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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산촌생활] 코로나-19와 숲 주소복사

2019년 12월 중국에서 첫 코로나 환자 발생, 2020년 1월 우한을 중심으로 집단 발병, 이후 반년 만에 팬데믹 상태가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확진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고, 사망자는 연일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 대한 전망은 다양하다. 그러나 코로나 이전으로의 회귀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백신과 치료제라는 변수가 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은 생각보다 클 것이며 또한 길 것이다. 이 시점에, 코로나-19가 숲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가져온 변화를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보다 슬기롭게 숲과 함께 살아갈 우리의 미래를 위함이다.


글. 유영민 생명의숲 사무처장



코로나 - 블루, 우울의 시대

변한 것이 너무 많다. 마스크, 2m 거리두기, 집회와 모임 안 하기, 국외 여행 불가, 외국인 관광객 소멸, 온라인 강의와 회의,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멈춰선 항공기, 방구석 랜선 문화 등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러한 변화의 기저에는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는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 깔려있다. 그래서 코로나-19 이후의 사회는 극도로 안전을 지향하는 사회가 될 전망이다.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은 대인 접촉을 피하는 것이기에, 비대면 이 뉴노멀 시대의 생활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부작용도 따를 것이다. 다양한 정신적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며, 우울을 친구처럼 끌어안고 사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육체적으로도 어려움이 생길 것인데, 장시간 영상 단말기로 작업하면 눈·골격·피부·정신신경계에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이름하여 VDT 증후군이다.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고자 하는 욕망은 사람을 직접 만나는 대신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간접 소통하게 한다. 그리고 그 결과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고통의 악순환인 것이다. 


무엇이 숲으로 가게 하는가?

코로나-19는 인간에게 잔인한 얼굴로 나타났지만, 숲을 포함한 생태 환경에는 자비로운 얼굴을 보여주었다. 전 세계적인 인적·물적 이동의 통제 때문에 공장이 멈추면서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이 열렸다. 인간의 활동 반경이 줄면서 인간을 피해 숨어 살던 야생동물이 귀환하고 있다. 인간의 활동 영역이 줄자 야생의 영역이 확대되었고, 화석연료 사용이 줄자 미세먼지 배출량이 감소하였다. ‘지구에게 는 인간이 바이러스’라는 말이 실감 나는 현상이다.


▲ 다시 푸른 하늘이 돌아왔다.


야생과 파란 하늘의 귀환을 보며 인간은 탄성을 지른다. 당연한 일인데 신기함을 넘어서 신비롭기까지 하다. 미세먼지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배트맨과 조커가 사는 우울하고 음침한 분위기의 악으로 가득한 고담(소돔과 고모라) 시티처럼 변하고 있다. 이 시점에 푸른 하늘의 회복과 야생의 귀환은 코로나-19가 던져준 선물 같아서 거북하면서도 반갑다. 인간이 잠시 멈춘 사이, 자연이 깨어나 사람들 가까이로 오고 있다. 그리고 숲으로 가는 길이 더 크고 새롭게 열리고 있다. 사람들은 숲을 더 자주 찾고, 멀리 있는 숲에서 가까이 있는 숲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반려 식물을 집안에 들여 함께 살아가고, 심지어 가상의 숲을 찾기도 한다. 사람들이 이렇게 숲을 가까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탁월한 치유력을 가진 숲

숲이 사람을 치유한다는 말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상식이 되어 있었다. 치유의 숲을 만들고, 치유 시설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부가 제공하는 사례는 많다. 영국의 경우, 이미 1997년에 임상시험을 거쳐 그린짐이라는 숲 치유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 세계에 보급했다. 국내에도 생명의숲이 2017년 영국 TCV(The Conservation Volunteers)로 부터 도입하여 운영 중이다.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가 중년층의 인기를 끌고, 숲이 있는 산촌으로 귀촌하는 인구가 해마다 늘고 있다. 경기도의 어느 산촌마을은 암치유 마을로 알려져, 비싼 비용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좌. 생명의숲 그린짐 활동 | 우.그린짐 로고


숲은 도대체 어떤 치유력이 있기에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일까?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30분간 숲길 2km를 걷는 것만으로도 긴장, 우울, 분노, 피로 등의 부정적 감정이 70% 이상 감소한다고 한다. 경관, 햇빛, 피톤치드 등 다양한 숲의 치유 인자로 인한 효과이다. 또한, 산림 치유 프로그램 체험 후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는 45.9% 증가하였고, 면역력 세포도 체험 전보다 38.7% 증가하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숲은 오감을 자극하여 스트레스를 경감시킴으로써 NK세포 (Natural killer cell, 자연살해세포)를 활성화하는데, NK세포는 자율신경의 균형을 조절하여 면역체계 증진을 돕는다. 이외에도 봄철에 피어나는 형형색색의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신체가 편할 때 나타나는 알파(α)파의 활성도가 증가한다. 물론, 숲이 만병통치약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숲은 분명 인간의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회복시키는 능력이 있다. 


가까이 있는 숲을 찾는 사람들

등산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100대 명산을 찍고, 지리산부터 설악산까지 백두대간을 종주한 뒤, 해외 유명한 산을 오르러 가는 것이 필수 코스이자 트렌드였다. 등산복과 등산화 등 아웃도어 산업은 날개를 단 듯 성장했고, 큰 산과 국립 공원 입구마다 아웃도어 매장이 문을 열었다. 필자도 크고 작은 산을 올랐고, 백두대간의 일부 구간을 걸었다. 하지만 요트와 골프 등 고급 레저와 낚시, 실내 스포츠의 등장으로 산을 오르는 유행은 잠시 주춤하는 듯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사람들을 다시 숲으로 이끌고 있다. 산을 찾지 않던 젊은 세대가 산에 가기 시작했고, 생활권 가까이에 위치한 산과 숲을 찾고 있다.

멀리 이동하면 코로나-19 확산과 감염을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숲 가까이 살고 싶어 하는 경향도 커졌다. 숲이 집 가까이 있으면 쾌적한 생활 환경은 물론, 집의 가격까지 상승하다 보니 ‘숲세권’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사람들이 역세권을 선호하듯, 숲 가까이 사는 것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숲캉스’라는 말도 등장했다. 바캉스 하면 해수욕장을 떠올렸지만, 올해는 태풍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숲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인파로 붐비는 해수욕장 대신 대인 접촉을 가급적 피하면서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숲이 피서지로 안성맞춤인 까닭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숲캉스 홍보물(좌. 산림청 | 우. 충청남도)


‘숲캉스’의 대표지는 휴양림이다. 전국 국,공,사립 자연휴양림은 166개이다. 코로나로 자연휴양림 대부분이 한때 휴업했지만, 사회적 격리 조치가 완화되면서 지난여름 많은 사람들이 휴양림을 찾았다. 물론, 8월 중순 이후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로 이내 다시 휴업에 들어갔다. 휴양림 외에도 개별적인 숲, 정원 공간을 비롯하여 숙박 시설과 카페 등 편의 시설을 갖춘 사설 숲캉스 관련 시설도 호황이다. 숲이 코로나-19를 피해 휴식과 쉼을 찾는 사람들의 안식처로 떠오르고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이다. 산스장도 빼놓을 수 없는 코로나-19시대의 새로운 숲 풍속이다. 지친 일상의 피로를 풀고 건강도 챙기기 위해, 또는 몸매를 가꾸기 위해 사람들은 헬스장에 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이것마저 어려워졌다. 사람들은 운동할 곳을 잃었고, 집에만 있다 보니 우스갯소리로 ‘확찐자’(체중이 급격하게 늘은 것을 코로나-19 상황에 대입하여 표현한 말)가 되었다. 운동에 대한 욕구는 커졌으나 헬스장 이용이 어려워지자 사람들은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헬스장 대신에 산스장'이 라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운동도 할 겸, 실내 생활의 답답함도 달랠 겸 산에 설치된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숲을 집 안으로 들이는 사람들

숲은 도시의 여름철 온도를 낮추고, 이산화탄소와 먼지 등을 흡수·흡착하여 대기를 정화한다. 그래서 정부와 지자체, 시민단체와 기업들이 앞다투어 도시숲 조성에 나서고 있다. 도시숲이란, 도시 공원·가로수·학교숲·마을숲·자투리 녹지 등 도시에서 나무와 풀이 자라는 모든 공간을 말한다. 여기에는 야외뿐 아니라 집 담장 안의 정원과 심지어 실내 정원까지 포함된다. 그리고 이제 도시숲은 ‘도시에 있는 숲’의 개념을 넘어서 ‘숲속의 도시’라는 공간적으로 좀 더 확장되고 심화된 형태의 ‘입체 숲’으로 발전하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고 풍요로운 삶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정원을 필수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순천만에 국가 정원이 지정되었고, 지방 정원들이 속속 출현하였다. 사설 정원 역시 많은 곳에 만들어지고 있다. 담장 안의 정원을 조성할만한 야외 공간이 부족한 아파트나 빌라에서는 실내 정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사실, 실내 정원은 미세먼지 때문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독한 미세먼지를 마시지 않기 위해 탁한 실내 공기를 정화해 주는 식물들을 집 안에서 키우는 추세가 확산의 바탕이 되었다. 덩달아 반려식물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그런데 이런 실내 정원 확산 추세가 코로나-19의 상황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순천만 국가정원의 실내정원


코로나 시대, 숲이 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무엇을 의미할까? 사람들이 집 안에 식물을 두는 이유는 아무래도 식물의 다양한 이점 때문일 것이다. 식물은 공기정화는 물론이고, 생활소음도 줄여준다. 향과 색으로 긴장을 풀어 주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끌어내 집중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식물을 키우는 행위 자체가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식물은 보고 만지고 향을 맡고 심지어 식용으로도 이용되며 5감 중 4감을 충족시킨다. 아니, 오랜 시간 식물을 키운 사람 들은 대화도 나눈다고 하니 어쩌면 청각도 충족시킨다고 할 수 있겠다. ‘물이 먹고 싶다’, ‘햇빛이 필요해~’ 등 사람들은 식물 생리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식물의 말을 듣는다. 그래서 “알았어.” 하며 물을 주고 볕이 잘 드는 창가로 옮겨 놓는다. 심심할 때는 바람에 살랑거리는 잎이 ‘뭐해?’라고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느껴지고, TV를 보다가 문득 그 옆에 놓인 화분의 싱그러운 푸른색에 눈이 가면 ‘재밌어?’라고 물어보는 것만 같다. 이렇게 식물은 그 충만한 생명력으로 혼자 있는 외로움을 덜어주고, 만나고 싶은데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대신해 친구가 되어준다. 

▲생명의숲 실내식물 키우기 캠페인


가상의 숲을 즐기는 사람들

IT 기술의 발달로 실제와 유사한 입체적인 시각 정보를 제공하는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이 구현되고 있다. 한때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게임(포켓몬고) 이 유행했었다. 이후에 게임과 영화, 홍보 영상에 VR 기술을 접목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일상화되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문화재 소개에 접목되어 현장에 가지 않고도 유명한 미술품과 소장품을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VR 기술은 코로나-19시대를 맞아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사람을 만날 수 없는 비대면 생활이 지속되자, VR 기술을 활용한 홍보물과 홍보 행사가 속속 기획되고 있다. 그 가운데 숲과 생태계를 VR 영상으로 만들어 서비스하는 곳도 생겼다. 산림청과 지자체는 숲 서비스를 VR 화면으로 제공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국립공원은 이미 국립공원 명소와 생태계를 VR 영상물로 제작하여 방영하고 있다.


숲이 주는 기쁨과 혜택을 누리는 미래

지금 겪고 있는 코로나-19 공포와 우울은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면 완화될 것이다. 코로나-19가 강제하고 있는 저성장 시대는 마감될 것이고, 코로나-19 때 문에 만들어진 여러 현상과 문화들은 또 그 시대에 맞게 적응하며 변형되어 갈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공식적인 치료제가 없고, 특히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이가 쉬운 RNA 바이러스라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될 가능성이 낮다. 때문에, 코로나-19의 공포와 우울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지속될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숲은 코로나-19로 우울한 일상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공간이다. 숲이 선사하는 쉼은 면역력을 높여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고, 숲에서 몸과 마음의 치유를 경험한 사람들은 숲에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될 것이다. 물론, 코로나-19시대가 끝나면 사람들은 다시 숲 대신 헬스장과 바다로 달려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상황이 계속되는 동안 생활권 안에 있는 숲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고, 어쩌면 이 상황이 해소되더라도 이미 몸에 밴 삶의 양상은 과거로 돌아가기보다 더 나은 미래를 갈구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코로나-19라는 상황을 넘어서, 우리는 보다 더 다양하게 숲을 즐기고 누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숲이 주는 기쁨과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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