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숲팀에서의 첫 걸음
2022년 3월, 저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다시 생명의숲으로 돌아왔어요.
아이들을 돌보다가 오랜만에 출근을 하니 조금은 낯설기도 했지만, 도시숲팀이라는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게 되어 마음이 설렜어요.
돌아오자마자 맡게 된 활동은 '안양천 나무정원'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양천구와 2021년부터 함께 해 온 프로젝트였죠.
이 숲은 혼자 힘으로 만든 게 아니에요. 여러 기업들이 함께 참여해서 하나의 공간을 멋지게 바꾸는 일이었어요.
사실 처음엔 ‘이런 방식이 될까?’ 하는 걱정도 있었어요.
하지만 다행히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주었고, 우리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잘 마무리됐어요.
예전에는 보통 한 기업이 한 공원을 맡아 바꾸는 식이었는데요, 이번에는 달랐어요.
구청이 “이런 공원이 필요해요”라고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공감한 기업들이 함께 기부를 했고, 시민들도 참여했죠.
말 그대로 모두가 힘을 합쳐서 하나의 공원을 만든 거예요.
저희 팀, 그리고 제 스스로도 “이런건 그동안 해보지 못한 새로운 방식이야”라며 큰 의미를 뒀어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안양천 나무정원을 만들었어요
2021년 ~ 2022년에 걸쳐 만들어진 안양천 나무정원
함께 더 멀리
이 프로젝트가 잘 끝난 덕분일까요? 양천구에서는 생명의숲과 더 많은 것에 함께 하고 싶다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2023년 2월, 양천구와 생명의숲은 손을 맞잡고 ‘지속가능한 도시숲을 함께 만들자’는 목적으로 협약을 맺었죠.
이 약속을 바탕으로 양천구는 두 가지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고 했어요.
하나는 ‘오목공원 리노베이션’, 그리고 또 하나는 ‘온수공원 숲 조성’이에요.
‘리노베이션’이란, 오래되고 낡은 걸 새롭게 바꾸는 걸 말해요.
그래서 우리는 오목공원을 더 아름답고, 안전하고, 생태적으로도 건강한 공간으로 바꾸는 일을 먼저 시작했죠.
이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우리는 10억 원이라는 큰 모금 목표를 세웠어요.
먼저 오목공원에 집중해서 기금을 모았고, 그 결과 6억 3천만 원을 모을 수 있었어요.
이 후원금으로 공원을 더 푸르게,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었죠.
온수공원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이어서 조금 더 시간이 있었어요.
그래서 오목공원과 동시에 천천히 준비해 나갔어요.
안양천 나무정원의 성공에 이어, 양천구에 도시숲을 함께 만들기로 약속했어요
지켜낸 공원, 지키고 싶은 마음
온수공원은 보통의 공원이 아니에요. ‘도시공원 일몰제’ 때문에, 사라질 뻔했던 공간이거든요.
말이 좀 어렵죠? 쉽게 설명해볼게요. 도시를 계획할 때, 여기엔 학교, 저기엔 공원… 이렇게 정해두는 게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정해놓고도, 여러 이유로 공원을 실제로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그럼 그 땅은 언제까지 ‘공원이 될 땅’으로 남아있을까요?
그냥 계속 둘 수는 없으니, ‘일몰제’라는 규칙이 생긴거예요.
“정해진 시간 안에 공원 안 만들면, 공원 계획 없던 걸로 합시다!” 이런 뜻이에요.
이렇게 사라질 뻔한 공원의 면적이 얼마나 되냐면...
무려 여의도의 33배나 된답니다. 단순하게 “사라질 공원이 뭐 얼마나 되겠어?”라고 넘기기엔 너무 큰 면적이죠.
다행히 많은 곳에서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땅을 사들이거나 법으로 보호해서 공원이 사라지지 않도록 했어요.
온수공원도 그 중 하나였어요. 그래서 우리는 이 소중한 공간이 진짜 ‘공원다운 공원’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하기로 했죠.
온수공원 숲 조성 프로젝트는 단지 나무 몇 그루 심는 일이 아니었어요.
도시 안에서 점점 사라지는 자연을 지키는, 아주 상징적인 일이었어요.
아직 공원이 아니었던 공원
오목공원 리노베이션 활동을 함께 하면서 양천구와의 사이도 더 끈끈해졌어요.
서로 의견도 나누고, 힘든 일도 함께 해결하면서 좋은 팀이 되어갔죠.
이런 과정 덕분에, 온수공원 숲 조성도 훨씬 더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온수공원 프로젝트는 조금씩 늦어졌어요.
공원에 접근하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길을 만들고,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거든요.
이 공사가 끝나야 나무도 심고 숲도 만들 수 있는데, 공사가 계속 늦어지니 우리도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후원해준 기업에서는 “우리도 나무심기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요”라고 요청했어요.
그 마음은 너무 감사했지만, 아직 땅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무를 심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기반을 만드는 공사구역에서 영향을 덜 받는 곳을 양천구, 설계사와 함께 골라 나무를 심기로 했어요.
그렇게 큰 맘 먹고 나무심기를 계획했지만 너무 황량해서, "여기가 정말 공원이 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어요.
그래도 참여자분들께는 ‘이곳이 어떻게 바뀔지’ 설명하며 상상력을 발휘해달라고 부탁했죠.
마치 믿기 어려운 일을 설득시키려는 거짓말쟁이처럼 보이진 않을까 뒤에서 남모르게 창피함을 느끼기도 했답니다.
그렇게 많은 일을 뒤로한 채 2023년 봄부터 2025년 봄까지, 총 487명이 온수공원에 나무를 심었습니다.
오목공원을 다시 건강한 숲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웠고(위), 정말 그렇게 되었어요(아래)
흐드러진 벚꽃과 느린 변화
2023년 이른 봄, 허허벌판 같은 온수공원을 올라가며 첫 나무를 심었던 날이 떠올라요.
같이 갔던 활동가 ‘수수꽃다리’는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예전에 이 근처 지양산에도 나무를 심었어요. 그 때 벚꽃이 활짝 펴 있었는데, 너무 예뻤어요.”
그 말을 듣고 보니, 길가에 줄지어선 벚나무들이 꽃봉오리를 맺고 있었어요.
‘곧 피겠지’ 하는 기대를 안고 우리는 나무를 심었어요. 하지만 그 해에는 벚꽃을 볼 수 없었답니다.
그리고 1년 뒤, 2024년 봄. 드디어 벚꽃이 활짝 핀 풍경을 만날 수 있었어요.
마치 우리에게 "잘하고 있어요" 하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웠어요. 1년이나 지났는데, 온수공원은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았거든요.
시간은 흐르고 있었지만, 변화는 너무 느리게 오는 것 같았어요.
어느새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은 자취를 감추었어요. 봄이 지나가는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온수공원에 나무를 심었어요.
심은 나무만 따져도 이미 공원이라 불러도 될 만큼 심었는데, 공원의 모습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았어요.
“여기엔 길이 생길 거예요. 저기엔 앉을 수 있는 쉼터도 만들어질 거고요.
지금은 숲 안에 들어가기 어렵지만, 곧 숲속을 편하게 거닐 수 있게 될 거예요.”
나무심기 현장을 안내하며 우리는 그렇게 말하곤 했어요. 그런데 그 약속들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온수공원은 졸인 마음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느릿하게만 변해갔죠. 그러던 어느 날,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2024년 12월까지, 늦어도 올해 안에는 공원을 완성합시다!” 양천구에서 그렇게 약속했어요.
그 약속이 있고나서도 어느덧 2024년의 첫눈이 내렸습니다.
완성만을 기다리던 온수공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온수공원이 만들어진 모습을 꿈꾸며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무를 심었습니다
기다림 끝에, 공원은 진짜 공원이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그 사이 또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기면서 일정이 조금 더 늦어졌어요.
하지만 반가운 소식도 있었어요. 드디어 모든 기반공사, 그러니까 길을 만들고 땅을 다지는 일이 끝난 거예요.
이제 다시 벚꽃이 피면, 그동안 미루었던 나무와 풀, 꽃들을 마음껏 심을 수 있게 되었어요.
이런 변화의 소식을, 그 동안 함께한 사람들에게도 전했어요.
“2025년 봄, 드디어 온수공원이 완성됩니다!” 그 약속은 약간 늦어졌지만 결국 지켜졌어요.
봄을 훌쩍 넘긴 7월, 여름의 시작과 함께 온수공원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지난 시간 동안 우리가 상상하며 그려온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넓고 푸른 잔디마당이 가장 먼저 반겨주었고, 그 곁에는 사람들이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공원의 집’이 자리잡고 있었어요.
잔디 위를 가로질러 걸어가다 보면, 가장 높은 곳에 놓인 ‘숲속 쉘터’도 만날 수 있었죠.
그 너머에는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무장애 숲길’이 펼쳐져 있어요.
유모차를 끄는 부모도, 휠체어를 탄 어르신도, 아이들도 마음껏 걸을 수 있는 그런 길이었어요.
처음 온수공원을 봤을 때의 모습은, 이제 머릿속에서조차 잘 떠오르지 않아요. 정말 아름답고, 또 눈부시게 달라졌거든요.
한 때는 공원이 되지 못해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이 땅이, 이제는 사람들의 쉼과 웃음이 머무는 소중한 공간이 되었어요.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그만큼 이 공간의 가치는 더 빛이 났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공원이 특별한 이유는 그 변화를 함께 기다려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나무를 심고, 함께 상상하고, 때로는 걱정하고 실망하면서도 손을 놓지 않았던 사람들.
그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나씩 모여서, 이제야 비로소 진짜 공원이 만들어졌습니다.
함께한 사람들 덕분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온수공원
다음 도시에 당신의 숲을 심어주세요
이건 끝이 아니라, 어쩌면 진짜 시작인지도 모릅니다. 온수공원은 이제 막 첫 페이지를 펼친 책 같아요.
이제부터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채워나갈 차례예요.
누군가는 이 공원에서 처음 걸음마를 배울 테고, 누군가는 벤치에 앉아 오랜만에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지도 몰라요.
또 어떤 날엔, 가족과 함께 소풍을 오거나, 나무 그늘 아래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이들도 있겠죠.
그렇게 이 공원이, 또 누군가의 하루를 바꿔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친 마음에 잠시 쉴 자리를 내어주고, 무심코 걷다 웃음을 머금게 하는 그런 공간이 되기를요.
우리의 작은 손길로 시작된 이 숲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사람들의 곁에 머물며,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숲은 혼자서 만들 수 없습니다. 함께여서 가능했습니다.
다음 도시에는 당신의 숲을 심어주세요.
온수공원 숲 조성에 함께해주신 IBK기업은행, HSBC, 신한라이프, Bank of America, FedEx, 듀폰코리아, 코레일리테일, 삼성SDS 그리고 생명의숲에 정기적으로 후원해주시는 1,280명의 정기 후원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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