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은 왜 다 똑같이 생겼을까요?!
학창 시절, 우리가 다니던 학교의 운동장 모습을 기억하시나요? 뿌연 흙먼지 날리는 모래 바닥, 딱딱하기 그지 없는 시멘트 구령대와 스탠드. 왜 학교 운동장은 모두 똑같이 생긴 걸까요?
그 이유는 일제 강점기 때로 돌아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 당시 학교 운동장은 체육 수업이 주 목적이 아닌 군사 훈련을 위한 장소였는데요. 그러다 1927년 '학교 체육시설에 관한 표준'이 공포됐고, 지금의 운동장 모습으로 굳어진 것이죠. 그래서 군대 연병장과 학교 운동장이 다르지 않다는 걸 아실 수 있을 거에요.
시대가 변한 만큼 운동장도 달라지고 있을까?
그렇다면 10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는 동안, 학교 운동장은 얼마나 변화했을까요?
체육관이 별도로 지어진 학교가 많아졌지만 아이들의 야외 활동은 꼭 필요하기에 학교는 운동장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여전히 예전의 모습을 유지한 채로 말이죠. 물론 운동장에 인조잔디나 우레탄 농구코트가 설치되어 있는 학교도 생겼지만, 이 또한 유해 화학물질과 뜨거운 열 발생으로 인한 생활 환경 안전 문제 등 말이 많았지요.
지금은 군사훈련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과거와 달리 테니스, 요가, 캐치볼, 원반 던지기, 더 나아가 골프까지, 다양한 체육활동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데 왜 운동장 형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걸까요?
체육관을 새롭게 지은 인천의 한 초등학교
학교 운동장은 왜 바뀌어야 할까요?
운동장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것은 확실합니다. '창의성'이 중요하다 외치면서, 정작 공간은 창의적이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생명의숲은 생각했습니다. 지금의 학교 운동장은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 것인지를요.
우선 첫 번째, 지금의 운동장은 축구를 좋아하는 남학생에게 유리한 조건입니다. 어느 학교를 가도 운동장은 그냥 축구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넓은 공간에 골대 2개. 결국 몇몇 친구가 축구를 하고 있으면, 피구를 좋아하는 학생은 운동장 구석 또는 스탠드를 활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시대에 맞지 않는 운동장의 형태가 체육 교육과 운동장 이용의 불균형을 만들고 있는 것이죠.
두 번째, 학교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는 운동장은 그 쓰임새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예전에는 운동장에 전교생이 모이는 조회 시간이 있었지만, 요즘은 대부분 실내에서 방송으로 진행합니다. 입학식과 졸업식도 체육관(강당) 또는 방송으로 진행하고요. 운동장 전체를 사용하는 행사는 1년에 한 번 또는 격년으로 진행하는 운동회 정도 뿐입니다. 그 또한 코로나 이후 규모를 더 축소하고 있고요. 체육 수업 중 절반 이상은 실내 체육관에서 진행하니, 운동장은 잘 사용하지 않아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는 공간이 되거나 주차장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운동장의 주인은 축구를 좋아하는 남학생도, 편리한 주차를 위한 차량 이용자도, 방과 후 체육 시설을 이용하는 주민도 아닙니다. 모두가 함께 균형있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운동장의 기능은 그대로 살린 채 분명한 목적을 가진 공간으로 재구성 하는 '숲이 있는 운동장'은 '모두를 위한 운동장'이기도 합니다.
'숲이 있는 운동장'으로 바뀐다면?
운동장의 공간을 재구성한다면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요? 숲이 있는 운동장을 통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체육 교육과 운동장 기능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첫째로, 운동장 본연으로써의 기능에 충실하여 신체 활동을 증가 시킵니다. 녹색의 밀도가 높아진 공간은 무더위에 취약한 야외 활동의 장벽을 낮춥니다. 다시 말하면 햇볕이 내리 쬐는 무더운 날씨에도 체육관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푸른 숲으로 뒤덮인 운동장에서 햇빛을 받으며 신체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재구성한 공간을 바탕으로 신체적 차이, 취향, 선호와 관계 없이 누구나 다양한 신체 활동을 할 수 있고, 특정 집단이 아닌 모두를 위한 운동장으로 변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운동장 이용의 불균형이 사라지게 되지요.
축구를 좋아하는 학생은 소형 축구장에서 축구를 하고 농구, 테니스를 좋아하는 친구도 마찬가지로 전용 구장에서 개별적으로 신체 활동을 즐깁니다. 심지어 가벼운 산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숲길로 난 산책로를 걷고, 가벼운 공 놀이나 원반 던지기, 요가 등을 원하는 학생은 다목적 잔디 마당에서 각자의 능력과 체력에 맞추어 신체 활동을 합니다.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지루하기만 했던 체육 시간이 다양한 신체 활동 경험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간이 되고, 방과 후 개방 운동장을 이용하는 지역주민의 체육 활동도 보다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둘째로, 운동장의 숲이 주는 긍정적 영향이 증가합니다. 나무, 풀, 꽃이 주는 초록의 자연 경관은 스트레스 해소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줍니다. 학교 생활에서 친환경적, 생태적 경험을 높일 수 있으며 이 경험은 곧 지속 가능한 미래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실천하게 할 것입니다. 운동장의 숲은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받은 열기를 식혀주는 마을의 냉각수 역할이자, 미세먼지의 영향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숲이 있는 운동장 조감도 초안
숲이 있는 운동장은 '생명의숲'이 합니다.
생명의숲은 1999년부터 학교숲 운동을 해왔습니다. 700개 이상의 학교에 숲을 조성하였으며, 학교숲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이번에는 모두를 위한 학교숲, '숲이 있는 운동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학교의 운동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숲이 있는 운동장으로 재구성합니다.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여 신체 활동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생태적 경험 공간을 구성합니다.
생명의숲은 '숲이 있는 운동장'의 시작을 특수학교에서 하고자 하는데요. 우리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특별하게 여겨지는 아이들에게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알게 해 줄 것입니다. 보다 다양하고 안전한 신체 활동을 위한 공간이자, 생태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으로 구성합니다.
다양성이 존재하고, 창의적 활동이 가능한 학교! 우리의 미래인 학생들에게 그런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기회에 동참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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