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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활동가 탐구생활 - 여전히 ‘활동하는 사람’ 이고 싶은 최승희 신임 사무처장 주소복사


여러분은 혹시 생명의숲 활동가의 이야기가 궁금한 적이 있나요?

여기! 분명, 누군가는 궁금해할꺼라는 생각으로 유쾌하게 뭉친 회원들이 있는데요. 

직접 기획, 질문, 인터뷰를 진행한 강민경, 김유리 회원님의 활동가 탐구생활 콘텐츠 - 최승희 활동가(사무처장) 편을 전합니다. 



나른한 햇살이 비추던 월요일 오후, 약속 시간을 조금 지나 특유의 미소를 머금고 나타난 최승희 활동가.

오후 휴가를 내어 만나기로 한 그날도 갑작스레 회의가 잡혀 약속 시간을 조금 늦췄을 만큼 연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생명의숲 신임 사무처장을 사무실 근처의 작은 카페에서 만났다.




▲ 사무실 근처 카페에서 만난 최승희 신임 사무처장



# 사무처장의 세계로 풍덩



안녕하세요. 인터뷰 시작하기도 전에 계속 전화가 와서 바쁜 처장님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은데요.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 인터뷰 보셨나요? 활동가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개인적으로 복잡한 마음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전임 처장님이 굉장히 애를 많이 썼구나 하는 느낌도 있었고요.

전임 사무처장님이 만들고자 했던 조직 내의 수평, 자율, 분권, 협업 등의 가치가 좀 더 잘 구현될 수 있도록 곁에서 가까이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에게 남겨주신 메시지도 잘 보았어요. 저는 또 제가 가야 할 길을 가려고요. (하하) 



사무처장이 된 지 두 달 된 걸로 아는 데, 두 달간의 소회를 들려주신다면요?


실은 제가 성격상 조직이나 사람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하하) 조직에 관심이 생기는 과정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활동가들에게도 더 관심과 애정이 생기고 있어요. 



조직 내에서의 변화 말고, 조직 외적으로 본인 일상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아직은 얼마 되지 않아서 일상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아요. 조직 안에서는 일을 대할 때 전처럼 내 중심으로 마음이 앞서기보다는 그 일의 주체가 되는 활동가가 잘할 수 있도록 (그 활동가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 지난 3월 23일 산불정책진단 토론회에서 발제 중인 최승희 신임 사무처장 (2023)



사무처장이 되고 나서 첫 공식 행사는 무엇이었나요? 아무래도 다른 마음가짐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지난 3월 18일에 진행한 산불피해지 복원 나무심기 행사가 공식적인 첫 자리였어요. 그다음은 3월 23일에 있었던 산불정책진단토론회 자리였죠. 나무심기 행사 때는 사회를 보고 토론회에서는 발제를 했는데요, 제가 보통 어떤 자리에서도 긴장하거나 떨지 않는 편인데 이때는 더 잘해야 할 것 같아서 조금은 긴장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전국 사무국장단 회의는 15년의 활동 중 처음 참석해 보는 자리이기도 했어요. 어떻게 회의를 주재해야 할지 조금은 어색하더라고요.


 

사무처장이 되기로 한 마음의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사무처장이라는 역할을 하려면 그동안 지닌 내 성향을 뛰어넘어야 하는 도전이기도 할 텐데요. 나의 활동에 집중하고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역할에 뛰어들게 된 지점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저를 스스로 넘고 싶었어요. (하하) 그간 활동 속에서도 활동가에게 관심을 두는 것, 조직 일에 관여하는 것, 일 외에 사람들을 챙기는 것, 제가 활동했던 산림 분야 이외의 분야를 공부하는 것 등에 있어서 어떤 계기가 있지 않으면 하기 어렵더라고요. 사무처장 제안이 안 왔다면 기존에 했던 산림 정책 활동에 만족하면서 그것에 집중하며 일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제안 받으면서 일과 사람을 더 넓게 볼 수 있는 도전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넘어야 할 일을 스스로 넘어서지 못한다면 상황적으로라도 그렇게 만들어서 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무처장으로서 요구되는 역할은 저 스스로 넘지 않고는 하기 어려운 일이 많은 것 같아요. 지금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자립’에 대한 것인데 그 중 재정 자립에 대한 고민이 커요. 그걸 넘어서기 위해서 돈에 대한 고민이나 회원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재정 확보를 위한 역할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하죠. 그동안 제가 해왔던 산림조사나 모니터링 등의 일은 저에게 너무나 익숙한 일이지만 재정에 대한 고민이나 전국 조직을 고민하고 소통하는 일 등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 공부해야 하는 일이에요.


처음 사무처장을 제안받고 두 명의 지인에게 이 제안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는데, 그중 한 분이 ‘누구도 준비된 사무처장은 없고, 그런 역할을 할 만한 사람에게 제안한 것’이라는 말에 좀 더 힘을 받고 수락했던 것 같아요. 활동가의 관계를 잘 푸는 것도 중요한데, 제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죠.





▲ 그의 오랜 활동지였던 남산에서, 소나무 조림지를 시민 활동가에게 설명하는 최승희 활동가 (2019)



말씀하신 것처럼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컸을 듯한데, 가장 고민되었던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사람과의 관계인 것 같아요. 저는 일 중심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잘 풀어갈지가 가장 큰 과제인 것 같아요. 생명의숲의 조직 분위기는 일 중심보다는 관계 중심적, 사람 중심적인 조직이기도 해서 (제가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서) 그걸 잘 넘어설 수 있을지도 고민되더라고요.




▲ 최승희 활동가와 인터뷰어 강민경 회원



신임 사무처장으로서 조직 안에서 제일 집중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자립’이에요. 조직 운영의 방향과 목표와도 연관이 될 텐데요, 조직의 재정자립, 활동의 자립, 지역생명의숲의 건강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립, 활동가 역량에 대한 자립 등에 대한 것이죠. 



자립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실험을 구상 중인지 궁금해요.


사무처장이 되고 나서 90%는 재정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현재 재정자립을 모색하기 위한 ‘재무구조개선 TFT(태스크포스팀(Task force team))’를 구성해서 논의 중이에요. 재정자립은 활동의 구조 전환과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활동의 방향에 대해서도 활동가, 임원, 회원, 지역생명의숲과 생각을 나누고 싶어요. 생명의숲이 사회적으로 해야 하는 역할과 활동에 대한 고민, 이를 위한 재정확보 방안 등에 대한 고민을 같이해야겠죠. 생명의숲은 13개 지역조직이 함께하기 때문에 전국조직으로서 갖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 힘을 살려서 활동의 방향과 목표를 함께 모색해 보고 싶어요. 물론 지역별로 상황이 다르지만, 올해는 좀 더 상황을 알아보면서 협력의 지점을 찾아 보려고 해요. 그래서 올해는 지역 생명의숲에 인사도 드릴 겸 놀러 가는 마음으로 가볍게 만나보려고요. 그리고 우리 활동가들과는 일단 친해지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워크숍이나 MT도 가고요. (하하) 조직도 준비가 필요하고, 저도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올해는 준비하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친해지기 위해 워크숍을 하겠다는 말씀에 활동가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지는데요? (하하) 관계를 더 편안하게 가져가기 위한 접점을 다양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로 들리네요. 지난 두 달 사이 전임 사무처장님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구한다거나 하는 이유로 연락한 적이 있을까요?


업무와 관련해서는 아직 없었어요. 오랜 시간 활동을 하시다가 휴가를 떠난 것이기 때문에 그 시간을 지켜주고 싶기도 했고요. 어찌 됐든 과제는 저에게 주어졌고, 이 과제는 지금의 활동가들과 같이 풀어가야 하겠죠. 누구에게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활동가들과 일단은 같이 풀어가고 싶어요. 물론 유영민 전 처장님이 1년의 휴가를 보내고 난 뒤 활동가로 돌아오면 이 고민을 나누어서 함께 하겠지만요. 





▲ 활동가 역량강화 사업으로 찾았던 싱가포르에서 열심히 나무 공부 중인 최승희 활동가 (2019)



지난번 유영민 전 사무처장님을 인터뷰할 때도 같은 질문을 드렸는데, 최승희 사무처장님이 생각할 때 생명의숲만이 갖는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우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연대의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활동 영역인 ‘숲’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활동의 친근감도 있고요. 그리고 숲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보고, 생각을 모아 내고, 해결하는 힘도 있다고 생각해요.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무엇에 있는 걸까요?


문제를 대안 중심적으로 풀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해요. 그 이슈와 내용을 잘 아는 지역과 사람이 있다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숲과 관련된 이슈와 문제를 풀 힘도 생명의숲에게 있다고 보고 있어요. 우리는 항상 그런 문제들을 고민해 왔기 때문이죠.



# 15년 차 활동가, 최승희 엿보기  


생명의숲에서 활동한 지 15년 정도 된 것으로 아는데요, 15년 전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면 처음 생명의숲과 함께 하게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2008년 2월 11일에 활동을 시작했어요. 전공이 이쪽 분야이기도 해서 숲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어서 들어왔어요. 당시에 NGO 활동가나 관련 분야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NGO에 들어오게 되었네요. 실은 대학 시절 한 학기 동안 생명의숲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했어요. 그래서 생명의숲을 알게 된 부분도 있었죠. 



오! 그때부터 인연이었다니! 저희도 예전에 처장님과 오랜 시간 활동을 함께 했었는데 이 사실은 새롭네요. 자원봉사를 했던 학생이 활동가가 되고 이렇게 사무처장까지. 와~ 무언가 이 자체로도 처장님만의 서사가 있어 보여요. 과거로 잠시 돌아가서 처장님의 신입 활동가 시절을 떠올려 보면 어땠나요?


지금 생각해 보니, 망나니였던 거 같아요. (하하) 




▲ 과거를 생각하며 웃음을 참는 최승희 활동가 



이 말 그대로 인터뷰에 실어도 되나요? (하하)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과거의 나를 지금 뒤돌아보니 제  활동의 시간은 방황과 욕구불만으로 채워졌던 것 같아요.(하하)



지금 돌아봤을 때 그때의 내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과거의 내가 있었기에 사무처장을 하는 동안 활동가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되지 않았을까 해요.


그렇지만 좀 더 건강하게 풀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더라고요.



그동안 생명의숲에서 주로 어떤 활동과 역할을 했었나요?


처음 들어왔을 때는 신혼부부 대상의 탄소중립 캠페인으로 ‘러브그린캠페인’과 관악산/세계평화의숲/호암산 숲지킴이 등 양성교육도 담당했어요, 관악산 숲길가꾸기 활동과 사회복지시설 숲운동도 했었고요.

도시숲운동과 산림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활동, 정책 활동도 오랫동안 해왔고, 소나무재선충병 모니터링, 숲가꾸기 모니터링, 산사태 등 재해 관련 모니터링 등도 하고요. 남산 숲가꾸기 활동, 산불대응을 위한 산림복원 활동도 했고요. 공존숲운동도 오래 해왔어요.




▲ 활동가 대상 도시공원일몰제 스터디에서 서리풀공원에 대해 설명 중인 최승희 활동가 (2020)



오랜 시간 활동해 온 만큼 웬만한 현장 활동은 다 경험해 본 것 같은데요. 이 많은 활동 중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요?


3가지 활동이 떠오르는데요. 우선 사회복지시설숲운동은 사회복지시설에 있는 아이들이 숲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시설 내에 숲을 조성하고, 시설 내 아이들과 환경교육도 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사회복지시설숲의 가치를 축제 형태로 알리기도 한 활동이었어요. 동명아동복지센터는 오랜 시간 사회복지시설숲운동을 함께 하며 어느 정도 자생적인 활동체계를 만들어서 자원봉사자와 센터가 스스로 숲을 가꾸고 교육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체계를 단단히 만들려고 하던 차에 담당자가 그만두게 되어 이어 나가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요. 이 운동 모델을 좀 더 확산시키고 싶었지만, 공간의 특성이나 관리 인력의 문제, 사유지를 대상으로 하는 부분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남산 숲가꾸기 활동도 기억에 남는데요. 남산의 유해식물 제거나 칡덩굴 제거, 가지치기 활동 등 숲관리 활동을 해왔는데, 3년 동안 하면서 이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던 점이 의미가 있었어요. 


공존숲 활동 역시 기억에 남아요. 전국에 공존숲 조성 시범 대상지가 몇 곳 있었는데, 대전의 경우 생명의숲과 설계사, 시공사 등 여러 관계자가 모여서 산림을 어떻게 가꾸면 좋을지 여러 번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 조림 실패지였던 곳을 다시 복원했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어요. 각자 서 있는 위치가 달라도 같은 목적으로 이 숲을 어떻게 복원하면 좋을지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마음, 현장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시민의 힘으로 함께했던 남산 숲가꾸기 활동에서 (2018)




# 더 궁금해질 생명의숲을 위한 포부



생명의숲 홈페이지에서 신임 사무처장 인사글을 봤어요. 아무래도 인사 글을 쓰기까지 한 자 한 자 고민해서 썼을 듯한데, 얼마나 고심해서 썼나요? (하하)


많은 분께 사무처장이 되어 처음으로 전하는 글인 만큼, 짧은 인사 글이지만 고민은 꽤 오래 해서 썼던 것 같아요.



이렇게 많이 고민해서 인사를 전했는데, 조회수가 얼마 안 되어서 저희도 아쉽더라고요. 회원님들께 처장님의 인사가 닿을 수 있도록 좀 더 알리면 좋을 듯 해요. (하하) 신임 사무처장 인사 글에서 ‘더 궁금한’ 활동이 될 수 있게 하겠다는 다짐이 있었는데, 어떤 궁금증을 만들어 낼 예정인가요?


저와 친분이 깊은 어떤 회원님이 예전에 ‘생명의숲의 활동은 궁금하지 않다’라는 말을 했어요. 정리된 결과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나와 그렇게 상관있지 않은 일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당시에 이 말을 듣고 고민이 많았어요. 궁금하다는 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하는. 회원들에게 궁금증을 어떻게 자아내게 할지, 생명의숲 활동의 고민과 과정을 어떻게 나누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들더라고요. 활동의 단편적인 정보만 전달되기 때문에 그 안에 고민과 생각이 끼어들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고 느끼실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좀 더 담론의 자리를 만들고, 사람들의 생각이 들어올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활동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무처 활동가들만 하는 것이 아닌 활동이 되도록 말이죠. ‘활동’이라는 건 사회에 궁극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인데, 영향력은 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알고 같이 고민하고 떠들 수 있는 그런 장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생명의숲 활동의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과감하게 하겠다’라는 메시지도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과감한 시도와 도전을 해보고 싶은가요?


생명의숲에서 여러 시도와 도전할 기회가 있다고 얘기한 부분은 생명의숲이 유지하는 것을 잘하는 조직이고, 그래서 시도와 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어요. 가끔 시도와 도전을 무모하다고 느끼는 조직적 이미지가 제게도 느껴지기도 했어요. 활동가들이 생각하는 걸 시도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조직이 같이 힘이 되어 시도해 주고 실패하는 과정도 함께 겪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일이든 도전이 있고 성공과 실패의 과정이 있으니까요. 활동가들이 시도하기 전에 접지 않았으면 좋겠고, 또 시도했지만 실패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고 나서 다시 도전하면 되니까요. 엄청난 전환과 변화는 아니더라도 지금의 재무구조개선 TFT에서도 그런 시도와 도전들을 조금씩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그동안 생명의숲은 다른 단체들에 비해 여러 시도와 도전을 모색해 온 이미지가 컸는데, 처장님의 말씀이 다소 뜻밖이기도 하네요.


오랜 시간 동안 활동해오면서 조직 운영적인 측면에서 많은 시도를 했고, 잘 해왔는데요. 다만  조금은 활동(사업)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하기에는 인력 부족과 자원 부족 등의 문제로 조직적 구조를 만들어 주기에는 구조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도 하고요. 사업 구조를 변화시키고 활동가들에게 기획하고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구조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생명의숲 팀별로 담당하는 사업 규모가 큰데, 그 사업을 잘 수행해 내기 위한 인력이라는 자원이 갖는 한계가 큰 것 같아요. 이는 결국 재정의 문제와도 결부되는데요. 예를 들면 기존 사업을 유지하면서 정책활동을 병행하기에는 사업 체계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여러 재원 중 활동의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 비지정 기부금의 비율을 높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고요. 이는 곧 재원의 출처를 다양화하기 위한 시도가 필요함을 의미하기도 해요. 국내외 단체들이 어떤 방식의 재정자립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지 벤치마킹해서 고민해 보려고 해요. 사무처장이 되어서 무언가를 하겠다는 거대한 목표보다는 ‘시작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어요. 성과는 몇 년 뒤에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시작한다’는 것에 뜻을 두려고 해요. 중요한 건 ‘우리는 간다’는 거!  (하하)



처장님의 이런 고민에 있어서 활동가들과의 합의와 공감대도 중요하겠네요?


아까 언급한 재무구조개선 TFT에서 풀어 보려 해요. 생명의숲 이사 2명, 공동운영위원장, 운영위원회에서 추천한 운영위원, 사무처장, 조직팀장, 후원팀장, 활동가들이 추천한 활동가가 TFT에 함께 하고 있어요.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에 내외부 골고루 참여하고 있지요. TFT의 어느 이사님께서 생명의숲이 시대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어디까지 염두하고 고민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시기도 했어요. 저도 아직 구체적으로 고민하지는 않았지만, 답을 정하지 않고 가도 좋겠다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고, 수익 모델도 고려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죠. 변화의 방향이 어떻게 그려지게 될지 기대되기도 해요.



저희가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처장님의 인사 글도 자세히 뜯어보았어요. (하하) 그 중 ‘숲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말을 여러 번 강조하셨는데요, (생명의숲 비전에 명시되기도 했지만) 처장님이 생각하는 ‘숲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은 무엇인가요?


양극화에 대한 고민이 있는데요, 숲을 통한 ‘양극화 해소’를 하고 싶어요.  공간에 따른 차이, 정보의 차이, 이용에 따른 차이 등으로 숲을 이용하는 데에도 양극화가 발생하더라고요. 양극화를 해소하는데 숲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다소 교과서 같은 말일 수 있지만 숲을 통해서 건강 문제, 정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숲이 차이를 두지 않고 지역사회에 있을 때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최승희 활동가를 인터뷰 중인 김유리, 강민경 회원



사무처장의 임기 3년 뒤를 상상해 볼 때 어떤 사무처장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나요?


자립을 고민했던 ‘시작하는 사람’. 그 정도이면 될 것 같아요.



‘시작하는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용기 있는 발언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하하) 사무처장이라는 자리가 갖는 무게감이 있다 보니 시작 뒤에는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결과에 대한 책임이 연상되지 않을 수 없을 텐데요. 결과가 없다면 시작도 기억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그 길을 가는 동안 처장님은 어떤 형태의 리더십을 구현해 보고 싶나요?


먼저 생명의숲 활동이 활동가들에게 개인 자신의 비전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 것들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함께 가지면 좋겠어요. 나아가 임원, 회원분들께도 참여와 활동의 기회를 더 많이 열어 드리고 싶어요. 이런 것을 리더십이라고 하는 게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방향을 그려보고 싶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피드백을 주는 사람, 질문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라는 의미는 소통을 끝까지 하는 사람이고 싶다는 마음이고요. 그리고 질문에 대해 조직 안에서 진지하게 피드백되는 과정이 더 활발해졌으면 해요. 질문을 하고 답을 찾고, 또다시 질문을 하고 답을 얻는 그런 과정이 저는 성장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과정도 연습이 필요한 과정인 것 같아요. 저는 조직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기도 했어요. 질문에 대한 피드백을 다 받지 못한 때도 있어서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도 일이 많아서 이거나 그 순간에 답을 주기 어려웠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저도 물론 이런 과정을 잘 끌고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마음은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고 싶어요.



아마도 피드백을 준다는 의미가 꼭 답을 준다는 의미는 아닐 것 같고, 어떻게 보면 ‘반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으로 들리는데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처장님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서두에 고백했던 것처럼)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더욱 가져야 할 수도 있겠네요. 처장님이 언급한 것처럼 자기 자신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겠어요. 그런데 만약 질문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지금의 이 말을 활동가들이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누군가는 ‘헉! 앞으로 나에게 질문을 계속 하겠다는건가?’ 라고 생각하면서 긴장하고 있을 지도요. (하하) 활동가일 때 동료활동가나 리더에게 질문하는 것과 사무처장일 때 활동가들에게 질문하는 것은 듣는 활동가 입장에서는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하하)


그동안 함께 활동했던 선배들이 저에게 그런 역할을 보여줬던 것 같아요. (하하) 질문을 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들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경험들이 좋았고, 제가 성장했다고 느꼈던 지점이기도 해요. 그래서 꼭 정답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반응하고, 피드백 주고, 서로 질문하는 관계가 되고 싶어요. 어쨌거나 우리 조직은 고민하고 피드백을 준다는 마음이 서로 전해지면 좋겠어요. 답을 당장 못 주더라도 못 주는 이유에 대해, 지금은 아니더라도 좀 더 생각해 보고 피드백을 주겠다는 등의 반응을 전하고 싶은 거죠. 그리고 지난 정기총회 때 회원님께서 제안해 주신 의견 중 생명의숲 활동 내용이 좀 더 쉬운 언어로 표현되면 좋겠다는 말씀이 있었는데요, 앞으로 어떻게 활동에 반영하면서 회원님들께 피드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계속 남아 있어요. 



다른 환경단체들에 신임 사무처장 최승희 활동가가 이끄는 생명의숲이 어떤 단체로 기억되기를 바라나요?


함께 연대하는 단체에 힘을 주는 단체였으면 좋겠어요. 전임 처장님도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해주셨기 때문에 그 역할을 이어받아서 계속해 나가고 싶어요. 목소리를 좀 더 내고, 일을 더 잘하는 조직이었으면 하고요. 생명의숲은 충분히 더 잘 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무래도 재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으니, 사무처장으로서 자유로울 수 없긴 해요. 재무구조개선 TFT 속에서 운동의 방향이나 변화에 대해서 좀 더 함께 고민하고 싶어요. 



동료활동가에서 이제는 조직의 책임활동가가 되었는데요. 활동가들에게도 처장님이 조금 다르게 느껴질 것 같아요. 활동가들에게 따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가자! 일단 해보자!’라고 전하고 싶어요. 물론 ‘일단 가자’라고 했을 때 우려가 없지 않겠지만, ‘긍정의 메시지’를 갖고 같이 가면 좋겠어요. 평가는 나중에 같이 하더라도. 저 역시 기존에는 조직 내에서 비판적 목소리도 많이 내고, 제 갈 길을 간 적도 있어요. 당시에 처장님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때 처장님이 생각하는 바를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걸 하는 마음이 뒤늦게 들기도 했죠. 최근에 어떤 활동가가 그러더라고요. 우리가 결정한 것에 대해 일단 믿고 해보자고. 지금 시작하는 단계에서 너무 부정적 메시지를 주지 않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요. 그 말이 정말 고맙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불평과 불만도 애정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도 그랬으니까요.



유영민 전 처장님의 인터뷰 내용이 활동가들 사이에서 반향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이 인터뷰를 본 활동가들의 반응은 어떨 것 같나요? (하하)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하하) 제가 조금 더 인터뷰 준비를 하고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잠시 드네요.



마지막으로 유영민 전 처장님의 인터뷰 질문과 동일한데요. 자신에게 이 인터뷰 제목을 붙인다면요? 


지금 활동하는 사람, 최승희!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틈틈이 메시지를 확인하고 전화를 받는 모습에서, 새로운 시작을 활기차게 이어가는 ‘신임 처장’으로서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야기 속에 자주 언급하던  ‘도전’, ‘시작’, ‘피드백’ 등의 단어가 주는 설렘과 활력이 스스로 다짐으로 읽히기도 해서 절로 응원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동안의 활동 속에서 토로하던 고민의 시간의 마지막은 언제나 애정 가득히 생명의숲 운동의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본인은 기억하고 있을까?


조직과 사람에 관심이 별로 없었다고 하지만 누구 못지않게 동료를 생각하고 관계를 고민하고 함께하는 운동을 꿈꾸던 최승희 활동가! 당차고 단호한 말 뒤에 숨은 그만의 고민을 이제는 모두의 앞에 꺼내 두고 함께 나누고 해결하며 나아가기로 하며 자신의 벽 앞에 스스로 나와 마주한 최승희 활동가! 무엇보다 생명의숲을 향한 진지하고도 찐한 애정으로 지난 15년을 성실히 함께해 온 최승희 활동가의 발랄한 시작과 앞으로의 길에 놓일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에 진심을 담아 응원을 보낸다. 




▲ 인터뷰 소식을 듣고 최승희 활동가를 응원하기 위해 온 옛 동료이자 친구, 김승순 회원과 함께





인터뷰/기록/사진 촬영 | 강민경 회원, 김유리 회원

사진참여 | 김승순 회원

문의 | 후원팀 02-499-6198



* 활동가 탐구생활-최승희 활동가 편을 준비해주신 강민경, 김유리 회원님께 이 자리를 통해 감사 인사 드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회원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많은 분들의 관심 갖고 계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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