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됴심365 전문가 인터뷰 시리즈 두번째 - 강원대학교 방재전문대학원 이시영 교수>
"국내 산불은 대부분 인재에요. 그래서 시민 인식 증진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산불 한번으로 모든 것이 다 없어지는구나’ 하고 깨닫는 게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계속 반복될 거예요." (이시영 교수 인터뷰 중)
생명의숲은 시민캠페이너 ‘단비’와 함께 산불현장을 경험한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 산불에 대한 견해를 듣고 이를 시민들에게 보다 쉽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또한 산불 복원에 대한 다양하고 전문적인 견해를 들어보고, 앞으로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산불피해지가 복원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인터뷰이 소개>
이시영 박사 (강원대학교 방재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임학을 전공하신 이시영 박사님은 1984년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를 시작으로 산불 전문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오랜시간 산불연구과에서 일하며 국내 산불의 특성을 분석하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예방과 방재, 산불피해복구 방안 등을 연구했습니다.
2005년부터는 강원도의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대형산불에 취약한 지역 현장에서 연구와 정책 수립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산불 화재이론, 예방, 진화, 전략, 조사, 복구를 총망라한 최근 저서 『산불방재학(도서출판 동화기술, 2021)』은 <2022년 대한민국학술원 자연과학분야 우수 학술도서>에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는 강원대학교 방재전문대학원 명예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을 위한 강의와 산불 방지를 위한 연구 및 정책 수립에 힘쓰고 있습니다.
저서 : 특수화재학개론(2014, 화수목), 산불피해조사론(임주훈 공저, 2015, 화수목), 산불현장지휘론(2015, 화수목), 산불방재학(2021, 동화기술)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앞서 교수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네, 저는 현재 강원대학교 방재전문대학원에서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이시영입니다. 1984년부터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실에서 근무하다, 2005년부터는 삼척대학교(현:강원대 삼척캠퍼스) 방재전문대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어요. 강원지역에 대형산불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산불 강의분야의 수요가 있어 교수직으로 오게 되었지요. 지난해 초에 교수직에서는 정식으로 은퇴하였는데, 강릉에서의 생활이 좋아 아직 강릉에서 살고 있습니다.
Q. 지난해에 저서로 <산불방재학>을 펴내셨더라구요. 책을 통해 교수님에 대해 접하고 인터뷰를 요청드렸습니다. 먼저 생명의숲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A. 갈수록 산불이 산림 자원을 훼손시키는 것을 넘어서 대규모의 재산과 인명 피해를 주고 있어 이제는 산불을 ‘사회적 재난'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피해가 심각해지는 양상이다보니 더 많은 시민들이 산불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어요.
▲ 작년도에 출간된 이시영 교수님의 <산불방재학> (2021, 동화기술)
Q. 최근의 산불이 점점 심각해지는 양상이라고 말씀주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 때문에 최근의 산불을 좀 더 심각하게 인식하고 계신가요?
A. 통계를 보게되면 이제 산불은 봄, 가을철에 국한되지 않고 연중화되고 있어요. 한번 산불이 발생하면 과거에는 하루 내로 진화되는 산불이 97~98%정도를 차지했다면, 요즘은 한번 산불이 나면 이틀 이상 지속되는 건의 비율이 높아졌거든요. 그렇다 보니, 산불을 보는 시각이나 대응 체계, 국민적인 관심도를 높이는 일 등에서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지난 3월 경북 울진, 강원 강릉 산불을 비롯해 2000년 동해안 산불 등 과거부터 최근까지 영동지방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그 피해의 원인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A. 산불 발생 빈도 수로 볼 때, 강원도는 산불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지역은 아니지만, 그 피해 규모(면적)는 가장 크지요. 산불이 발생했을 때 이렇게 대규모로 확산되는 이유에는 몇가지 원인이 있지만, 우선 한가지를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 산림의 ‘빽빽한’ 특성에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면서 산림이 무척이나 황폐화되었다가 1960년대에 산림청이 생기고, 본격적인 치산녹화 사업이 추진되면서 국토가 다시 푸르러진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녹화성공국이지요. 하지만 심은 나무를 잘 가꾸고, 적절한 밀도로 관리하며 ‘산불에 강한 숲’을 함께 만들어 줄 필요가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심기 바빴던 탓이지요.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숲은 나무들이 밀생하는, 빽빽한 산림 구조를 띄고 있어요. 이렇게 나무의 밀도가 높은 숲은 산불해 취약한 경향을 나타냅니다. 산불은 크게 지중화(ground fire), 지표화(surface fire), 수간화(stem fire), 수관화(crown fire), 비산화(spotting)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지표(땅)만을 스쳐 지나가는 ‘지표화’는 숲과 나무에 주는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나무의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 지상부 전체를 태우는 ‘수관화’는 그 피해가 무척 크고, 상승기류로 인해 산 윗 방향으로의 확산도 매우 빠릅니다. 빽빽한 숲은 지표화를 수관화로 진행시키기 쉬운데요. 왜냐하면 수직으로 층을 이루는 나무들간에 연료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불의 3요소(연료, 열, 산소)에서 바로 연료가 더 많게 되는 거지요. 또한 화염이 올라갈 때는 타다 남은 솔방울, 나뭇가지, 나무껍질, 잔가지 등이 상층으로 옮겨 붙으면서 바람이 불어가는 방향으로 불똥을 떨어뜨려줍니다. 이를 비산화*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기록된 최장 비산거리는 2000년 동해안 산불 당시, 삼척에서 울진 방향으로 불씨가 무려 1.5km나 날아간 일이에요.
Q. 교수님께서는 치산녹화사업처럼 나무심기 이후에 울폐한 나무의 밀도를 조절하는 관리작업(숲가꾸기)이 숲에서의 연료를 컨트롤하여, 산불의 대형화를 막는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해 주신 것 같은데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숲가꾸기와 임도가 숲을 산불로부터 취약하게 만든다’라는 주장도 올 봄에 이슈화된 적이 있어요. 근거는 숲가꾸기가 토양을 건조하게 만들고, 산불에 상대적으로 강한 참나무와 같은 활엽수를 제거해서, 산불에 더 취약한 소나무숲을 만든다는 것인데요. 이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A. 숲가꾸기로 인해 산불에 약한 숲이 되었다는 의견도 일견 일리가 있다고 봐요. 숲가꾸기라는 것이 숲 내 공간을 넓혀주는 것이기 때문에 숲가꾸기를 한 숲은 불이 났을 때, 상대적으로 공기의 흐름이 빨라 산불 역시 빠르게 확산될 수 있겠지요. 다른 한편, 숲가꾸기를 하지 않은 숲은 공기의 흐름은 느리고 습하지만, 초본층, 관목층, 아교목층, 교목층, 가지 등으로 이루어지는 사다리형 연료층이 그대로 남아 있어 산불의 확산 속도는 느려도 화재의 강도가 세질 수가 있습니다. 즉, 방재 측면에서는 이 강도와 속도를 반영한 분석이 필요해요. 불이 몇도까지 올라가느냐 하는 강도적인 측면이 있을 것이고, 단위시간당 얼마나 먼 거리를 이동하느냐 하는 속도의 개념, 강도와 속도 이 두 가지를 함께 봐야할 필요가 있는데요. 그러니 단순히 숲가꾸기가 숲을 산불로부터 취약하게 만든다, 아니다 라고 단순하게 결론짓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앞으로는 숲의 밀도, 경사, 풍속, 연료량, 공간분포 등을 반영해서 속도와 강도를 예측하는 한국형 산불확산 예측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어요. 특정 지역에서는 시간당 어느 정도 속도로 산불이 이동한다, 는 예측을 정확히 할 수 있다면 미리 방화선을 치고 주민들을 대피시킬 수도 있겠지요.
미국의 경우에는 산불의 위험성이 높은 숲의 구조에 대해 ‘모델링’ 등을 통한 연구를 많이 진행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는 모델링 연구나 산불 측면에서의 숲가꾸기의 효용성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못해 자료가 별로 없습니다. 제 생각에 이 부분은 우리나라에서 숲가꾸기 자체를 시작한지가 얼마 되지 않아, 눈으로 그 효과를 보기에는 짧은 시간이지 않았나 싶은데요. 그래서 산불 측면에서의 숲가꾸기의 영향을 결론짓기에는 섣부르고, 검증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더해서, 숲가꾸기 산물이 생태적으로 봤을 때는 하층, 토양에 영양분이 되어줄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불쏘시개(연료) 역할을 하게 되거든요. 그대로 두었을 때의 좋은 점보다 산불이 났을 때 겪게 되는 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 된다면 ‘산불 예방’ 측면에서는 숲가꾸기의 산물들은 현장에서 빼내어 정리해주어야 하는 부분도 있어요. 이런 산물을 분쇄해서 우드칩이나 펠릿같은 바이오에너지화 시키는 산업이 활성화된다면 참 좋을텐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Q. 국내에서 숲가꾸기의 효과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하고, 산불에 영향을 주는 인자들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산불에 대한 숲가꾸기의 영향이 무엇인지 단정지어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말씀으로 이해되어요. 한편, 소나무가 불에 취약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이 때문에 대형산불이 잦은 강원도에 다시 소나무를 심어야하는지, 아니면 심지 말아야 하는지, 자연에 맡겨야 하는지 등등 의견이 다양합니다. 박사님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소나무가 참나무에 비해 산불에 취약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첫째로 소나무의 송진에 있는 테라핀이라는 휘발성분이 산불이 나면 화염을 많이 일으키기 때문이에요. 참나무와 소나무를 같은 질량으로 태웠을 때, 실험을 하게 되면 발생하는 열량이 1.5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두번째로는 소나무가 상록수이기 때문인데요. 산불이 많이 나는 시기는 보통 2월 15일에서 5월 15일 사이인데, 중부지방으로 보면 참나무들이 보통 10월 말이 되면 잎이 떨어진 상태로 있다가 5월 즈음부터 잎이 나기 시작하거든요. 즉, 산불이 많이 나는 시기에 참나무 종류는 잎이 없어 생물량 자체가 많지 않은 것이지요. 반면, 소나무는 일년 내내 푸른 잎을 달고 있으니 봄철에도 불에 탈 것이 많습니다. 탈 것이 많으니 지표화가 수관화가 되고, 비산화를 일으킬 가능성도 커져 대형산불로 번질 확률이 커지는 것이지요.
영동지방에 소나무를 다시 심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게요. 산에 능선부와 계곡부가 있다면, 같은 산이라도 계곡부는 아무래도 물이 흐르고 습한 조건을 갖추고 있고, 능선부는 상대적으로 양지이고, 건조할 테지요. 여기서 소나무는 햇빛을 좋아하는, 양지에서 자라는 나무라서 능선부 즉 상대적으로 건조한 지역에 원래 잘 자라고 많이 분포해요. 영동지역의 토양 또한 사토, 즉 모래 땅인데요. 그러다보니 땅이 척박하고 건조한데, 이러한 환경은 상대적으로 건조함에 강한 소나무에게 유리해서 영동지방은 옛날부터 소나무가 분포하는 비율이 자연스럽게 높은 지역이에요. 결국 적지적수(適地適樹)라는 말이 있듯이, 습한 지역에는 참나무라든가 물푸레나무 등의 활엽수들이 구조적으로 분포하는 경향이 있고,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불고 양지인 능선부에는 소나무가 많이 분포하는 경향이 있어요. 인공복원을 할 것인지, 자연복원을 할 것인지, 심는다면 소나무를 어디에 심을 것인지 하는 것을 결정할 때 이러한 경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Q. 그렇다면 흔히 자연복원이냐, 인공복원이냐 라고 하는 복원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북미쪽 지역에서는 워낙 국토 면적이 넓다보니 대형산불이 나면 진화나 복원에 있어서 굳이 큰 비용을 쓰지 않아요. 산불 이후에 경사가 완만한 지역에 한해서는 자연적으로 복원도 잘 되는 편이고요.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 동해안 산불피해 당시에도 인공복원과 자연복원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고, 다양한 입장들이 논의하여 인공복원을 52%, 자연복원을 48% 의 비중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합의를 했었는데요. 그리고 20여년이 흘렀는데, 당시 고성 산불피해지를 보면 소나무 용기묘로 식재를 한 인공 조림지도 활착이 잘 되었고, 자연 복원지도 복원이 잘 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답니다. 그러니 어떤 식의 복원이 정답이라고 아직 단정 짓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보다 중요한건 숲의 공익적인 기능에 있어서 어떤 목적, 가치를 우선으로 둘 것이냐에 대해 먼저 합의와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에요. 어떤 숲은 생태적으로 생물다양성의 측면이 강조되어야할 수도 있겠고, 어떤 숲은 산사태를 방지를 위해 시급하게 인공복원이 필요할 수도, 벌기령이 된 나무들은 벌채를 할 필요성도 있겠지요. 특히 우리나라는 목재 자급률이 낮아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인데, 산불피해를 입은 나무는 목재로서 가치가 없기 때문에 목재 생산이 목적이라면 피해목을 제거하고, 나무를 심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에는 필요에 따라 자연적으로 복원을 하기도 하고, 경제림 단지를 조성해서 나무를 심기도 하는 등 합의한 방향에 따라 자연복원과 인공복원을 함께할 필요가 있겠지요. 그리고 나무를 심는다고 한다면, 심는 나무의 수종 선택에 있어서도 산주, 전문가, 지역주민, 정부부처 간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Q. 앞서 산불의 특성과 산불을 둘러싼 이슈들에 대한 교수님의 설명을 잘 들었습니다. 사실 이시영 교수님께서는 산불이 주는 숲의 피해 뿐만 아니라, 사람과 지역사회에 주는 피해(재산, 인명 피해)에도 관심이 많으시고, 재난관리 측면에서의 산불 연구를 많이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현재 우리나라 산불진화체계는 어떤식으로 작동이 되고 있나요?
A. 산불 진화의 책임은 산림의 관리주체, 즉 산림청에 있답니다. 산림청이 최종 책임기관이지요. 대개 일반 시민들은 산불은 물론 화재가 나면 119로 전화를 하는데, 엄밀히 구분하자면 건물, 시설, 인명 화재에 대한 책임은 소방청에, 산불에 대한 책임은 산림청에 있고, 산림청에서 진화를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소방청에서 관여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신고를 산림청으로 인계하고 업무 지원을 해주는 유관기관으로서 역할을 한답니다.
1차로 산림청에서는 산불이 발생한 해당지역 지자체와 함께 산불 진화 시스템을 운영해요. 진화 작업에는 주로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봄, 가을 철에 한시적으로 고용되어서 활동하는 산불감시원과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투입됩니다.
그 외에 지방산림청 소속의 산불전문 특수진화대가 있어요. 특수진화대 분들이 현장에서 고생을 많이 하지요. 특수진화대는 통상 10개월 정도 단위로 계약을 하는 계약직이었는데, 이제는 1년 단위로 늘려서 고용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더욱 역할이 중요해질 직업이니, 양성도 많이 해야하고, 직업의 안정성도 확보해주어야 해요.
또 진화헬기 아시지요? 진화헬기는 산림청 항공지원부서에서 관할하는데, 우리나라 어느 곳에라도 골든타임인 30분 이내로 출동할 수 있도록 권역별로 존재하는 산림항공관리소에 위치해 있어요.
기본적으로 산불은 지역에서 1차적으로 불을 잡고 진화하는 체계가 잡혀있어야해요. 지역에서 출동해야 접근이 쉽고 빠르고, 무엇보다도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들이 빨리 끌 수 있지요. 교통수단으로 접근할 때에도 어떤 길이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인지를 알 것이고요.
대형산불이 잦은 강원 지역의 경우, 2017년 강원도 동해안산불방지센터가 생겨 그 이후 강원지역 산불방재의 헤드쿼터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Q. 우리나라의 산불은 주로 실화, 방화와 같은 사람들에 의해 일어나는 인재(人災)라고 들었습니다. 한순간의 실수나 사고로 굉장히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인데요. 실수나 사고, 고의적인 방화는 아무리 노력해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어, 조금은 답답한 마음이 들어요. 또 농산촌과 도시의 상황이 다를 것이고요. 산불 예방 시민 캠페인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A. 말씀하신대로 국내 산불은 대부분 인재에요. 그래서 시민 인식 증진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고의성 방화나 담뱃불로 인한 입산자 실화가 많이 알려져있지만, 농촌의 소각 행위로 인한 산불 역시 끊이질 않고 있어요. 이에 대해서 정책적으로, 산불 위험이 덜한 날을 골라 산불진화대원을 배치한 뒤, ‘한날 한시에 시간을 정해 모여 함께 소각을 하게하는 공동소각제도’를 운영한 적도 있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실효성을 거두지는 못했어요. 현재는 법이 개정되어 원칙적으로 모든 소각은 다 금지하고 있답니다. (야외 논밭에서 소각 행위를 하는 것을 보신다면, 119에 신고해주세요! - 생명의숲 주.)
실화의 패턴은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과수원, 농장에서 나온 ‘폐기물’을 태우다가 불이 옮겨 붙는 경우인데요. 이를 막기 위해 생활영농폐기물을 수거하는 제도를 환경부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은 계속 나고 있어요. 다른 하나는 병충해 예방을 위해 관행적으로 논밭을 태우다가 불이 옮겨 붙는 경우인데요. 농촌진흥청에서 실제로 병충해 예방 효과가 있는지 실험을 했었는데, 태우는 행위가 농사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해요. 해충도 죽지만 익충도 함께 죽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직도 관행적으로 농촌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이에요. 인식 개선이 필요하죠.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의 지침이나 방침 등은 이미 충분히 잘되어있는데, 이러한 것들이 시민들에게 충분히 닿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산불감시원 제도도 지역별로 잘 운영하고 있지만, 좀 더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봐요.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을 모아 교육을 하는 것, 그리고 숲과 인접해있는 민가 주변에 있는 산불의 연료가 될만한 것들을 제거하는 활동을 하는 것(산물이라면 우드칩이나 펠릿으로 가공해준다거나), 그리고 산불조심기간에 철저히 입산통제를 하는 것, 산불 실화 및 방화 시에 받게 되는 처벌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것 등이 필요해보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산불 예방에 대한 교육의 접근 방식을 다르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요즘 학교 교육에서 산불에 대한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현황 파악도 해보고, 많지 않더라도 한학기에 한번 정도 산불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 좋겠어요. 이미 잘 조직되어 있는 의용소방대나 방제단, 등산동호회 등과 같은 민간 조직(단쳬)과 적극적으로 협력해보는 시도도 좋을 것 같아요. 봄이 남쪽에서부터 오기 때문에 보통 남부 지방은 2월부터 시작해서, 중부 지방은 4~5월 경에 산불 발생이 높아지는데요. 이 시기에 맞추어 집중적인 지역 맞춤 혹은 대상 맞춤형 산불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예방 정책을 펴는 것도 필요해보여요. ‘산불 한번으로 모든 것이 다 없어지는구나’ 하고 깨닫는 게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계속 반복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