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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무심기 참여자에서 전문 자원활동가로. 함형복회원을 만나다. 주소복사


이번 38호 숲과사람들에 어느 회원님을 모실까 고심하던 차에 마침 인천 영종도에 있는 세계평화의숲(이하 세평숲)에서 이제 막 자원활동가로 나선 함형복 회원님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두 아이의 엄마로서, 어떻게 세평숲 자원활동가로 첫 발을 디디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청명한 가을하늘과 만추의 단풍 색이 몹시도 곱던 어느 날 영종도 세평숲으로 함회원님을 만나러 갔다.


# 함형복 회원을 만나러 가는 내내 함회원님은 어떻게 세계평화의숲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8년 전 세계평화의 숲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하게 되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어요. 당시 세계평화의 숲이 조성되면서 시민참여를 통한 나무심기 행사가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세계평화의 숲을 늘 염두에 두고 이 곳에서의 활동가를 꿈꾸었지만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마음만 간절할 뿐 뛰어들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올해 8기 세계평화의 숲 활동가 양성과정을 통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첫 인상이 자연을 닮은 것 같은 함회원님, 평소 숲과 자연을 대하는 함회원님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제가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늘 자연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과 그리움이 마음속에 있었어요. 그리고 큰 아이가 좀 아팠어요. 아토피도 있고… 그래서 큰 아이 치료에 대한 방법들을 찾다 보니 자연과 나무,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지요. 활동가를 꿈꾸게 된 것도 어떤 큰 목표나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고 어린 시절, 자연에 대한 그리움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세계평화의숲에서 즐거운 함형복회원님의 두 아들


# 아이들은 보통 엄마의 정서에 따르기 마련인데 회원님 아이들도 숲에 관심이 많은가요?

둘째 아이 자랑을 하고 싶어요. 둘째는 아기 때부터 남달랐어요. 아기 때부터 맨발로 흙을 밟는 게 특이했어요. 보통 아이들은 흙이 묻으면 더럽다고 싫어하는데 둘째는 아주 좋아했어요. 그리고 남들이 잘 보지 못하는 부분을 잘 관찰해요. 그래서 이 아이가 원래 집중을 잘하나 생각했는데 가만 보니까 모든 것에 그런 것이 아니라 특히 자연을 대할 때 집중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곤충, 식물, 땅에 떨어진 나뭇잎 하나에도 관심을 보이고 집중하더라고요. 한번은 밖에서 메뚜기 한 마리를 잡아왔는데 아주 소중하게 다루면서 화분 위에 올려놓고 ‘너 여기 꼼짝 말고 가만히 있어. 형아 유치원 갔다 올께’ 이러는 거예요. 또 한번은 큰 아이랑 병아리를 한 마리 데려왔는데 큰 아이는 데려오기만 했을 뿐 관심이 없는데 둘째는 늘 책상 위에 병아리를 올려놓고 책도 읽어주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더라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병아리 또한 가만히 아이가 말하는 것을 듣고 있는 거예요. 이런 모습을 보면 어찌나 기쁘고 가슴이 벅찬지 모르겠어요. 우리 아이가 자연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안다는 게 참 다행이다, 좋다, 이런 생각을 해요. 그리고 이런 아이의 정서를 소중하게 잘 지켜주고 싶어요.


# 두 아이의 엄마로, 세계평화의숲 활동가로 보내는 함회원님의 하루가 궁금하다

주부이다 보니 살림과 두 아이를 돌보는 일상이 대부분이죠. 그러면서 틈틈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고 또 인천대학교에서 유아 숲 지도사 공부를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 보니 아이들 돌보는 시간이랑 자원활동 시간을 조율하기가 어려워요. 좀더 적극적으로 자원활동에 참여하고 싶은데 사정이 여의치 않지만 그래도 최대한 할 수 있는데 까지 열심히 하고 싶어요.


# 현재 세계평화의숲 활동가로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사실 올해 6월에 세계평화의숲 활동가 양성과정을 마치고 이제 막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은 딱히 무엇을 하고 있다, 내지는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잘 모르겠어요. 봄가을에 열리는 축제라든가 주말 숲가꾸기 시민참여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정도인데 앞으로는 더 많은 일들을 해야겠지요.


# 지난 8년 동안 세계평화의숲과 함께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 곳에 처음 나무를 심었을 때요. 그 때 큰 아이는 겨우 삽을 들 정도의 나이였고 작은 아이는 갓 백일이 지났을 때였어요. 여기가 바닷가 주변이다 보니까 바닷바람을 막아 줄 해송을 심었는데 그 때 심은 나무가 8년을 지나면서 저희 아이들과 함께 계속 자라고 있어요. 물론 지금은 그 때 나무에 달았던 아이들 이름표도 없어지고 숲이 우거지면서 어떤 나무가 우리가 심은 것인지 잘 분간하기도 어렵지만 저 숲 속에 우리가 심은 나무가 늘 함께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지나다닐 때 숲을 바라보곤 한답니다.


# 함회원님께 있어 세계평화의숲이란?

8년 전 세계평화의숲에 처음 나무를 심은 이후로 이 숲은 저에게 있어 늘 풀지 못한 숙제 같았어요. 내가 있어야 할 곳인데… 저기서 내가 뭔가를 해야 하는데… 늘 이렇게 마음속으로 숲을 동경하고 있었지요. 어찌보면 저는 세계평화의숲을 통해서 제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그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 이 숲 속에 있어야 한다는 첫 번째 숙제는 푼 것 같은데 사실 활동가로서 앞으로 더 많은 숙제가 있겠지요?


# 세계평화의숲 시민참여 프로그램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유아생태교육 프로그램이요. 세계평화의숲에서 진행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중요도 측면이나 프로그램 완성도로 볼 때 유아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어요. 숲에는 아이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도시생활을 하는 요즘 아이들은 자연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고 접한다 해도 자연스럽지가 않잖아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숲에 자연스럽게 녹아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만 아이들이 커서도 숲을 사랑하는 마음과 숲을 가꾸는 활동들이 지속되고 순환될 수 있을테니까요. 그런 차원에서 유아생태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자연에 대한 정취를 느끼고 숲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주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바래요.


# 어떤 계기로 생명의숲 회원이 되었나요?

8년 전 세계평화의숲이 처음 조성될 때 생명의숲에서 지원과 홍보활동이 있었어요. 그때 나무심으로 갔다가 생명의숲 홍보 부스를 둘러보고 소식지랑 홍보자료를 가지고 집으로 왔는데 문득 소식지를 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내가 자원활동을 하는 곳에 매일 갈 수는 없지만 후원은 할 수 있겠구나!’ 그래서 바로 신청서를 작성하고 회원으로 가입했어요. 그러고 보니 세계평화의숲과 생명의숲, 동시에 인연을 맺고 8년 째 함께 하고 있네요.


# 앞으로 세계평화의숲 활동가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막상 세계평화의숲 활동가 양성과정을 마치고 활동가로 발을 들이긴 했는데 사실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마음은 늘 이 숲에 와 있지만 이런저런 여건 상 몸과 마음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 같은?? 하지만 분명한 건 기존에 저는 세계평화의숲을 가끔 찾는 주변인이었는데 이제는 이 숲의 주인으로서 좀더 적극적으로 여러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요. 음.. 구체적으로 말씀 드린다면 제가 유아생태교육에 관심이 많거든요. 적어도 이 곳에 사는 모든 아이들이 숲에 대해 알고 관심을 갖고 자연스럽게 숲에 젖어 들어 어른이 된 뒤에도 제대로 숲을 바라볼 수 있도록 작은 힘이지만 보태고 싶어요.


함회원님의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 아이가 쓴 ‘봉숭아 일기’ 이다.


‘내 봉숭아가 고개를 숙였다. 죽지는 않은 것 같은데.. 내 짝꿍 봉숭아는 꽃이 폈는데..
아마도 내가 내 봉숭아를 안 좋아해서 그랬나보다. 내 봉숭아도 꼭 꽃을 피우게 할거다’


잠시 시들어 고개를 숙인 봉숭아를 보고 어찌되었을까 안타까워하는 마음과 봉숭아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녹아있다. 이런 모습이 늘 자연을 동경하고 사랑하는 엄마를 닮아 그런 것 같다. 세평숲 자원활동가로 첫 발을 내딛은 함형복 회원님, 세평숲을 통해 회원님의 꿈을 키우고 두 아이의 꿈도 키우며 숲과 함께 늘 행복하세요.


interviewer 정희 회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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