말로 송이 농가에서는 빠르게 복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화마 열기로 일차적 손실은 입었지만, 포자가 아직은 살아 있어요. 그런데 울진군에서는 왜 조림을 바로 해주지 않는지.. 저로서는 답답해요. 포자가 살아 있는 지금 조림을 해줘야 10~20년이 지나서 다시 소나무 숲에 송이가 나올 수 있어요. 물론 소나무 중에 육송으로 해야 하고 그런데도 송이가 안 날 수 있겠죠. 마음 같아서는 현재 산불 피해를 보지 않은 송이 산에서 솔 씨를 얻어서 심고 싶은데 그 또한 송이 산 주인이 쉽게 허락할 일이 아니라서 이래저래 어려워요.



Q. 사유림 내에 임도 건설, 내화수림대 조성 시 소유 문제로 쟁점이 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A. 안 그래도 학자들이 계속 내화수림대, 방풍림을 이야기하더라고요. 근데 실제로 불이 난 것을 보니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고요. 탁상공론으로 나온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작은 불이고 초기 진화가 가능하면 몰라도 울진에서 난 대형 산불 같은 경우에는 내화수림대는 의미가 없어요. 게다가 사유림을 소유한 산주들은 내화수림대 조성을 결사반대하고, 임도의 경우도 길이 나면 좋지만, 보상이 따로 없기 때문에 길도 잘 내려 하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자기 산에 길을 내주면 다른 산주 좋은 일 하는 것 같거든요. 결국 임도를 다 같이 내면 좋은데 산주마다 의견이 다 다르니 협의가 어렵지요. 그런데 이 상황을 이기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이 마을은 송이가 생계랑 연결되어 있어요. 저희 산을 예로 들면, 임도가 없음에도 송이 불법 채취하는 사람들이 계속 잡혀요.  오죽하면 CCTV 15대를 설치했어요. 그런데 임도를 내면 불법 채취하는 사람들에게 ‘편하게 가져가세요.’ 하는 꼴이 되니 당연히 임도 건설을 안 하려고 하죠.



Q. 행정당국의 지원 방식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의견은 어떤가요? 그리고 혹시 현재 지원 방식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A. 현재 농기계와 주택은 100% 보상이 다 나갔고 현금으로 지급이 되었어요. 그런데 송이같이 임산물은 보상이 따로 없고 국민 성금으로 1년 생산량의 50%, 3년 치 150% 보상을 받았어요. 근데 앞에서 잠깐 말했듯이 이 보상도 문제에요. 보상받은 사람과 못 받은 사람들이 서로 헐뜯고 마을 전체가 이상해지고 있어요. 2000년도 강원도 산불 났을 때 도의회 자료를 보니 지금 상황과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었더라고요. 주택 보상의 경우, 집 연식과 재료 따져서 보상해준 게 아니라 완파, 반파, 소파 이렇게 나누고 평수에 맞춰 보상해주니 여러 곳에서 불만이 나오고 마을 사람들끼리도 소원해지고요. 우리 마을 주택이 20채? 22채 정도 탔는데 지금 빈 폐가 빼고는 다 보상해 줬어요. 현재 이곳에 살고 있지 않고 별장으로 쓰던 집들도 다 보상이 나갔지요. 사실 송이피해보상대책위에서도 많은 것을 바라는 건 아니에요. 적어도 임산물도 보상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 당장 수입원이 사라졌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사람들은 막막하니까요.



Q. 마지막 공통질문입니다. 이운영 계장님께서 생각하는 산불은 OOOOO 이다.


A. 산불은 재앙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요. 그런데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와닿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정말 그 영화에서나 나오는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니 그야말로 재앙이더라고요. 거기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니 그 또한 재앙이고요. 3년 전에 울진에 큰 수해가 있었지요. 그게 1년 만에 원상복구 되었어요. 근데 산불은 복원이 되기까지 훨씬 더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요. 말 그대로 재앙이라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이운영 계장님 댁에서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마을 주변 산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전히 까맣게 그을린 검은 숲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아주 잠깐의 시간도 한숨이 나왔습니다. 편안해야 할 집에 앉아 있음에도 눈앞에 보이는 이 거짓말 같은 현실이 얼마나 답답하고 불안하실지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혹자는 산불 피해 주민들에게 성금을 보내기도 하지만, 혹자는 산불 피해 보상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어찌 됐던 직접적인 피해를 본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릴 방법이 과연 있을까요? 더 이상의 인재로 인한 산불은 없어야 합니다. 당장 나에게 벌어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는 산불은 너무 큰 피해를 가져옵니다. 우리는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 산불 전문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2022 경북⋅강원 산불의 직접적인 피해자이자 마을 산림계를 이끄는 검성리 계장으로서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이운영 계장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인터뷰 진행 : 생명의숲 (김지은, 윤여진, 정다경 활동가)




지금 산불로 인해 사라진 숲을 위해 행동하는, 산불됴심365 우리, 단비가 되자!

산불됴심365캠페인은 카카오같이가치와 함께합니다.



2022년 봄, 경북 울진에서 시작한 산불은 서울 면적의 40%이상의 숲을 사라지게 했습니다. 숲만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숲과 함께 살아온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숲에 살아온 수많은 생명들도 사라졌습니다. 산불은 모두의 아픔이 되었습니다.


2022년 봄, 경북강원 산불 이후 생명의숲은 카카오같이가치 플랫폼을 통해  [산불피해 산림복원 프로젝트-다시, 숲에 싹을 틔워요] 모금캠페인을 진행하였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전국의 237,000여명의 시민분들이 마음과 뜻을 모아주셨습니다. 이 인터뷰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2023년 봄, 생명의숲은 울진의 산불피해지에 나무를 심고 복원하는 활동을 하고자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민분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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