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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문화쌀롱 두번째 시간, 정원, 숲, 그리고 자연 주소복사

서로배움학교는 생명의숲 활동가 역량강화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스터디 그룹 프로그램입니다.

‘일 기반 학습, 일을 통한 성장' 범위 내에서 주최자가 주제를 선정하고, 공감하는 활동가(3~5인)가 참여하여, 모든 구성원이 서로 배움의 주체가 되어 경계없이 생각을 나눕니다.

2024년 서로배움학교로 선정된 숲문화쌀롱은 숲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문화콘텐츠를 매개로 하여 시민과 공감대를 확장할 수 있는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생명의숲 활동 주제에 대해 좀 더 폭넓은 시각에서 생각을 나누고 학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전시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야외 전시마당


최근들어 자연환경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개념인 ‘정원'. 

정원도시를 만들겠다는 지자체의 포부들이 가득한 가운데, 우리가 말하는 ‘정원은 과연 무엇일까?’, ‘숲과 정원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하는 소소한 질문들이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생명의숲에서도 도시숲 활동을 통해 유휴공간에 정원의 형태로 녹지를 조성하고 있기도 한데요. 


대체 사람 이름도 아니고 말이지요… 

이렇게나 정원을 부르짖는 수많은 외침 속에서 정원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물음에서 더 나아가,

“어떤 정원이 잘 조성된 정원일까?”, “(정원을 포함한)도시숲의 조성은 어떻게 디자인해야할까?”하는 활동가로서의 질문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사람의 손을 잘 타지 않는 산 속의 숲 외에, 도심지에 숲이나 공원을 만들 때, 어떠한 방향성, 어떤 방식의 식재(植栽 : 초목을 심어 재배함)를 고민할 수 있을까요? 



8월에 진행된 숲문화쌀롱의 주제는 저, 아몬드나무가 제안한 “정원과 식재디자인"이었는데요. 


쌀롱의 모임원들(매화나무, 미루나무, 삼나무, 아몬드나무, 은행나무 - 이상 활동가 나무이름)은 근래 조명받고 있는 정원을 조성하는 방법 중 ‘자연주의 식재’에 대해 알아보고 정원을 조성한 사례, 정원조경가의 전시 등을 통해 넓은 범위에서 이야기 나누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식재디자인 - 새로운 정원을 꿈꾸며> (피트 아우돌프, 노엘 킹스버리 저, 오세훈 역, 목수책방, 2021) 중 ‘1장 - 식재의 큰 그림’을 각자 읽은 후, 지난 8월 6일 오후, 조경가 정영선의 정원설계작품을 전시한  <정영선 :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시를 함께 보았습니다. 그 후, 접한 컨텐츠를 바탕으로 정원과 자연주의 식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모임원들에게는 사전에 <식재디자인>을 읽으며 각자가 생각하는 내용의 주요 키워드 또는 인상깊은 문장 발췌를 미리 요청했습니다.



직접 도면을 그리며 식재를 설계하거나, 조성공사 현장에서 나무를 직접 심진 않지만, 기후위기시대, 한 뼘의 숲이 소중한 지금,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숲을 조성해야할지에 대해 경계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었는데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주제인만큼, 2시간 남짓한 시간으로 하나의 결론을 내진 못했지만 그날 활동가들이 나눈 이야기, 그리고 논의를 위해 읽은 책과 컨텐츠들을 공유드리려고 합니다. 





전시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를 둘러보는 숲문화쌀롱 모임원들



숲문화쌀롱 두 번째 시간 - “정원, 숲, 그리고 자연"

(“”큰 따옴표의 안의 말은 활동가의 말을 정리한 것이며, 기울임체는 책 내용을 인용한 것입니다)






#공원의 기원은 정원이었다?!

“요즘 유행아닌 유행을 하고 있는 정원은 현재의 ‘공원’의 기원이기도 하다. (공원의 초기 형태는 고대 사유지의 정원에서 찾을 수 있다) 근대에서부터는 도시민들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현재 모습의 공원이 등장하기 시작한걸로 보아, 사실 그 옛날 ‘정원'은 프라이빗한 공간이었고 현재에는 공공의 공간인 ‘공원'이 된 것이다. 그러한 기원으로 따져본다면 정원과 공원은 같은 목적에서 출발한 개념으로 볼 수도 있겠다. 공원은 어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적으로 관리되는 공간이므로 개성이 강하지 않은 공간으로, 정원은 공간 주인의 취향이 담긴 곳 정도일 것이다.”

*공원(公園) : 국가나 지방 공공 단체가 공중의 보건ㆍ휴양ㆍ놀이 따위를 위하여 마련한 정원, 유원지, 동산 등의 사회 시설

*정원(庭園) : 집 안에 있는 뜰이나 꽃밭



#자연주의 식재디자인, 트렌드일까 해답일까

"<식재디자인>에서 말하고 있듯, 자연주의 식재디자인은 그동안의 정형적이고 블록형태를 가진 식재 등 여러 방식을 시도하다가 귀결되는 종착역과 같은 식재모델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볼 때에는 자연주의 식재 디자인은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어떻게 보면 ‘지저분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는데, 현재에는 오히려 눈에 익숙해져 ‘아름답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 같다. 트렌드처럼 생각되는데 이 흐름이 지나가면 또 단순한 디자인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

“‘단순, 심플'이야말로 인공적인 개념인 거다. 사람들은 질서가 부여된 것에서 오는 미(美)를 추구해온 경향이 있다. 극단적으로 적용된 것이 프랑스 정원인 것 같은데, 반대로 영국에서는 경험주의, 자연주의 철학이 유행하면서 시골 풍경과 같은 정원이 유행을 했었다고 한다. 그런걸 보면 한 시대의 경제, 사회 경향에 따라 식재 방식도 왔다 갔다 했던 것 같고, 현재에도 경제나 사회 등에서 사람들의 ‘각성'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마저도 트렌드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각성의 방향이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는 것이 아닐까. 결국 마지막에 자연으로 회귀하며 답을 찾아나가는 것처럼…" 

“좀 더 지속가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연을 닮은 생태적인 식재를 고민한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임원들이 가져온 단어들과 문장들




#(능동적)지속가능성

“‘지속가능'은 ‘생물다양성'이라는 단어와 더불어 환경 이야기를 할 때에 그 단어가 너무 많이 쓰여 식상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식재에 있어 지속가능성은 식재방식, 수종 등을 판단할 때 핵심적인 기준이 되고 있고, 그래야 한다고 본다”


지속가능성은 식재를 위한 핵심 개념이 되었지만 남용되고 있기도 한다. 

너무 정치적인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거의 진부한 표현으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다. (중략)

능동적 지속가능성은 더 넓은 환경에 끼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옥상정원과 빗물정원, 생물여과 같은 기법들을 적용해 환경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하는 일로 생각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다양한 풀 식생 유형을 아주 효과적으로 활용해 능동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다. 

<식재디자인> p.68




하이라인 미국 뉴욕, 2009 ~. 뉴욕 하이라인은 오랫동안 방치된 철도에 자생적으로 자라던 식생의 모습이 느껴지도록 디자인되었다.

*사진출처 : Katy Silberger(위), Steven Severinghaus(아래) @flickr



화려한 색감의 꽃들이 블록형태로 식재된 모습이 두드러지는 정원의 모습. 사진출처 : JR P@flickr 



#여러해살이풀 #혼합식재

“여러해살이풀과 혼합식재는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자연주의 식재의 요소와 기법이다. 여러해살이풀은 3년 이상 사는 식물이기에 오랜기간 유지된다는 점에서, 혼합식재는 반듯한 블록형태의, 조금은 구식으로 느껴지는 전통적인 식재 스타일에서 벗어나 혼합으로 섞어 심는 방식으로써 언급되고 있다. 여러해살이풀이 지속적인 편이긴 하지만 영원하지는 않으므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시각적인 다양성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개선방안이 필요함을 언급하고 있다. 혼합식재는 ‘자연스러워 보이는' 식재 스타일이지만 어쨋든 시각적인 매력 또한 필요하기 때문에 아주 세심하고 철저하게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복원’은 가능한 개념인가? 변화를 포용하는 ‘개선'이 더 맞지 않나

(<식재디자인> 중, 식재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복원'이 필요하다는 내용 중에서) 

“책에서는 식재 이후 1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복원'이 불가피한 시점이 온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복원’이라는 단어의 한계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 인상깊었는데, 우리 활동에서도 산불피해로 인한 산림'복원'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저자는 ‘이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사실은 거의 분명하다. 사실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복원보다 개선이 더 적합한 단어일 것'이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복원은 과거로 돌아간다는 의미이니, 이 말에 동의가 되었고, 이 개념은  우리 활동에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야생과 자연, #자연스러움

단정하고 질서정연한 식재를 하거나 그런 식재를 요구하는 이들은 활기 넘치는 자연을 인간의 시선에서 통제하고 조직하려는 

정원 역사의 주된 흐름에 동참하는 사람들이다. (중략)

사람들이 자연을 원한다고 할 때는 보통 자연의 특정한 모습을 기대한다는 의미다. 

그러한 자연의 모습은 보기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자연이 무엇이고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와 같은 실로 인간중심적인 생각들에도 부합한다. ( …)

다시 말하자면 진정한 자연이 아닌 ‘자연의 아류'인 셈이다. ( …)

정원사나 디자이너의 과제는 ‘향상된 자연 enhanced nature’을 만드는 것이다. 향상된 자연은 적정 수준의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다소 야생적인 모습을 지닌다. 

 <식재디자인> p. 55~56


“아무리 자연주의 식재디자인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방식 또한 인간이 질서와 규칙을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움', ‘야생' 이러한 단어 속에도 인간중심적인 사고가 반영되어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인간 또한 생태계에 포함된 종으로써, ‘진정한 자연주의'는 뭘까?하는 의문도 든다" 



#날씨변화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에게 식물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접점일지도 모른다

#생물다양성을 제공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식재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의미 너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스스로 나고 자라는 것이 자연이고 식물인데, 우리는 사람이 손을 더해서 식물들을 심고 있고 그 행위 자체는 엄밀히는 ‘자연'에 반하는 행위일 수 있다. 하지만 문명의 역사 속에서 우리가 농경생활을 시작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지 않나. 씨를 심고 발아시켜서 수확을 하고 먹거리를 얻는 과정은 기쁨을 줄 수 밖에 없는 행위인데, 우리가 활동과 연결지어 고민해봤으면 하는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우리의 활동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나? 사람들이 기뻐하는 활동을 하고 있나 되돌아보면, 기뻐하는 사람이 대다수이지만, 숲을 조성하는 것에 무관심한 사람들도 굉장히 많고, 간혹 싫어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사람들의 무관심을 변화시킬 수 있는 활동을 우리가 해야하지 않을까”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하는 일은 옳은 일이라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이성적으로는 좋은 활동이지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활동은 다를 수 있다.”

“기후위기, 탄소중립이 요즘 시대의 주요한 키워드인데, 가끔보면 자연을 너무 도구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간이 자연을 두고 나누는 기준들, 예컨대 오늘 이야기 나눈 생물다양성이나, 자생종과 외래종을 구분하는 것 등을 보면 한편으로는 인간의 태도가  오만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뭔가 단순히 의미있는 일 너머의, 마음을 움직이는 공감의 포인트가 필요하다. 시민들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기보다, 사람들의 생태적인 감수성을 건드리는 것. 자연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어떠한 활동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자생(自生)하는, 변화하는, 움직이는 정원과 자연, 지구 속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정의하고 답을 내리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애초에 정원을 조성하는 방법으로써 ‘자연주의 식재 디자인은 무엇일까'하는 질문에서 접근해본 주제였는데요. 

정영선 조경가의 전시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공공의 조경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했고, 함께 읽은 <식재 디자인>을 통해 ‘자연’과 ‘자연스러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활동을 하며 수도 없이 입에 오르내리는 ‘생물다양성', ‘지속가능성' 등등의 단어들을 책상 위에 두고 편하게 이야기해볼 수 있었습니다. 자연 스스로 일으키는 변화와 인간이 일으키는 변화를 바탕으로, 어찌됐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식재디자인 또한 현재의 우리가 필요로 하고 있는, 진화된 식재기법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수많은 변화 속에서 자연에게도 인간에게도 기쁨을 주는 활동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라고 할 수 있겠지요.



향상된 자연 ; 

우리는 자연계를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고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완전무결한 것으로 여겨 왔다.

하지만 우리가 조화로운 자연생태계라고 여겼던 것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사람들이 자연식생을 볼 때는 한순간에 포착된 장면을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이 앞으로도 계속 영원할 거라 여기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자연이라 여기는 많은 것들이 실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상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아울러 자연의 많은 부분에 인간의 손길이 닿아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중략)

우리는 향상된 자연을 만드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이 아이디어는 이용자인 사람들을 위한 시각적 아름다움의 중요성과 인공생태계도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식재디자인> p251, 252





생명의숲은 시민의 힘으로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고 보전하며, 숲의 공공성을 높여 누구나 숲의 가치를 누리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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