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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대응] 산불 피해지에 우리 다시 싹을 틔워요. 주소복사

한 달 남짓 지났지만, 강원경북대형산불 현장을 찾는 건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산불 현장을 직접 마주해야, 산불로 인한 피해를 알고 회복하는 방향을 생각할 수 있기에 조심스럽게 생명의숲에서 4월 7 - 8일 동안 산불현장으로 향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 시간이 멈춰버린 숲


방송과 사진으로만 익숙한 산불 현장의 모습을 직접 마주했습니다. 산불이 지나가고 난 뒤, 눈앞에 세상은 세 가지 색으로만 보였습니다.

까맣게 탄 검은색과 메마른 갈색, 그리고…… 


울진 검성리 산불피해 소나무


# 까맣게 탄 검은색

산불피해로 폐허가 된 집, 

흔적조차 알아볼 수 없는 마을의 터,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은 한낮인데도 어둡게 느껴졌습니다. 발길을 옮길 때마다 과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조차 없게 무너진 집이 계속 보였습니다.




경북 울진군 북면 검성리 마을은 50여 개 집 중 절반이 불에 모두 타고, 마을을 둘러싼 대다수의 산 또한 마찬가지 상황이었습니다.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주변의 원룸, 모텔, 온천호텔 등으로 흩어져서 생활하고 있어서 구호물품도 전달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마을 이장님의 마음이 편치 않으셨습니다. 임시주택을 제작해서 공급하려면 아직은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 연세도 많고,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많아 걱정이 많다는 이장님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번 산불로 인해 정말 바쁘실텐데, 만남의 시간을 내어주신 검성리 마을이장님과 마을 산림계장님께 이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드립니다. 



검성리 마을 주민 대부분이 오랜 시간  송이 농사를 지어 생계를 이어 가고 계셨습니다. 이 마을 분들에게 숲은 삶의 터전일 뿐 아니라 평생의 일터이기도 한 곳이었는데, 삶터와 함께 일터까지 한순간에 잃어버린 셈입니다. 이 숲에서 다시 송이 농사를 지으려면 30여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합니다. 그럼에도 마을 주민분들은 하루 빨리 숲이 복구되길, 다시 익숙하고 고마운 일터로 돌아갈 수 있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전소된 집들을 하나씩 정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과 포크레인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어쩌면 불에 탄 집의 처참한 모습을 계속 지켜보는 것조차 주민들에게는 고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빠르게 정리하고, 복구하는 노력이 피해주민들의 마음을 추스르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었습니다. 



울진으로 가는 길 내내 차의 창가 너머로 만나는 거대한 숲은 불길에 의해 검게 그을려 있었습니다. 끝없이 달리는 차 양옆으로 피해 입은 숲과 나무의 모습이 눈앞으로 계속 다가왔습니다.


# 메마른 갈색

모든 산이 검게 그을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꼭 가을산 같죠?” 국도 양 옆으로 펼쳐진 숲을 보며 함께 하던 활동가가 물었습니다. 마치 늦가을 잎을 떨구기 전의 모습처럼, 나뭇잎이 다 갈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검게 그을려서 산불의 피해를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도 있었지만 얼핏 보면 가을산 같은 이곳들도 모두 산불 피해를 입은 곳이라고 합니다. 서울시 면적의 40%가 되는 곳이 피해를 입었다고 했을 때도 그 규모가 짐작이 되지 않았는데, 차로 이동하며 스쳐가는 풍경의 모든 곳이 피해지인 것을 보며 그 규모를 헤아려보았습니다.




소나무 숲 안쪽으로 대나무 숲이 집 주변마다 자리 잡고 있어 예쁜 마을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울진 북면 신화 2리 마을은, 30가구 중 20가구가 불에 타고 피해 규모가 큰 마을입니다. 산불로 인해 대나무들은 갈색으로 누렇게 타서 집 주변에 길게 늘어져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위험하게 만들었습니다. 




소나무 숲은 활엽수보다 지표화(산 지표면에 있는 잡초, 관목, 낙엽 등을 태우는 산불)가 심하며, 산불 중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화재입니다. 나무 중간 위쪽으로는 가을 낙엽처럼 갈색으로 산불 피해를 입은 모습이 즐비했습니다. 마을 길을 따라, 산 능선을 따라 누런 갈색의 숲의 가지와 잎은 다 죽은 상태였습니다


‘민가 피해를 보니, 거의 전쟁인데요’ 라며 현장을 묵묵히 지켜보다 함께 한 위원님이 말씀하셨는데요. 마을 어르신들이 자라온 기억과 추억의 공간이 사라져서 상실감은 물론, 아마도 실향의 아픔과 비슷하지 않을까라며 걱정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삶의 터전 마련과 복구도 우선시되어야 하지만 피해주민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도 필요했습니다. 



감이 헤아릴 수 없지만 잠시 생각해봅니다. 

눈앞에서 내 집이 불타고 있다면, 

매일 오가던 산책길과 마을이 불길에 휩싸이는 모습을 

매년 마을 농가의 힘이 된 소나무 숲이 한순간에 재가 되는 걸 보는 마음은, 한평생 정을 붙이며 살던 어르신들에게는 내 고향이 사라진 기분은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초록색, 다시 숲에 싹을 틔워야합니다. 

동해 묵호 한 초등학교 앞에 조용히 차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모여 있는 우리를 본 등교하는 아이들이 달려와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뭐해요?”, ‘왜 우리 학교 앞에 다 와 있어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얼굴에 산불이라는 단어를 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학교가 이뻐서 보러 왔어’ 웃으며 하얀 거짓말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늘 그랬던 거처럼 다시 학교로 내 달립니다.


산불이 지나가고 난 뒤,  불에 타 까맣게 잿빛이 된 땅, 살아 숨 쉬는 많은 것들이 사라진 지금, 다시 생명이 움틀 수 있을까요?




타버린 민가 앞으로 봄을 알리며 활짝 핀 수선화와 만개한 벚꽃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집과 마을이 복구되고, 피해주민들의 슬픔과 상실감이 조금씩 회복되면 계절이 바뀌어 봄이 오고, 꽃이 피는 것처럼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마음 깊이 기원드립니다.



대형산불을 비롯한 산불의 반복 주기가 짧아지고 있습니다. 이번과 같은 안타까운 참화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생명의숲은 산불대응을 위해 전문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산불 예방에 따른 복원 복구에 이어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사회적 의제를 만들고, 실행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 개선을 마련하겠습니다. 지속적으로 산불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향후 방향성을 이야기하는 생명의숲이 되겠습니다. 


까맣게 타버린 검은 흙위에도 새싹이 자라는 생명력의 위대함이 자연의 힘이라면 한 그루씩 천천히 다시 나무를 심고, 잘 자랄 수 있도록 가꾸는 '나무를 심는 사람이 되는 건 우리의 몫입니다. 산불이 꺼진 날부터 오늘을 생각하고, 산불이 앗아간 많은 것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지금 산불로 인해 사라진 숲을 위해 행동하는, 생명의숲에 '나무를 심는 사람'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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