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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공존숲에서 생명을 마주하다 - 김천 수도산에서 만난 반달가슴곰을 생각하며 주소복사

공존숲에서 생명을 마주하다- 김천 수도산에서 만난 반달가슴곰을 생각하며.


곰이 나타났어요!”


일생을 살면서 지리산이나 동물원이 아닌 공간 속에서 반달가슴곰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2017년 6월 14일, 김천 공존숲에 신규 숲길 조성작업을 하고 있던 작업자들은 일터였던 이곳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그들이 만난 반달가슴곰은 간식으로 두었던 초코파이를 허겁지겁 먹고, 주스를 마셨다. 가라고 외치는 사람들의 소리에 숲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생각지도 않게 만난 곰은 배가고프면 먹이를 찾고 사람의 기척에 위협을 느끼는 생명이었다.


 <김천 공존숲에서 만난 반달가슴곰>


어디에 신고를 하죠?


반달가슴곰을 만난 사람들은 김천시와 생명의숲에 알렸다. 나는 곰이 숲 속으로 사라진 상황에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상황의 위험은 어떤 정도인지 파악해야 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국립공원 종복원기술원에 신고하는데, 보통은 경찰에 신고해요” 살면서 반달가슴곰과 마주칠 기회도 별로 없지만, 지리산 곰인지 사육곰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곰은 다 같은 곰 아닌가? 지리산 반달가슴곰을 관리하는 곳은 국립공원 종복원기술원이고 사육곰은 농가에서 관리하기 때문이란다. 생명은 하나인데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다. 김천시는 곰사육농가가 없는 상황에서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을 통해 현장 조사와 확인을 요청했다.


어디에서 왔을까요?”


지리산에서 왔을까? 지리산에서 덕유산등 소백산맥을 타고 김천으로 왔을 수 있지만, 반달가슴곰의 행동반경을 봤을 때 매우 희박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더 높이 비상하고 싶었던 조나단 리빙스턴처럼 더 멀리 자유를 찾고 싶어 김천까지 온 반달가슴곰들 중의 ‘조나단’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다.


아니면 사육 농가를 탈출했거나 사육농가에서 버려진 사육곰일 수도 있다. 김천시 주변에는 사육 농가가 없으니 탈출한 사육곰이라면 좁은 사육장을 탈출해 김천 공존숲에 오기까지의 여정이 험난했을 것 같고 사육 농가에서 버려진 곰이라면 곰의 지능이 6살 어린아이 정도라니 갑작스런 상황에 무척이나 당황했을 것 같다. 사람이라면 인생극장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야생곰이라면 김천 공존숲은 반달가슴곰에게는 집인 셈이다. 자기집에 어느날 사람들이 와서 간식을 놨고, 맛있게 먹고 눈을 떠보니 생소한 곳으로 옮겨진 상황인거다. 얼마나 황당할까? 어디에서 왔는지 곧 알게 되겠지만, 어떤 경우라도 반달가슴곰에게는 그만의 사정이 있을 것 같다.


곰이 잡힐까요?”


야생에서 만나는 곰은 만화에 나오는 아기곰 푸우와 다르다. 곰은 말 그대로 '야생 동물'이다. 때에 따라서는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서식지가 아닌 곳에 나타난 곰은  특별한 경우이기 때문에 어디서 왔는지 확인이 필요하고, 결과에 따라 관리 된다. 국립공원 종복원기술원에서는 현장 조사 후 포획을 위한 트랩을 설치하기로 했다. 현장 조사를 하러 간 곳에서 반달가슴곰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곰은 간식을 먹었던 길 주변에 다시 왔던 거다. 먹을 것을 찾았던 걸까? 사람 주변에는 잘 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얼마나 배가 고팠던 걸까? 트랩에는 곰이 좋아하는 꿀을 넣었고 다음날 아침, 포획되었다. 발견되고 하루만에 잡힌 곰은 3~4년생으로 아직 어린 곰이었다. 어린아이처럼 꿀을 먹고 좋아했을 곰을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짠하다.


어디로 가나요?”


반달가슴곰은 종복원기술원으로 옮겨졌고, DNA검사를 한다. 10일 전후로 어디에서 왔는지 알게 된다. 지리산 조나단이라면 환경부가 가지고 있는 종복원 계획을 전면 재검토 하고 곰의 행동반경을 고려한 서식지 중심의 계획으로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이 문제는 환경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는데, 지리산 조나단이라면 그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될 수 있겠다.


사육곰이라면 탈출했건, 버려졌건 원래 농가로 다시 돌아간다. 사육곰 대응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녹색연합에 따르면 전국 곰 농장은 2017년 3월 기준으로 36개 농가이며 총 660개체 곰이 사육되고 있다고 한다. 모두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되는 곰이라고 하니 다시 좁은 사육장에 갇혀 웅담만을 목적으로 전 생을 보내야 한다. 자의든 타의든 잠시나마 자유를 찾았던 반달가슴곰에게는 잔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탈출한 곰은 다시 농가로 보내지는게 아니라 정부에서 관리하는 정책이 마련된다면 어떨까? 동물의 생명권 측면에서 생각해 볼 일이다.


왜 공존숲까지 왔을까?”


DNA 결과에 따라 반달가슴곰이 살아갈 곳은 정해지겠지만,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왜 공존숲까지 왔을까?” 공존(共存)은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함을 의미한다. 생명의숲은 지속가능한 산림관리 실현을 위해 공존숲을 김천, 대전, 충주에서 진행하고 있다. ‘지속가능’이란 숲, 사람, 사회가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하는 ‘공존’ 그 자체이며 그 안에는 생명의 가치가 있다. 더 많은 생명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시민들과 함께 숲을 가꾸는 일에 행정과 기업이 함께 하고 있다. 김천 공존숲에 찾아온 반달가슴곰도 여기가 생명이 살아있는 생명의숲이란걸 알았던 건 아닐까?


생명과 마주하다. 공존숲


김천 공존숲에서 반달가슴곰을 만나고, 곰과 관련된 이슈로 시간이 정신없이 갔다. 아마 사람들은 온통 DNA 결과만을 기다릴지도 모르겠다. 일주일에서 열흘,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공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고 야생동물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숲, 환경을 위해 우리의 노력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다면, 기다리는 시간을 조금은 더 의미있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글 : 최승희 선임활동가


반달가슴곰 관련 자료제공 : 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