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과의 모임이 여전히 쉽지 않은 2021년.
주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숲친 활동 역시 코로나로 인해 의도치 않게 휴식기를 가지거나 비대면으로 진행되기도 했는데요.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시민활동의 씨앗을 퍼뜨리고 있는 숲친의 여러 활동을 숲친의 목소리로 직접 들어보는 <숲친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이번 편은 올해 그린짐을 처음 접하고, 그린짐리더로서 성미산 그린짐 활동을 함께한 김주현 숲친의 이야기입니다.
| 지인의 추천으로 그린짐리더 양성교육에 참여
| 산림치유지도사로서 사람과 건강에 큰 관심
▲ 숲을 닮은 김주현 숲친
Q. 안녕하세요 주현님. 올해 5월, 중앙생명의숲에서는 처음으로 '그린짐리더'를 양성하는 시민교육을 진행했었는데요. 그 교육에 참여하신 뒤, 성미산 그린짐에 리더로서 함께해주셨지요. 주현님께서는 처음에 어떻게 교육을 알게 되셨고, 시작하시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린짐리더 양성교육이 성미산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했던 걸로 알고 있어요. 지금은 제가 다소 떨어진 곳에 살고 있지만, 전에 마을에 적을 두었기 때문에 성미산마을에 아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 중에 한 지인분이 제가 '산림치유지도사' 자격증이 있는걸 아니까 '혹시 이거 관련된거 아니야? 한번 가봐~!' 하며 소식을 알려주었어요. 자세히는 몰랐지만 평소에 생명의숲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건 알고 있었고, 마침 제가 일도 쉬고 있는 상태라 인연이 닿았던 것 같아요.
Q. 주현님께 성미산이라는 공간이 원래 익숙한 곳이었나요?
A. 네~ 아이가 바로 근처 어린이집을 다녔고, 그 당시에 성미산을 많이 이용했기 때문에 원래도 친근하게 생각하는 장소였어요.
▲ 2021년 5월 진행된 그린짐리더 양성교육 수업을 듣는 모습
Q. 그린짐리더 양성교육은 9회차 24시간으로 꽤나 긴 교육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참여해주셨지요. 양성교육은 어떠셨나요? 내가 예상한 교육이었는지,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는 교육이었는지,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A. 하하. 사실 교육을 받은지 꽤 되어서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데요. 강의 내용이 기억이 안나는건 아니고 그때의 상황, 내가 뭘 느꼈는지는 아무래도 희미해졌는데... 코로나로 강사님과 비대면으로 수업할 때 좀 힘들었던 것 같고, 기억에 남는 수업은 박은지 건강운동관리사님의 신체관리법 수업이었어요. 우리가 개인적으로 짐에 다니거나 필라테스를 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이론을 곁들여서 설명을 들을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요. 유튜브를 이용해서 그런 정보들을 스스로 찾는데 강의로 듣게 되니까 좋더라고요.
Q. 양성교육 이후에 진행된 성미산 그린짐 프로그램에 참여해주셨는데요. 처음에는 보조운영자로서 전체적인 흐름을 익히고, 나중에는 그린짐리더로 진행 역할도 나눠 맡아서 해주셨지요. 그린짐리더로서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 그린짐리더에 관심있는 독자들을 위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제가 경험한 부분만으로 그린짐리더는 이런거구나~하실까봐 걱정은 좀 되지만(웃음) 어쨌든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 드리자면, 처음에 제가 참여자로서도 경험한 적이 없는 프로그램이었다보니 한동안 프로그램을 파악하는데 좀 시간이 걸렸던 것 같고요. 메인은 아니고 보조 역할로서 일부분에 참여한 것 같은데, 어쨌든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을 진행할 수 있었던 건 제가 산림치유지도사로서 관심있는 분야이기도해서 조금이나마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그린짐은 활동 전후에 준비운동(웜업)과 마무리운동(쿨링다운)을 한다.
Q. 산림치유지도사이시고, 산림자원학을 전공하셨다고도 하셨는데 혹시 이런 배경이 그린짐리더로 역할하는데 도움이 되셨을까요?
A. 글쎄요. 아무래도 그런쪽에 전혀 경험이 없고 관심이 없는 분들과는 달랐을테지만 되도록이면 처음 접하고 모르는 분야라는 생각으로 임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비슷하지만 어떻게 보면 너무 달라서요.
Q. 갑자기 뜬금없지만 내년에도 그린짐을 함께해주신다면, 단독 진행도 자신있으실까요? (웃음)
A. 한다면 할 수 있겠는데(웃음), 진행이나 숲을 보는 관점에 대한 저만의 스타일이 또 있을 것 같아서 생명의숲이 원하는 방향과 맞을지는 평가를 받아봐야겠죠?
Q. 하하. 주현님의 방향과 생명의숲의 방향이 많이 차이가 날까요?
A. 많이 다르지는 않겠지만 객관적으로 보고 평가를 한다면 어떨지 잘 모르겠어요. (오늘 사다리를 타고 새집을 다는 활동을 했는데) 산림치유지도사 역할을 먼저 접하면서 저는 참여자의 안전사고에 대해 주의를 많이 받았거든요. 그런 부분은 특별히 신경써야 한다. 그러다보니 저는 조금 더 위험요소를 배제하려고 할 것 같아요, 나도 모르게. 오늘 같은 활동은 리더들이 바짝 긴장하고 몸을 더 써야했지요. 일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경우가 빈번하면 좀 힘들겠다.(웃음)
▲ 새집 달기 활동을 위해 사다리를 들고 이동하는 모습 ⓒ전부순
Q. 맞아요. 참여자가 10명 정도일때 리더를 포함해서 3명 정도의 스텝을 두고 있는데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활동을 안전하게 지도하기 위해서는 참여자 수가 많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또는 인원에 맞는 일감과 장소를 찾아야 하고요.
A. 이번에 새집 달기 프로그램을 위해서 새집을 만드는 밑작업을 해놔야 하잖아요. 함께할 수 있는 분들이 계셨으니 가능했던 것 같아요. 누군가 품을 내주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죠.
Q. 혹시 우연히 그린짐을 함께 하시면서 개인적인 목표 같은 게 생기셨을까요?
A.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요. 원래 목표 없이 살아서 (웃음). 아, 한가지 저한테 영향을 끼친 부분이 있다면 그린짐리더 수업에서 건강한 신체관리법 수업을 들었잖아요. 그래서 이런 전문적인 몸에 관한 강의를 듣고 싶어서 강사님께 여쭈어봤더니, 방통대에도 생활체육지도과가 생겼다, 그런걸 해보시면 어떻겠냐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건 아니지만 그런 공부를 할 수 있으면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린짐과 산림치유 모두 사람이 주가 되는(산림치유의 경우에는 숲은 정말 장소 제공의 관점이죠) 활동이다보니 하면 할수록 사람에 대해서 더 알고싶은 욕구가 생겨요.
▲ 가장 인상에 남았던 건강관리법 수업
| 그린짐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관의 지원과 협조가 필요
| 생명의숲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 기대
| 생명의숲과의 활동을 통해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볼 수 있었던 한해
Q. 그린짐을 운영해보니 어려웠던 점이 있으셨을까요?
A. 영국에서는 그린짐을 할만한 장소가 많고, 가드닝 중심으로 한다면 생명의숲이라는 곳 성격상 영국과 다를 수밖에 없는 지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영국에서는 내집 정원 가꾸듯이 한다면 생명의숲에서는 도시의 미흡한 공원을 그린짐으로 시민들하고 같이 가꾸고 싶은 거라고 보이거든요. 그래서 관에서 적극적인 지원과 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니면 사유지에서 생명의숲이 하고싶은대로 마음껏 해보는(웃음)
Q. 그러면 정말 좋겠네요.(웃음) 생명의숲의 시민활동가를 ‘숲친’이라고 부르거든요. 숲친으로서 생명의숲에 바라는 점이 있으실지 궁금해요.
A. 바라는 점이 있다면 글쎄요. 지금 그린짐 활동을 성미산 대상으로 하잖아요. 이걸 소소하게라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렇게 운영하지 않아도 자기집 앞 산에 관심있는 분들이 모일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생명의숲이 해주면 어떨까 싶어요. 처음 시작은 한명 두명이겠지만 5명만 돼도 서울 전역에 모임이 생기지 않을까 해요. 생명의숲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주고, 관과 연계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해주고 하는. 그러니까 이건 그린짐이라기 보다는, 그린짐은 그린짐대로 하고, 생명의숲이 그런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지역 주민 인큐베이팅이네요.
▲ 그린짐리더로 함께한 활동 모습
Q. 정말 좋은 생각이에요. 그린짐 형태가 아니더라도 지역주민이 우리동네 숲을 이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돌보는 문화가 정착하면 좋겠거든요.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올 한해를 돌아보니 어떠셨는지, 혹시 내년은 어떤 한해가 되길 바라는게 있으신지 궁금해요. 좀 어려운 질문일까요? (웃음)
A. 음... 일단은 오리나무 활동가님과 생명의숲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올해 코로나로 여러가지를 다 접었거든요. 그래서 새해가 되면서 나름 편하고 좋은 면도 있었어요. 그런데 우연치 않게 그린짐리더 수업을 듣고, 운영을 같이 하면서 저 자신에 대해서 긴장이 풀릴 수 있는 부분들을 살짝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다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망각하게 되는 부분들이 많이 생겨요. 근데 이 활동을 하면서 아 내가 이런 부분이 있었지, 이건 좋지만 이건 고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죠. 그러니까 뭐랄까요. 말하자면 상반기에는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추지 않고 있다가 이제 생명의숲이라는 거울을 만난 것 같은 그런 부분이 감사해요.
그리고 특별히 내년에 기대하는 부분은 없고요. (Q. 저는 코로나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데…) 하하. 저는 그런 생각을 안한지 오래인거 같아요. 어차피 내가 간절히 바란다고해서 그것 때문에 시간이 짧아지고 그런건 아니니까. 그냥 받아들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어요.(웃음)
10월 21일, 김주현 숲친과 함께한 마지막 그린짐 활동을 마치고 차를 한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항상 겸손한 태도로 배우고, 참여해주셔서 산림자원학을 전공한 분이라는 것은 인터뷰를 하며 알게 된 사실!
사적인 이야기는 나눌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렇게 함께하게 된 인연, 삶의 경로 그리고 주현님이 가진 숲에 대한 관점을 알게되어 기쁜 시간이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생명의숲의 모든 시민활동가와 회원들을 인터뷰하고 그 수만큼의 인생과 숲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고민하고 떠올리며, 한 문장 한 문장을 정성스럽게 말씀해주시는 모습에서 그린짐 활동을 통해서도 느꼈던 주현님의 신중함을 엿볼 수 있었다.
인터뷰 도중, 스리슬쩍 내년 그린짐 활동도 함께해주시면 어떨지 물었는데 흔쾌히 '저는 부르면 가요'라고 웃으며 응답해주셔서 심쿵!
내년에도 좋은 인연이 계속될 수 있기를 바라며, 주현님의 이야기를 마친다.
문의 : 02-735-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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