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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들꽃학교 노교사, 교육희망을 보다, 이원구 회원님~ 주소복사

지난 해 숲과사람들에 ‘들꽃학교 노교사, 교육희망을 보다’라는 에세이를 연재했던 이원구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선생님이 계신 금곡으로 찾아갔다. 올 여름은 매일 최고 온도를 갱신하는 무더운 날들의 연속이었으며 이 날도 몹시 뜨끈뜨끈한 오후였다. 선생님과 의기투합해 우리는 경기도 오남리 천마산 자락에 위치한 팔현계곡을 찾아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어떻게 생명의숲 회원이 되셨는지요?


저는 중고등학교에서 35년 동안 국어와 문학을 가르친 국어선생입니다. 문예반에서 실험한 ‘시창작교실’ 등 몇 권의 실용서적과 시집도 냈지만 텃밭을 가꾸고 야생화를 기른 ‘들꽃학교 노교사, 교육희망을 보다’라는 에세이집 출간을 가장 뿌듯이 여기는 사람입니다. ‘생명의숲’은 제자 정희 기자의 소개로 알게 된 뒤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선생님의 교육철학과 가치관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선생은 학생들을 깨우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어선생은 국어나 문학에 대한 지식보다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보다 깊어지도록 말입니다.

작년에 선생님의 ‘들꽃학교 노교사 교육희망을 보다’라는 에세이내용이 숲과사람들에 연재되기도 했었고, 들꽃학교 에세이 출간을 가장 뿌듯하게 여기신다고 하셨는데 아이들과 함께 야생화 가꾸기를 하시면서 느끼신 점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여학교에서 10여 년 간 텃밭을 가꾸고 야생화를 기르면서 우리는 땀 흘리는 노동의 가치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는데, 그것은 텃밭이 교실보다 훨씬 마음이 잘 통하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안적인 삶이 무엇인지 차츰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잔디밭 공사 중에 땅 속에 깊이 묻힌 좁쌀꽃, 오이풀 등 가여운 야생화들을 아이들과함께 살려낸 일입니다.


# 자연이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느끼면 자연스러운 가치관이 형성됩니다. 그러면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고 함께 살면서 서로 순환된다는 자연의 이치를 알게 됩니다.

선생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야생화는 무엇인지요? 그리고 좋아하시는 이유는 또 무엇인지요?

서울 근교의 산에서 본 얼레지가 선녀 같아서 잊혀 지지 않습니다. 교육용이라고 핑계대고 세 포기를 학교에 옮겨 심었는데, 얼레지는 끝내 잎이 돋아나지 않더군요. 그 뒤로 다시는 야생화를 이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인들처럼 잘 보면 야생화는 저마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소금이고 가장 아름다운 꽃은 목화라고 답변한 현명한 여인들이 생각납니다.


# 현재는 퇴직하셨는데 지금도 야생화를 가꾸시는지요? 퇴직 후에는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저는 집에서 야생화를 기르지 않습니다. 서울 근교의 숲 속에 있는 허름한 공동주택인 우리 집밖으로 나가면 천지에 흔한게 야생화인데 기를 필요가 없지요. 퇴직 후에는 가족사를 정리한 장편소설 ‘백년간의 비밀’을 출간한 뒤에 텃밭을 가꾸고 단전을 수련하면서 오랜 묵은 원고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죽음의 기술’을 수정 보완하고 있습니다.


# 학교에서 야생화 가꾸기를 하셨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생명의숲에서 진행하고 있는 학교숲 운동이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제가 근무하던 휘경학원의 이사장은 한국에서 고아의 어머니로 불리는 황온순 여사입니다. 그녀는 정성을 다하여 학교에온갖 나무를 심어 아름다운 숲을 조성하였는데, 특히 사과,감, 앵두, 밤 등 과일을 수확하면 학급마다 골고루 나누어 주었습니다. 생명의숲도 학교에 아이들이 따 먹을 수 있는 과일 나무를 심으세요. 나는 자전거 도로에 과일나무를 심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합니다. 


# 선생님께서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생명의숲에 대한 격려 혹은 당부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한 사람의 슬픔이 만인의 슬픔이다’라고 한 강증산 선생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생명의숲이 벌이는 일은 아주 소중한 생명운동입니다. 앞으로 서울 근교의 산에 방치되어 있는 흉측한 나무도 정부가 관리하도록 생명의숲이 채찍질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원구 선생님은 필자의 중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이셨다. 최종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여러 은사님을 모셨으나 평생에 추억하는 단 한분의 은사님이시다. 가끔 선생님을 찾아뵈면 텃밭에서 키운 무, 아욱, 파 등을 캐서 주시는데 벌레들이랑 나눠먹느라 볼품이 없다며 챙겨주신다. 선생님의 가르침은 늘 겸허하고 정직한 삶, 그리고 자연과 다른 생명체들과 더불어 제대로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학교를 졸업한 후 30여 년 만에 다시 뵙게 된 이 제자는 아무쪼록 선생님께서 늘 건강하시기를 최우선으로 바랄뿐이다.

글. 정희 회원기자 whitny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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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숲 202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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