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숲 신입회원 인터뷰 : 박수연님, 삶의 방향을 심고 희망을 길러내다
interviewer : 이현아, 오주영 생명의숲 활동가
interviewee : 박수연 생명의숲 신입회원
"후원은 결국 희망을 길러내는 일이에요. 내가 어디에 돈을 쓰느냐가 나를 정의한다고 믿어요. 떠나서 잊는 대신, 싫으니까 바꾸자고 말하고 싶어요. 그러니 제 소중한 세종대왕을 잘 써주세요."
한 회원님과의 만남을 앞두고,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기대와 궁금함이 가득했습니다. 박수연 님은 처음부터 '우연히' 문이 열린 동아리방 이야기로 우리를 끌어당겼습니다. 그 우연한 시작은 자연과의 교감,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 그리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단단한 실천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글은 그가 걸어온 길을 따라가며, 그의 눈높이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연결의 시작 - "도감 이름을 현실에서 만나는 순간"
숲 : 안녕하세요, 박수연님.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전공이나 현재 하고 있는 활동 등을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박수연 : 안녕하세요. 저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조류 동아리인 '야생조류연구회'에서 활동했었습니다. 동아리에서는 회장까지 맡았었어요(웃음). 그리고 지금은 대학원에서 정보교육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숲 : 전공이 컴퓨터공학이신데요, 자연과 관련 없는 분야인데 조류 동아리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되셨어요? 원래부터 그런 거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박수연 : 정말 우연이었어요. 공연 동아리를 끝내고 맞은편 '야생조류연구회' 방 문이 열려 있길래 봤는데 침대가 있는 걸 보고 그냥 들어가 앉았다가... 빠졌어요. 동아리 활동을 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는 거예요. 도감에서만 보던 새 이름을 현실에서 만나는 기쁨을 알게 되었어요. 신기하게도 이름을 알게 되니 그 대상을 다시 보게 되고, 주변의 자연이 전과는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이름이 만든 관계 - "붉은왜가리"를 받던 날
숲 : 생명의숲 활동가는 자신이 좋아하거나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나무를 선정해 그 이름을 명함에 넣는데요. 들어보니 '야생조류연구회'에서도 새 이름을 갖는다고 하던데 혹시 수연님도 있으세요?
박수연 : '야생조류연구회'에는 활동을 채우면 선배들이 새 이름을 지어주는 '부화' 전통이 있어요. 조사·탐조를 일정 횟수 채우고, 사진과 소리로 새를 동정하는 테스트를 통과하면 선배들이 이름을 지어줘요. 제 이름은 '붉은왜가리’였는데요. 길고 예민하고 쉽게 볼 수 없다는 점이 저와 닮았었나봐요.
▲ 새명식_붉은왜가리로 부화했던 날 (사진 : 본인제공)
숲 : 내가 좋아하지 않는 새를 정해주면 기분이 상할 수도 있지 않아요?
박수연 : 부화할 즈음이 되면 어지간한 새를 다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뭐가 되든 사랑하게 돼요. 나와 자연을 이렇게 연결하는 느낌이예요.
숲 : 새를 보러가는 건 참 재미있죠.
박수연 : 너무 좋잖아요. 근데 되게 탐조가 정말 좋은 취미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일단 새를 보러 가려면 아침 일찍 움직여야 하고 잘 가지 않았던 곳을 가게되잖아요. 자연과 하나가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게 저는 너무 좋았어요. 새 보러 다니는 친구들 중에는 곤충 공부하는 친구들도 있고 먹이가 되는 그 물고기를 잘 아는 선배도 있어서 이 것 저 것 알려줘요. 그게 너무 신기하고 너무 재미있었어요.
▲ 한강에서 새를 보다 (사진 : 본인제공)
박수연 : 백령도에서 청호반새를 봤어요. 숙소로 돌아가려던 찰나, 동행이 "전봇대 위에!"라고 조심스럽게 불러 세우더라고요. 하루 종일 걸어서 배도 고프고 조금 지쳐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청호반새를 보아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 짧아서 더 선명한 만남이 오래 남았어요.
활동을 하면서 감동받았던 순간을 물어보았을 때 그는 새 이름을 받았던 때라고 했습니다. 선배들이 보여 준 스무 장의 카드를 보고 새 이름을 알아채 불러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속상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김춘수님의 ‘꽃’이 떠올랐습니다. 시가 현실이 된 것 같았습니다. 이름을 통해 비로소 자연과 연결되었다는 것이 참 멋지기도 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백령도에서 만난 청호반새 (사진 : 본인제공)
신입회원의 결심 - "산불 영상 → 식목일 → 정기후원"
숲 : 생명의숲을 ‘알게 된 경로’부터 ‘가입·결심’까지를 시간순으로 들려주세요. 어떤 감정과 망설임, 어떤 결정 요인이 있었나요?
박수연 : 경북, 강원 지역에 산불이 계속 났었잖아요. 제가 고향이 대구다 보니 그 심각함이 더 와닿았어요. 유튜브에서 산불피해, 기후위기 관련 영상을 보다가 갑자기 식목일(4/5)에 나무를 심고 싶어졌어요. 검색하다가 생명의숲을 알게 되었어요. 생명의숲 홈페이지 메인에 있는 재정보고를 보고 나의 후원이 잘 쓰여질 수 있는 단체라고 생각했어요. 나무심기에 참여하려면 회원이어야 한다는 걸 알고 바로 가입했어요. 어떤 활동을 하는지 좀 찾아보고 정기후원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첫 활동의 체감 - "나무는 자란다"를 손끝으로 배우다
숲 : 산불 피해지를 직접 눈으로 보니 어떤 느낌이었어요?
박수연 : 현장은 화면과 달랐어요. 손에 재가 묻고, 바람결 따라 한쪽만 그을린 나무, 곡괭이를 내리칠 때마다 돌이 튀는 흙... 그리고 궁금했죠. "여기 살던 새들은 어디로 갔을까"였어요. 그럼에도 나무는 자란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해요. 그리고 그 나무에 둥지를 터서 다시 생명이 자란다는게 너무 의미있는 것 같아요.
산불로 인해 땅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모습이 드러나고 나무가 사라져 숲 건너에 있는 바다의 풍경이 너무 잘 보였을 때 “보지 않는 게 좋은 풍경이라는 것도 있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10년 뒤 내가 나무심은 곳에 다시 와서 어떠한 생명이 돌아왔는지 보고 싶다는 것. 나무를 심은 사람들이라면 갖고 있을 버킷리스트가 아닐까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회복을 또 한번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 산불피해지를 가다
일상의 실천 - 희망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
숲 : 요즘은 경쟁·혐오, 그리고 손해 보지 않기가 공정이라는 생각이 일상을 지배하곤 합니다. 그럼에도 ‘후원’을 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후원’이 수연님에게 준 변화가 있는지 알고 싶어요.
박수연 : 저는 부채감이 있어요. 미래에 대한 부채감. 그래서 후원을 통해 '미래를 길러낸다’고 생각해요. 저는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믿어요. 그리고 그렇게 믿어야한다고 생각하구요. 제가 원하는 것은 내가 뭔가를 길러낸다라는 것, 미래의 희망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인 것 같아요. 결국 그게 저를 관통하고 있는 하나의 메시지인 것 같아요.
박수연 : 설득보다 ‘기록’을 해요. 저는 저의 행동과 생각에 대해 SNS 글 속에 자연스럽게 은근히 끼워 넣듯 남겨요. 누군가 스크롤을 멈추고 "아, 저 친구는 거기에 만 원을 썼네" 하고 한 번 더 생각해주면 그걸로 충분해요. 저는 금액의 크기보다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믿어요. 결국 "내가 어디에 돈을 쓰느냐가 나를 정의한다"는 믿음이 있으니까요.
▲ 나답게, 이화답게 (사진 : 본인제공)
숲 : 또래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혹은 생명의숲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박수연 : 저는 요즘 내면에 집중하려고 해요. 스스로에게 "내가 왜 이걸 하려는지, 오늘도 같은 마음인지"를 자주 확인해요. 스스로를 설득하는 일이 먼저예요. 그래야 오래가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친구들 중엔 "싫으니까 떠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어요. 전 "싫으니까 바꾸자"고 말하고 싶어요. 여기에서, 사람들과 함께요.
▲ 희망을 심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박수연 회원님
박수연님과의 만남은 우리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 자연과의 연결, 그리고 이를 지속 가능한 실천으로 이끄는 그의 단단한 가치관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용히 이야기해주는 듯했습니다.
'싫으니까 바꾸자'는 그의 외침은 단순히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것을 넘어,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가는 생명의숲의 가치와 맞닿아 있었습니다. 이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행동으로 큰 변화를 만들어가는 회원들의 이야기가 모여, 생명의숲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든든한 뿌리가 되어주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숲의 회복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분명한 울림이 될 박수연님의 이야기처럼, 생명의숲은 앞으로도 회원님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담아내며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이어지구
2025 지금지구 숲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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