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
[지금지구] 식목일, 우리가 알아야 할 산불의 실체 주소복사

식목일, 우리가 알아야 할 산불의 실체

– 기후변화가 만든 불길, 우리가 키운 위험지대 –


유영민 / 생명의숲 활동가


애도와 격려의 마음을 전하며  

먼저, 이번 산불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으신 모든 분들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잿더미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야 하는 피해 지역 주민 여러분께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글은 그분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80돌을 맞는 식목일을 맞이하여 전국 곳곳에서 나무를 심고 있음에도 또 어디선가 거세지는 산불재난으로 파괴되고 있는 숲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나무를 심는 것을 넘어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우리모두 함께 해보자는 취지로 글을 이어가겠습니다.  


산불, 우리의 터전과 삶을 위협하는 거센 불길   

전 세계적으로 산불은 점점 더 빈번하고, 더 넓게, 더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최근 캐나다, 호주, 미국, 유럽 남부,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수십만 헥타르의 산림이 불탔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강원·경북을 중심으로 대형 산불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5년 3월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에서 큰 산불이 발생하였습니다. 산불 발생 이후 대형산불로 확산되면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힌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되었습니다. 산불은 더 이상 계절성 재난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후위기와 밀접히 연결된 구조적 재난이며, 그 확산에는 분명하고 다양한 원인이 있습니다.

산불의 발생과 확산은 인위적 요인, 기후(기상)와 지리적 요인과 수종이나 생태적 요인이 상호작용한 결과입니다. 산불발생은 사람에 의해서지만, 산불확산은 바람, 공중습도, 수종 구성, 지형의 경사도, 숲의 관리 상태의 영향을 받습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와 강수 패턴 변화가 겹치며 산불은 ‘더 자주, 더 강하게’ 일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산불 발생은 사람 때문

인간의 부주의가 산불발생의 주요 원인입니다. 입산자의 실화, 캠핑장에서 제대로 끄지 않은 불씨, 무심코 버린 담뱃불, 쓰레기 소각, 농산촌의 농업 부산물 및 논밭두렁 소각 등이 작은 불길을 만들어내고, 결국 걷잡을 수 없는 대형 화재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불의 70% 이상 대부분이 이러한 인간의 부주의에서 비롯된다고 하니,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최근 10년 평균 산불 발생 원인 통계(출처_산림청 산림임업통계연보, 2024)]


기후와 기상 그리고 지형 - 산불 확산을 부추기는 근본 원인   

기후변화는 산불발생과 확산의 근본 원인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할수록 산불에 취약한 지역은 늘어나고, 화재 위험도도 상승한다"고 경고했습니니다. 실제로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대기 중 수분 보유 능력은 약 7% 증가하지만, 이로 인해 상대습도는 오히려 감소하고 식생은 더 빠르게 건조된다고 합니다. 또한 겨울철 강수 감소와 봄철 이른 고온 현상은 산림의 생리주기를 바꾸고, 조기 낙엽과 저수분 상태를 유발합니다. 즉, 기후변화는 산불의 연료를 더 쉽게 만들고, 산불의 계절을 확장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람은 산불 확산에서 가장 큰 물리적 요인입니다. 바람은 불씨를 수백 미터 떨어진 곳까지 날려 2차 화재를 유발하고, 불길에 산소를 공급해 연소 반응을 가속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봄철 강풍은 동해안 산불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바람이 시속 30km 이상일 경우 산불의 확산 속도는 최대 3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바람의 속도는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는 기후변화에 의해 육지가 고온으로 가열되기 때문인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 지역에서 발생하는 ‘산타아나 바람’처럼 한국에서도 ‘양간지풍(강원특별자치도의 양양군과 고성군 간성읍 사이에서 태풍에 비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봄철에 부는 고온건조한 바람)’ 같은 국지적인 강풍이 불면서 산불이 급속도로 퍼지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습니니다. 2022년 울진·삼척 산불 역시 강풍으로 인해 단시간에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하며 피해가 확산되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상대습도가 낮을수록 연료인 낙엽과 고사목, 초본 식물은 빠르게 건조되며, 불에 쉽게 타게 됩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공중습도는 점점 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연료의 발화성을 높입니다. 대기 습도 30% 이하일 때 산불 발생률은 급격히 증가하며, 확산력도 강해진다고 합니다.

경사지에서는 불길이 빠르게 상승하고, 위쪽 식생이 복사열에 의해 예열되어 더 쉽게 발화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특히 산악지형이 많은 한국에서는 경사도에 따른 산불 대응 전략이 필수입니다. 경사도 30도 이상일 경우, 화재 확산 속도는 평지보다 2~3배 증가한다고 합니다. 


수종구성과 숲의 관리상태가 산불의 차이를 낳는다

침엽수는 일반적으로 휘발성 수지 성분이 많아 연소성이 높습니다. 특히 소나무는 불에 매우 취약한 대표 수종입니다. 반면, 참나무, 굴참나무 등 활엽수는 수분 보유량이 높고 구조적으로 불에 강합니다. 침엽수 단순림은 혼효림보다 산불 확산률이 약 1.8배 높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면적 대비 평균 소나무림 면적비율은 25% 정도이며, 전체 산림축적 대비 평균 소나무림 축적 비율은 30% 정도입니다. 면적비율보다 축적비율이 높은 것은 그만큼 불에 탈 수 있는 연료로서 소나무가 많이 생육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 경상북도와 경상남도의 소나무림이 전국 평균비율을 크게 초과하고 있고, 강원도의 경우 영동지역에 해당하는 강릉시, 동해시, 삼척시의 경우 소나무림 비율이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형 산불이 유난히 많이 많은 곳에 소나무 단순림으로 구성된 산림이 많다는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닙니다.   

정비되지 않은 숲은 낙엽, 마른 가지, 고사목 등이 쌓여 산불의 연료층을 형성합니다. 이는 작은 불씨에도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조건이 됩니다. 즉, 연료 축적량이 많을수록 화재의 화염 높이와 확산 범위도 비례해 증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역별 전체 산림면적 및 축적 대비 소나무림 면적비율과 축적비율(출처_산림청, 연도별 산림임업통계연보)]


기후위기 시대의 산불, 다각도로 대비하자

산불은 더 이상 예외적 재난이 아닙니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산불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지역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습니다. 산불을 막기 위해서는 '왜 불이 번지는가'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산불발생 예방을 위한 시민 교육과 홍보, 기후·지형·생태 통합 기반의 산불 예측 시스템 구축, 산림 유형별 산불확산 저감형 활엽수림과 혼효림 조성 정책 추진, 생활권 주변 산림의 연료 감소 중심의 적극적 산림관리 체계 도입, 현장 대응을 위한 지역 주민 협력 및 정보 공유 체계 강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산불확산으로 인한 대형산불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숲에 그 답이 있을 것입니다. 기후와 기상, 지리적 조건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숲의 나무 종류와 분포는 사람이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불에 잘 타지 않는 나무가 숲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면 산불 확산을 저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숲이 산불에 강한 숲으로 변화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산불 예방과 진화는 담당 기관만의 업무가 아닌 기후위기 대응의 최전선이며, 국토 안전과 생물다양성 보전,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는, 산불 발생과 확산, 대형산불을 막아내기 위해 모든 시민들이 지혜를 모으고 협력하여 산불에 강한 숲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사례 : 국내 - 시민단체 ‘생명의숲’의 산불피해지 생태복원사업]

사업대상지인 산불피해지가 산림보호법에 의해 지정된 산림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산림보호구역은 산림에서 생활환경ㆍ경관의 보호와 수원(水源) 함양, 재해 방지 및 산림유전자원의 보전ㆍ증진이 특별히 필요하여 지정ㆍ고시한 구역이며, 아래 4가지 원칙에 따라 보호되는 지역입니다. 산림보호구역의 산림관리 기본원칙은 “1. 산림을 자연적 또는 인위적인 피해로부터 온전하게 보호할 것, 2. 산림의 건강성을 유지ㆍ증진하여 지속 가능한 산림관리 기반을 조성할 것, 3. 산림보호구역의 합리적ㆍ체계적 관리로 산림의 공익기능을 증진할 것, 4.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유기적인 산림보호 협조체계를 만들어서 산림피해에 신속히 대응하게 할 것”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2022년 산불피해를 입은 산림 보호구역의 복원은 위의 지정목적과 관리 기본원칙에 맞게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목적과 목표

보전가치가 높은 보호구역 내 산림에 대해 자연회복력을 기초로 산불 이전 상태와 가깝게 산림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을 회복시켜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증진하고 생물다양성을 확보하며, 우리나라 소나무의 산실인 울진 금강송 군락지의 지속적 관리 및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사업의 목표는 피해정도와 원식생, 토양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산불 이전 상태에 가깝게 산림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기반환경 복원사업을 실시하여 토양침식과 세굴로 인한 유실이나 산사태 등 피해지의 추가적인 2차 피해 저감과 빠른 식생복원을 위해 기반환경 조성사업을 실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피해 전의 식생에 가깝게 소나무순림, 침활혼효림, 활엽수림을 단계적으로 복원하는 것입니다. 


대상지 현황 

대상지 위치는 경북 울진군 북면 상당리 산6번지이며, 면적은 20ha입니다. 산림의 기능은 산림휴양림(주)과 목재생산림(부)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멸종위기종 동식물 서식으로 산림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절차와 방법, 그리고 사업내용

타당성 평가, 기본계획수립, 설계, 시공, 감리, 준공이라는 공식 절차를 따라 실행되었습니다. 절차에 따라 추진되는 과정에 많은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현장 토론회를 실시하여 공식철차에 따라 진행되는 사업내용에 대해 자문받고 의견수렴을 실시하였습니다. 

현장 사업추진에 동원된 방법은 사업의 종류에 따라 다양합니다. 토양안정화를 위해 횡배수대, 흙막이, 누구막이, 간이목책, 골막이, 바닥막이, 기슭막이 같은 공법을 적용하였습니다. 식생복원을 위해 활엽수 맹아정리, 소나무 천연치수 발아상 조성, 보완조림(식재 또는 파종)을 실시하였으며, 식생복원지 사후관리를 위해 풀베기, 잡초제거, 덩굴제거, 비료주기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기타, 동물상 조사를 통해 멸종위기종들을 위한 서식지 복원 등이 실시될 예정입니다.  복원 후 복원사업 평가를 위해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며, 복원된 식생과 복원인력의 안전을 위한 도복목 정리 사업이 실시됩니다. 그리고, 시민참여 모니터링, 생태계서비스 평가 연구 용역 등 산림생태계 변화를 기록하고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기대효과 

시민사회와 정부의 협력을 통한 산불피해지 복원의 새로운 모델 제시로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던 복원 방법에 대한 인공복원 - 자연복원 논쟁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토양안정화 사업을 실시하여 피해지의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게 되었으며, 빠른 식생복원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산불 발생 이전 식생을 고려한 식생복원으로 피해지 산림생태계의 건전성을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용어풀이

  • 횡배수대 → 빗물 길 만들기

비가 오면 흙이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경사면에 가로 방향으로 물이 흐를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배수하는 시설이에요.

  • 흙막이 → 흙이 무너지지 않게 막아주는 벽

공사할 때 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나무나 돌 같은 재료로 벽을 세우는 구조물이에요.

  • 누구막이 → 물살을 약하게 하는 장치

계곡이나 산에서 흐르는 물이 너무 세서 흙을 깎아내리지 않도록, 나무나 돌로 물살을 줄이는 구조물을 만드는 방법이에요.

  • 골막이 → 작은 둑

계곡처럼 물이 흐르는 길을 따라 작은 둑을 만들어 흙이나 돌이 쓸려 내려가는 걸 막는 시설이에요.

  • 바닥막이 → 바닥 보호막

물이 흐르는 바닥이 깎여서 깊게 패이는 걸 방지하기 위해, 바닥에 돌이나 나무를 깔아서 보호하는 구조물이에요.

  • 기슭막이 → 산비탈 보호벽

비탈진 곳이 무너지는 걸 막기 위해 돌이나 나무로 보강하는 시설이에요.

  • 간이목책 → 간단한 울타리

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나무를 간단히 엮어서 만든 울타리 같은 구조물이에요.

  • 천연치수 발아상 → 자연스럽게 나무 씨앗 싹틔워 키우기

나무 씨앗을 뿌려서 자연적으로 발아하고 자랄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에요. 인공적인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연스럽게 숲이 복원되도록 해요


2025 지금지구 숲행동

숲을 지키고 숲을 더하여 기후위기에 맞서는 오늘 나의 실천

지금지구 숲행동
생명의숲 후원하기 : https://online.mrm.or.kr/nn9JxEg 
생명의숲 인스타그램 팔로우 : https://www.instagram.com/_forestforlife/

Logo






* 댓글은 <성명,비밀번호, 내용 입력 후 '로봇이 아닙니다' 앞 네모를 클릭> 하셔야 등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