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흡수’기능만을 강조한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부문 추진 전략은
사회적 합의를 통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 기후위기시대, 숲의 다기능적 역할과 중요성 인정해야 - 산림청은 산림탄소흡수원 유지, 증진 정책의 대상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관점에서 산림을 바라봐야 - 산림탄소흡수량만으로 영급구조 개선, 벌기령 조정, 수종 갱신 접근은 숲을 망치는 일 - 산림분야 탄소중립 정책 수립과 이행은 지속가능한 산림관리 원칙에 입각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
산림청은 지난 1월 산림을 통해 3,400만톤 기여를 목표로 기존 산림의 탄소흡수능력 강화, 신규 산림탄소흡수원 확충, 목재와 산림바이오매스의 이용 활성화, 산림탄소흡수원 보전과 복원 등 4개 정책 방향과 12개 핵심 과제를 발표했으며 이를 위해 벌기령 단축, 수종 갱신, 영급 정비에 따른 벌채 등을 주요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리고 일부 언론과 기업 및 단체들이 산림청의 정책을 환영하는 보도를 쏟아내자, 이에 반대하는 많은 환경단체들이 산림청의 산림분야 탄소중립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비판을 가했고, 산림청은 4월 29일 ‘숲의 다양한 가치를 고려해 수립할 예정’이라며환경단체의 비판과 우려에 대한 입장을 내 놓았다. 이로써, 지난 1월 산림청이 발표한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따라 산림부문에서 30년간 30억 그루의 나무심기 정책에 대한 시민환경단체들의 비판은 일단락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전 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에 산림을 통한 탄소중립 기여는 시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산림청의 산림부문 추진 전략에 대해 산림청을 비롯해 주요 언론을 중심으로 산림의 ‘탄소흡수’ 기능만을 강조하고 전체 산림면적의 70%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30년생 이상의 나무를 베고 심어야 한다고 오해할 수 있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보도되며 사회적 반감을 산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정책을 홍보함에 있어서 메시지 관리를 신중하게 하여 불필요한 오해와 논쟁을 유발하지 말아야 한다.
숲은 목재생산을 위한 경제적 기능 뿐 아니라 공기정화, 수원함양, 자연환경보전, 재해방지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기능에 따라 산림관리 방법이 다르고, 산림청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기능에 따라 다르게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산림청의 추진전략에 있어서 숲의 기능을 ‘탄소흡수’만으로 규정하며 ‘30년 노령목은 벌채’해야 한다는 것처럼 홍보한 것은 사회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시민들의 비판이 높아지고 오해가 깊어지기 전에 산림청은 산림의 탄소흡수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은 경제림과 산림피해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또한 이를 실천해야 한다.
또한, 30년간 산림의 70%이상을 벌채할 것이라는 사회적 오해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림청은 산림부문 추진전략에서 30년간 30억 그루 식재 계획을 발표하며 도시숲과 산림복원 등에 1억 그루, 북한 황폐지에 3억 그루를 심고, 나머지 26억 그루는 국내 산림 중 경제림과 산림피해지에 식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30년간 26억 그루를 식재한다고 했을 때 연평균 8,700만 그루를 식재하게 된다. 이를 면적으로 환산하면(ha당 3,000본 기준) 약 29,000ha가 되는데, 2020년 조림 면적이 23,000ha인 것에 비해 약 6,000ha 증가된 면적이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 면적이 6,335천ha(2015년 기준) 중 연간 29,000ha를 조림한다고 했을 때, 이는 전체 산림면적의 0.4%정도이며, 30년으로 계산했을 때 약 86만ha, 13.7%에 해당하는 것으로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산림은 1960년대 입목 축적이 ha당 10m3에 불과할 정도로 황폐했으나 이제 160m3까지 증대시켜 왔다. 숲의 전체적인 가치는 높아졌다. 하지만 경제림을 대상으로 목재생산의 관점으로 봤을 때는 1960년대~70년대 녹화사업을 통해 숲이 이루어져 숲이 대부분 장령림(30년~50년생)으로 노령화 단계에 들어가 있고, 심어 놓고 가꾸지 않은 불량 형질림의 비율이 높아 형질 생장을 기대할 수 없는 산림이 상당 규모 분포해 있다.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은 녹화 성공 이후 지속적인 과제였으며, 지속가능한 산림 생산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영급 구조 개선과 수종 정비가 요구되고 있다. 형질이 우량한 임분은 간벌과 가지치기 등 관리를 통해 우량림으로 유도하고 형질이 불량하거나 생산성이 낮은 산림은 수종 및 임분 갱신을 시켜야 한다. 하지만 영급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근거로 이번 산림청에서 제시한 것처럼 산림탄소흡수량을 제시하는 것은 맞지 않다. 이는 지속가능한 산림자원 관리의 원칙을 무시한 것 뿐 아니라 단편적인 계산이나 판단만으로 벌기령을 조정하거나 수종갱신을 확대하는 것은 오히려 숲의 경영체계를 무너트릴 뿐 아니라 숲의 가치도 저하시키는 일이다. 산림청에서는 이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산림청에서는 산림부문추진전략에서 국유림의 경우 탄소경영림과 목재비축림으로 구분하고 탄소경영림은 탄소흡수량이 최대가 되는 지점으로 벌기령을 완화한다고 밝혔다. 이는 산림의 임령별 연간 산림탄소흡수량을 기준으로 한 것인데, 이는 맞지 않다. 연년생장량이 경우 일정 기간까지 증가하다가 감소하는 것이 맞지만, 시기에 따라 관리 작업을 통해 부피 생장량을 증대시키고 벌기령 연장을 통해 산림탄소흡수율을 유지, 증진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계산이다. 더 나아가 인공림일지라도 다층림 관리를 통해 지상부의 이산화탄소 흡수뿐만 아니라 토양과 지하부의 이산화탄소 고정량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벌기령을 조정하려면 재적수확 최대 시점을 기준으로 하거나 벌채목의 용도와 생산비를 고려해 평균 직경을 고려한 시점으로 벌기령을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산림청이 제시한 산림탄소흡수량을 기준으로 벌기령을 낮출 경우 무분별한 벌채를 조장해 숲의 가치를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현재 산림청에서 제시한 계산대로라면 벌기령 30년(침엽수)의 경우 흉고직경 18cm, 소경재로 벌채를 하게 되는데 이는 활용가치가 낮을 뿐 아니라 목재이용정책과도 상충된다. 또한 국가의 산림자원 관리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산림청은 벌기령을 낮추는 편의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다층구조의 숲을 만들고 산림관리를 통해 숲의 생장량을 증대시키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림경영에 있어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나무를 심고 가꾸고 생산하고 이용하는 과정은 순환되어야 하며, 지속가능해야 한다. 이용할 수 있는 목재를 생산하고, 국내 목재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임도를 확충하고벌채를 통한 생산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기존에 벌채는 산지를 훼손하고 무자비하게 이루어져 왔으며 임도는 또 다른 개발 사업으로 인식되어 왔다. 산림청은 목재의 생산과 이용 측면을 고려했을 때 벌채, 수확 과정에 있어 산림생태계의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층림 경영을 선도적으로 실행하고 적정 임도망을 배치해 생산성을 높이며 자연친화적인 생산작업시스템을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임도와 벌채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해소할 수 있도록 시민환경단체가 참여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제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목재생산과 이용을 위해서는 경영기반을 마련해야 할 뿐 아니라 사회적 지지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번 산림분야 탄소중립에 대한 논쟁은 산림청의 정책 수립과정에서의 사회적 합의 부족과 홍보에 있어서 메시지 관리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향후, 산림청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운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산림관리 원칙과 기준에 맞춰 산림분야 탄소중립 전략을 보완하고 세부계획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벌채와 조림 그리고 숲가꾸기와 임도 등 산림경영 행위를 통한 산림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해갈 수 있는 미래 우리 산림의 관리 원칙과 기준을 함께 만들고 실천해가야 할 것이다.
문의. 생명의숲 정책활동팀 02.735.3232
검색중입니다
* 댓글은 <성명,비밀번호, 내용 입력 후 '로봇이 아닙니다' 앞 네모를 클릭> 하셔야 등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