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
[지금지구] 시원한 도시를 위한 작은 숲 주소복사

시원한 도시를 위한 작은 숲


박찬열 / 국립산림과학원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장


2023년 뉴욕 타임즈에 우리나라 수도권에서 무료 지하철을 이용하는 어르신에 대한 기사가 보도되었다. 폭염과 열대야가 한창일 때 어르신을 위한 무료 지하철은 폭염 리스크를 줄이는 기후 위기의 적응 정책으로 보았다.



🔼 도시의 폭염


올해 기상청은 폭염 백서에서 최근 50년 동안 연간 폭염 일수는 10년에 1.2일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작년은 초여름 6월과 초가을 9월에 폭염이 있었던 유난히 더웠던 한 해이다. 또한, 열대야 전국 평균 일수는 20.1일로 역대로 작년에 가장 높았다. 폭염과 열대야가 있을 때, 어르신과 어린이 등 취약 계층의 건강 리스크는 올라가지만 숲 속에서는 폭염과 열대야의 힘이 약해진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 도시숲은 도심보다 폭염 일수가 최대 30%가량 적었다. 특히 야간에 도시숲 지역은 비열이 낮아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빨리 떨어진다. 열대야와 폭염이 가져오는 건강 리스크를 줄이는 해결사는 도시숲이다. 또한, 도시숲은 온열 질환뿐 아니라, 미세먼지 농도를 저감하여 호흡기 질환 등 건강위험도 낮춘다. 따라서, 올해 전 지구적으로 폭염과 열대야가 빠르게 찾아올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도시숲은 시민의 건강을 위해 더욱 중요하다.



🔼 도시 속 가로수 그늘, 가로수 협곡 


더운 여름에 도로 사이에 식재된 가로수의 숲그늘은 도시 열기를 식혀줄 수 있는 가로수 협곡(street tree canyon)이다. 나무와 나무가 연결된 협곡길에서 찬바람은 뜨거운 열기를 빼낼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도시숲의 기온 저감 효과를 분석한 결과, 숲은 도심보다 기온이 3~7℃ 낮다. 나무는 뿌리에서 가져온 물을 수증기로 뿜어내면서 숲 주변의 열기를 식혀준다. 숲은 뙤약볕을 가리는 그늘 효과뿐 아니라, 나뭇잎이 수증기를 뿜어내면서 더운 열기를 식혀주는 증산 효과가 있다. 특히 나무와 나무들이 이어져 숲 그늘을 만들고 그 아래로 찬바람이 통하면 폭염과 열대야에 대한 저항력은 강해진다.


한편,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14.07㎡로 국제적으로 제기되는 1인당 권고 기준인 15.0㎡에 93.8% 수준이다. 양적으로 도시숲은 적정 수준에 가깝지만, 골고루 분포하는 도시숲의 질적 수준은 아직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모든 가구가 300m 이내 거리에 최소 0.5ha 크기의 녹지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유엔생물다양성협약(CBD)의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는 생물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한 실천 과제로 도시숲의 연결성과 접근성 증진을 중점 추진 항목으로 두고 있다.


또한, 도시숲에 대한 세계 여러 도시의 슬로건을 보면 생활권에 있는 작은 숲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자연 속 도시(City in Nature)” 개념에서 정원 개념을 자연으로 확장시키며 자연과 인간의 접점이었던 정원에 자연과 도시를 포함하였다. 네덜란드의 “작은 숲(Tiny Forest)”은 지역의 원산종과 유기물 토양을 풍부하게 하는 자연숲을 모방한 숲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의 15분 도시는 사람들이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모든 일상 활동을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된 도시를 제안하였다. 광장을 소규모 숲으로 바꾸거나, 미니 정원, 녹색 지붕, 학교 운동장에 나무를 심어서 오아시스 운동장 등 숲 그늘을 만들기 위한 계획을 추진한다. 2017년 한국에서 열린 아태도시숲회의에 방문했었던 네덜란드의 세실 교수는 “3-30-300 규칙”을 제안하였다. 집, 직장, 학교 등에서 최소 3그루의 나무를 볼 수 있어야 하고, 모든 동네에서 30%의 “숲 지붕(tree coverage)”이 있어야 하고, 도시숲으로부터 300미터 이내에 거주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세계의 주요 도시는 작은 숲, 연결성, 접근성을 중요시하는 도시숲 실행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은 숲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민의 92%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그 중 절반은 아파트에 거주한다. 일상에서 처음 만나는 도시숲은 아파트 및 주택의 작은 숲이다. 교통섬의 서너 그루 나무와 아파트 입구의 한 그루 나무 그늘은 더운 여름에 뙤약볕을 이겨내는 숲 그늘이다. 작은 도시숲과 큰 도시숲이 연결되면, 찬바람이 도시로 불어들고, 박새가 찾아든다. 경쾌하게 소리내는 박새를 보며 일상의 시름을 달래고 찬바람으로 더운 여름을 이겨낸다.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도시숲은 시민에게는 편하고 소중한 공간이다.



🔼 네덜란드 tiny forest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지면서, 도시 전체 규모에서 도시숲이 제공하는 찬바람, 즉 “숲바람 서비스”의 중요성이 증가했다. 2022년 유럽 14개 주요 도시에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저소득층은 부유한 계층보다 도시숲 효과, 즉 숲바람 서비스의 혜택을 훨씬 적게 받았다. 이러한 불균형은 대체 냉방 대책을 마련할 여력이 없는 폭염에 취약한 계층에게는 건강 리스크를 증가시키고 사망률에 영향을 준다.

가장 취약한 사람들은 실외에서 일하거나 직장이나 가정에 적절한 에어컨이 부족한 그룹들이다. 도시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더라도 에어컨에서 발생하는 폐열은 도시 열섬을 강화하여 더 많은 냉방 수요와 에너지 블랙아웃으로 이어져 추가적인 건강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 일상 가까이 도시숲


“숲바람 서비스”는 나무와 도시숲이 시민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 중 하나이지만, 기후 위기시대에 그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숲바람 서비스”를 높이기 위해서는 계류와 물에 대한 접근성도 필수적이다. 나무는 광합성을 위해 이산화탄소와 물을 이용하여 산소를 우리에게 주면서 찬바람을 만들어 준다.

등하굣길과 출퇴근길의 보행 공간에 숲 그늘이 있다면 우리 삶의 질은 달라진다. 대규모 도시숲을 조성하는 것보다 작은 숲을 징검다리처럼 연결하기 위한 노력은 산림청, 지자체, 시민단체 그리고 지역주민의 적극적 참여로 가능하다.

도시의 작은 숲의 그늘은 모든 사람이 폭염을 이겨낼 도시의 중요한 양산이다. 가장 취약한 시민들에게 폭염의 영향을 줄이기 위한 시원한 도시는 작은 숲에서 시작한다. 기후 위기 시대에 도시숲의 혜택을 모두가 누리는 정책은 이제 도시의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생존 정책이다.




2025 지금지구 숲행동

숲을 지키고 숲을 더하여 기후위기에 맞서는 오늘 나의 실천

지금지구 숲행동
생명의숲 후원하기 : https://online.mrm.or.kr/nn9JxEg 
생명의숲 인스타그램 팔로우 : https://www.instagram.com/_forestforlife/

Logo
* 댓글은 <성명,비밀번호, 내용 입력 후 '로봇이 아닙니다' 앞 네모를 클릭> 하셔야 등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