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산촌생활
시니어 산촌학교 이후 사람들의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산촌별곡 다섯번째 이야기
#2017 산촌학교 졸업생 인터뷰 : 액티브 시니어 정철현님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신선인 2년차 농부입니다.
긴 장마가 끝나고 오랜만에 맑은 하늘이 모습을 드러낸 날, 안경을 벗고 호미를 든 정철현님을 만났다. 이제 불과 2년차 귀산촌인이지만, 어느 새 그의 미소에는 하늘의 청명함과 땅의 넉넉함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그가 직접 지은 간이정자에서, 시원하게 펼쳐진 그의 밭을 바라보며 들은 그의 귀산촌이야기를 소개한다.
•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제껏 해 오신 일과 지금의 일,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소개해 주세요.
저는 65세 정철현입니다. 대한지적공사(현 국토정보공사)에서 만 36년을 근무하고 2017년도에 퇴직했어요. 지금은 충북 제천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며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2년차 농부인데, 손이 덜 가고 약도 덜 치는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소규모 농사를 모색하는 중입니다.
• 어떻게 시니어 산촌학교를 수강하게 되셨나요?
2017년도에 시니어 산촌학교를 수강했습니다. 그 즈음 퇴직을 앞두고 공무원 연수 등의 기회를 통해 한식조리사 자격증, 제과제빵 자격증, 소방안전관리 자격증 등을 열심히 취득하고 있었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즐거운 취미를 찾고 하는 일에 관심이 많던 시기라, 인터넷에서 산촌학교에 대한 정보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그 경험이 지금 농부의 삶을 사는 데 좋은 밑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 시니어 산촌학교 과정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강의가 있다면?
귀촌에 대한 교육 자체가 처음이었기에 모든 강의가 다 유익했지만, 1박2일의 현장 탐방에서 실제로 호박농사를 짓고 계신 분의 강의가 특별히 기억에 남네요. 제법 시간이 지난 터라 세세한 내용은 잊었지만, 덜컥 겁이 났던 건 지금도 생생합니다. 아마도 실제적인 이야기였기에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모든 수업이 좋기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농기계 관리나 농사 기술과 요령 등 좀 더 실무적인 수업도 강화되면 좋겠다 싶습니다. 시니어 산촌학교는 인문학적인 부분에서 많은 강점이 있는데,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처하려면 건강한 마인드와 함께 실제적인 실무 능력도 꼭 필요하니까요.
• 귀촌은 어떻게 계획하게 되셨나요?
부모님이 제천으로 오신지 26년 되었습니다. 그래서 재직시절, 제천지사장으로 자원해서 3년간 있었습니다. 사실 더 있고 싶었는데, 그때 갑상선암 판정을 받아 수술을 해야만 했습니다. 할 수 없이 서울로 돌아갔고, 2009년도에 우연한 기회로 이곳에 땅을 샀습니다. 당시만해도 농사지을 계획은 아니었고, 그저 어른들이 여기 계시니 퇴직하면 들어와서 살아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퇴직 후인 2018년도에 콩을 조금 심어봤는데 수확을 거두니 본격적으로 해보자 싶더군요. 그래서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 귀촌생활에서 만족하는 부분이 있다면?
사실, 거창하게 변한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사소한 변화들이 일상을 바꾸고 마음을 바꾸죠. 밭에서 일하면 잡생각이 사라집니다. 신경 쓸 일도 없어지고, 마음도 가벼워집니다. 그래서 지금 저는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신선입니다. 예전에도 종종 부모님을 뵈러 왔었는데, 그렇게 삐쭉 왔다 갈 때는 몰랐습니다. 아침에 깨서 문을 열고 나오면 맑은 공기가 가슴에 확 퍼지는데, 그냥 그런 느낌 자체가 너무 좋습니다. 더불어 저 같은 경우에는 아버님 연세가 89, 어머님 연세가 87이신데 연로하신 부모님을 옆에서 뵈며 지낼 수 있어 맘이 편하죠.
• 귀촌생활에서 누리는 실제적인 기쁨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수확의 기쁨은 경험한 사람만 압니다. 많든 적든 수확은 뿌듯합니다. 돈으로 따지면 얼마 안 될지 모르지만, 그것을 거두느라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열매 하나하나가 자랑스럽죠.
귀촌생활의 어려움은 시행착오가 많다는 겁니다. 시골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묻기 전에는 잘 안 가르쳐 줍니다. 저는 부모님이 자리잡고 계셨던 덕분에 텃세는 받지 않았지만. 막상 농사를 시작하니 이런 건 미리 가르쳐주면 참 좋을텐데 싶은 게 많더군요. 다 해 놓으면 ‘어,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하는데, 먼저 더 연구하고 궁금한 건 찾아가 묻는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재작년 겨울에 적재함 있는 중고밴을 샀는데, 2년도 안 되서 축이 부러져 엊그제 다시 중고 트럭을 샀습니다. 비닐하우스용 철근 등도 실을 수 있고, 면세유 혜택도 누릴 수 있고, 내구성도 좋으니 처음부터 작은 트럭을 사는 것이 맞았죠. 그런데 제가 묻지도 않고 제 생각대로 구입했고, 이렇게 시행착오 속에서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습니다.
• 도시에서의 삶 VS 자연에서의 삶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도시에서 살 때는 마트에 4만원짜리 들깨랑 4만5천원짜리 들깨가 있으면 그런가 보다 했어요. 그런데 농사를 지어보니 품질의 차이가 농부의 땀임을 생각하게 되죠. 더 좋은 품질의 결실을 얻기 위한 농부의 노고는 단순히 5천원으로 가늠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저도 도시에 있었으면 친구들을 만나 스크린 골프를 치고 술 한잔 곁들여 저녁을 사 먹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을 것입니다. 소비하며 나의 존재를 입증하는 소비적 삶이죠. 그런데 여기는 돈을 쓸래야 쓸데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무엇인가를 길러내며 내가 여기 있음을 확인합니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작물을 생산하며 행복을 찾습니다. 작년에 손녀가 옆집 텃밭에 열린 딸기를 보고 너무 신기해 하더군요. 그래서 올봄에는 딸기밭을 만들었습니다. 내년이면 손녀가 7살인데, 내년 봄에 오면 그 밭에서 딸기를 따 먹을 수 있을 겁니다. 그 딸기밭 옆에는 부추전을 잘 부치는 아내를 위한 부추밭도 있어요. 자라기 무섭게 베어가죠.
•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우리 같은 나이에 귀촌을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은 농사를 접는 시기에 농사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준비할 때는 설렐지 모르나, 막상 해보면 ‘아, 이거 아니구나. ’ 싶을 수 있습니다. 이상적으로 구상하기 전에 먼저 한 나절이라도 풀을 뽑아봐야 합니다. 덜컥 투자부터 하지 말고, 실제로 겪어보고 확신이 생겼을 때 결정해야 합니다.저는 가장 이상적인 것은 반농반X라고 생각합니다. 귀촌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농사는 50%만 할애하고 나머지 50%는 시골에서 즐겁게 사는 삶에 할애하여야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연금소득 등으로 기본적인 생활비를 사용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농촌생활을 계획하세요. 처음부터 너무 큰 포부나 기대를 가지면, 일상에서 얻는 사소한 만족을 만끽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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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인생 멋지게 살고 계십니다.
하고 싶은거 하면서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는게 최고가 아닐까요^^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옆에 텃밭하나 임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농사가 한가할때는 서울에 있답니다.
저도 송파에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