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숲은 모두가 누리는 5분 거리의 숲을 꿈꾸며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취약계층의 녹지 접근성을 높이며 녹지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복지숲 운동을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시설숲'에서 ‘차별없는 숲'으로
2007년, 사회복지시설에 숲을 선물하는 사회복지 시설숲에서 출발한 운동이 어느새 10년을 훌쩍 넘기게 되면서, 최근에 들어서 생명의숲에서는 신체장애인, 어린이, 노약자 등의 녹지의 '접근성'과 ‘이용형평성'을 높여내는 숲조성, 환경개선을 위한 ‘차별없는 숲’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서울농학교 뒷산으로 향하는 산책로의 보수 전, 후. 산책을 위험하게 만들었던, 오래되어 부식되고 깨져있던 산책로가 튼튼하게 보수된 모습
활동의 초창기에는 복지관을 이용하는 청소년, 노년층 이용자들이 그린리더 활동의 주체가 되었고,
2018년부터는 활동 범위를 확장하여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일상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숲을 서울맹학교에 조성하고, 숲을 경험할 수 있도록 그린리더 활동을 함께했는데요.
이듬해인 2020년부터는 서울맹학교의 바로 이웃에 자리잡고 있는 국립서울농학교의 뒷산 산책로를 학생들이 이용하기에 좀 더 안전하게 보수하는 활동과 함께, 우리학교의 숲과 더 친해지는 <그린리더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서울농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개교 100주년 기념비 뒷편으로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270년의 느티나무가 학생들을 반겨준다.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와, 수형이 아름다운 팽나무
서울농학교 그린리더 프로그램의 시작 (2021)
처음 생명의숲 시민활동모임 숲친 선생님들과 함께 방문한 서울농학교는 그린리더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하기에 충분한 곳이었습니다.
교정 뒷편을 둘러싸고 있는 뒷산은 가파르지 않아 산책하기 적당한 코스였고,
다양한 나무와 식물들로 어우러진 환경의 산책로를 걷다 보면 간간히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지요.
학교 교정 사이사이에는 보호수로 지정될 만큼 오래된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또한 멋지게 자리잡고 있었고요.
아직 농학교 학생들과 만나본 적은 없지만, 봄부터 시작될 숲체험 활동이 왠지 풍성하게 진행될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 )
(당시까지만 해도 서울농학교 학생들은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뒷산 숲을 체험하고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고 합니다)
2021년 그린리더 활동을 담은 그린로그(Green-Log) 영상
농학교에서의 숲체험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 것이 좋을까?
서울농학교 그린리더 프로그램 첫 해는 활동 운영에 있어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마주할 수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요즘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는 학교숲이나 공원에서 경험하는 숲해설, 숲체험 프로그램 운영이 활성화되어 있는데요. 일반적인 숲체험 프로그램은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말(음성언어)'로 진행되는 현장을 상상하게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농학교에서의 숲체험 활동은 진행방식이 달라야 했는데요. 농학교 학생들은 청력의 정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인공와우, 보청기 등 개인의 상황에 맞는 보조기구의 도움을 받으면서 동시에 어느 정도의 음성언어로 소통이 가능한 학생들도 있는 반면, 수어(手話)를 통해서만 소통이 가능한 학생들도 함께 있어 소통방식이 다양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그램 진행에 앞서, 진행 숲친과 활동가 대상으로 '청각장애의 이해' 교육 등을 통해 특수아동 교육환경 및 농학교 학생들의 상황에 대해 학습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물론 이는 이론 학습일 뿐, 결국엔 활동현장에서 부딪히며, 아이들과의 소통을 고민하고, 보완해나가야 했습니다.
우리학교의 자연, 계절에 따라 다르게 변화하는 뒷산숲의 꽃과 나무들, 나무 사이에서 발견한 새의 둥지 등 그린리더들에게는 많은 것들이 처음보는 신기한 광경이었는데요.
비록 보고 느낀 것에 대한 감상을 모든 그린리더들과 표현하며 주고받기엔 부족함이 있었지만, 활동을 통해 관찰하고 만져보고 냄새맡고 좋아하며 감탄하는 과정은 처음 경험하는 소중한 순간들이었습니다.
학교를 둘러싼 숲을 이루고 있는 여러 식물들을 지도 위에 완성하고, 각자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는 활동 마무리를 하며 손수건으로 제작했다.
꽃과 나무와 곤충을 잘 관찰하고, 손으로 그리며 표현해내는 그린리더들의 역량으로
2022년의 그린리더 활동은 소통 방식을 개선하면서, 그린리더들의 역량을 좀 더 펼칠 수 있도록 숲활동 지도를 완성해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농학교 학생들은 그림그리기에 소질이 있고 재미있어하는 친구들이 특히나 많았는데요. 아무래도 눈으로 관찰하는 감각이 남다르기 때문에 잘 보는만큼, 그림으로도 잘 표현해낼 수 있는듯 합니다. 그린리더들이 재능을 더 뽐낼 수 있도록, 활동을 진행하며 산책로에 앉아서, 애일정(정자)에 둘러앉아 오늘 관찰한 자연을 틈틈이 그려보았습니다. 그리고 숲친 선생님과 함께 넓은 학교교정, 뒷산숲에서 관찰한 식물의 위치도 활동지도에 표시해가며 지도를 함께 완성했지요.
한국농아동교육연구소에서 진행해주신 그린리더 숲친 역량강화 교육
농사회와 농문화의 이해
특히나 활동가에게는 2022년 여름, 숲친선생님들과 함께했던 역량강화워크숍이 기억에 남는데요.
한국농아동교육연구소에서 진행해주신 <농사회와 농문화의 이해> 교육에서는 ‘청인(聽人)'의 입장에서 농사회와 농문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병리학적인 개념인 ‘청각장애인'과, 시각적인 문화, 즉 수어 사용을 기반으로 한 '농문화'를 형성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농인'이라는 용어는 의미적인 차이가 존재하는데요. 그런 만큼 농학교에서도 음성언어 사용이 활동진행의 주요한 방식이 되어서는 안되며, 수어를 사용하는 농학교 학생들까지 함께하는 활동이라면, 전문 수어통역사를 동반한 진행이 의사소통 뿐만 아니라 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적극성에도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운영 여건상, 매 활동에서 전문수어통역사를 동반한 진행은 어려웠기에, 학교선생님의 수어통역과 함께, 미니화이트보드, 다양한 시각자료와 활동도구를 활용하고 아이들의 눈을 맞추면서, 천천히 활동을 진행하는 등 진행방식을 조금씩 개선해 나갔습니다.
아무래도 활동이 2년차에 접어드니, 그린리더들도 숲을 경험하는 활동이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으로 다가오게 되었는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는데요. 그린리더들 뿐만 아니라, 활동의 회차가 더해지며 농학교에 오래 계셨던 학교 선생님들조차도 그동안 몰랐었던 우리학교의 숲, 나무에 대해 잘 알게되는 시간이라는 후기를 활동현장에서도 심심치않게 들을 수 있었답니다.
가을 단풍잎으로 꾸며본 나의 얼굴
고사리 손으로 캐낸 수확물은 소박했지만~ 텃밭농사도 함께한 2023년 그린리더활동
작년에 진행했던 그린리더 활동에서는 기존의 숲체험활동에 더해, 학교의 텃밭농사를 계절에 따라 함께 해보기도 하였는데요. 텃밭농사 활동의 주기가 잦지 않아 농사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긴 하였지만, 그린리더들이 직접 작물을 심고, 물을 주고, 계절에 따라 (아주 작은 양이었지만) 수확을 경험해볼 수 있었지요.
그리고 올해 활동에서도 하나의 프로젝트를 미리 계획하고 함께했는데요. 오늘 활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내가 관찰한 숲 등을 그림으로 표현해 우리만의 책으로 엮어내는 <그린리더 숲케치북>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린리더 숲케치북> 보러가기
농학교 그린리더들과 함께 경험하고 발견한 숲
이전에는 그저 학교의 배경으로만 존재했던 우리학교 뒷산과 학교 교정의 나무들이 그린리더들의 관심으로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기까지
3년 동안 함께한 서울농학교 그린리더 숲체험 활동.
앞서 말씀드렸듯 소통방식에 있어서 생명의숲에서의 고민은 끊임없이 존재했는데요. 2023년
하반기에는 농학교에서의 지원으로 고학년 활동에서 전문수어통역사와 함께 활동을 진행해볼 수 있었고, 특히나 수어를 사용하는 그린리더들의 참여도, 공감대 형성에 있어서 눈에 띄게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모든 활동에서 전문수어통역과 함께 활동을 진행했다면 훨씬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지요.
그럼에도 숲친선생님들의 기획과 운영으로 함께한 숲체험활동에 대한 가치와 진정성이 전해졌는지, 그린리더들 뿐 아니라 농학교 선생님들의 활동 참여와 높은 관심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그린리더 활동 이후에도 농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아름다운 뒷산숲, 학교숲을 자주 산책하고 경험하고, 그 경험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시간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아쉽게도 서울농학교 그린리더 프로그램은 2023년을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를 하게 되었는데요.
농학교 학생들을 마주하기 전, 걱정스러우면서도 설렜던 시기를 지나,
해가 더해질수록 아이들과 함께 봄, 여름, 가을, 겨울 숲에서 머물고 신나게 노는 시간이 너무도 익숙해질 때까지.
그 시간 속에는 언제나 활동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운영하고, 평가하고,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는 등
머리를 맞대어 재밌는 활동을 함께 고민해주신 서울농학교 숲친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2023년 12월 진행된 그린리더 수료식 (왼쪽부터 박진선, 나정미, 김순애 숲친)
그린리더 활동을 마무리하는 숲친 선생님들의 활동 소감
3년동안 3,4학년을 담당해서 대부분의 아이들과 만난 덕분에 아이마다 정이 들고 발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초기에는 프로그램에 무심하던 선생님들도 프로그램에 들이는 정성과 가치를 깨닫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 (숲친 나정미)
2023 숲체험은 텃밭농사를 겸한 한 해였다. 작물을 수확하며 만난 곤충들을 관찰하는 새로운 경험, 활동가, 선생님들의 협조로 참신한 아이템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아이들 그림으로 책을 완성한 점 등 모두 수고가 많았다. 2년 전보다 부쩍 자란 아이들은 자연을 보는 눈이 많이 성장했으며 학교 선생님들 역시 숲을 바라보는 안목이 확장된 느낌이 들어 고마운 경험이었다. (숲친 김순애)
(마지막 12월 활동에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겨울숲을 산책하며 오히려 편한 마음으로 서로를 마주할 수 있었던 거 같다. 그동안의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서로에게 익숙해지며 영상과 책을 통해 엮어진 올 한해 활동들을 다같이 감상하며 그 시간들이 모두에게 뿌듯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숲친 박진선)
긴시간 서울농학교 그린리더 활동을 아주 즐겁게 함께해주신 김순애, 나정미, 박진선 숲친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
생명의숲에서는 국립서울농학교 운동장을 ‘숲이 있는 운동장'으로 개선하는 활동을 진행중인데요. 시민들이 차별없이, 도시 어디에서든 가까운 거리에서 숲과 공원을 만나볼 수 있도록 숲을 조성하는, 사회복지숲 ‘차별없는 숲' 활동과 더불어, <숲이 있는 운동장> 활동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된 서울농학교 그린리더 프로그램은 BNP파리바 카디프생명의 후원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생명의숲 후원 http://bit.ly/supportforest
*생명의숲 소식이 듣고 싶다면, http://bit.ly/newsforest
문의 : 도시숲팀 02-735-3232 make@fore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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