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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산촌생활]
산촌학교 졸업생으로부터 온 편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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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말, 시니어산촌학교 4기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약 5주 동안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다들 상기된 얼굴로 졸업식에 참여하였는데요. 처음 입학때와 달리 부쩍 친밀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약 한달에 걸친 짧은 시간이었지만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은 이렇게나 가까워 질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졸업식 이후 산촌학교 졸업생 중 한 분이 직접 편지를 보내오셨는데요. 이 편지로 그 동안의 산촌학교 4기 교육과정 후기를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내주신 편지를 일부 편집하여 3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P형, 잘 지내고 계시죠?
지난 달, 시니어 산촌학교 4기 졸업식을 치르고 뒤풀이 자리를 끝으로 헤어졌으니 시간적으로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함께 교육 받던 그때가 왜 이리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소. 보고 싶달까 그립달까 지금이라도 다시 남산의 문학의집 강의실로 달려가고 싶구려.
늘 그렇듯 ‘처음’이 주는 느낌은 설레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심스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지요.
입학하던 날, 우리의 첫 만남도 그랬어요. 시니어 산촌학교라는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우리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연배였고, 삶의 2막을 산촌에서 살고픈 똑같은 마음으로 여기서 만난 거잖아요. 일단 비슷한 연배라는 게 맘이 놓이고 편하더라구요. 또 여성분들도 많고, 다 괜찮아(?) 보이구요.
하지만 본인 소개의 말씀들을 듣다 보니 다들 녹록치 않은 경력과 삶의 이력을 지니고 있는 듯하더군요. 다들 한 가닥 하시던 분들 같더라구요. 반갑기보다 조심스러웠고, 편하기보다 어색했어요. 뭐 처음엔 다 그런 거잖아요.
그래도 우리가 중‧고딩도 아니고 연륜 있는 시니어들인지라 수인사, 통성명 정도야 과장되지 않은 몸짓으로 눈웃음 한번 지으며 슬쩍 넘어갈 수 있었지요.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지만, P형과 내가 이곳에서 만나 수업 받는 내내 짝꿍이 되고, 두 번의 현장 체험 교육을 갈 때마다 옆자리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게 내게는 행운이었소. 되돌아보면 우리는 연애하듯 같은 꿈을 꾸었고, 향후의 시골살이에 대한 애기들을 진지하게 많이 나눈 것 같아요.
물론 우리를 만나게 하고, 우리에게 꿈을 심어준 학교측에 감사하죠. 아마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첫 수업 시간이었죠? K 지도교수님이 우리에게 던진 첫 질문, ‘시니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말은? 우리는 생각 없이 말했죠. ‘연장자’, ‘노인’, ‘은퇴자’….
그리고 우리들의 대답을 모두 쓰레기봉투에 담아 분리수거해 버려도 좋을 만큼 신선했던 교수님의 한 마디, “시니어는 ‘경험이 풍부한’, ‘능력 있는’, ‘노련한’ 사람들.”
교수님의 개념 정리에 힘입어 앞으로 시니어로서의 꿈을 쭈욱 꿔 볼랍니다.
암튼 K교수님 공력이 대단하시더군요. 이후에도 깜짝 놀랄 만한 발상의 전환과 역설의 2단 옆차기 정리로 우리에게 명쾌한 가르침을 주셨죠. 생각할수록 작은 거인 같기도 하고, 환속한 산신령 같기도 하고… 암튼 대단해요.
편지를 쓰며 자연스레 눈을 감고 그 날을 떠올리다보니 벌써 저녁시간이 되었네요. 이만 줄이고 조만간 다시 연락드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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