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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생명의숲 베테랑, 청소년회원 우비나를 만나다. 주소복사


변산반도 숲기행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트리허그에서 만난 우비나 학생. 다른 활동가들에게 물어보니 아빠와 함께 오랜 시간 생명의숲 프로그램에 참여한 베테랑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 온 비나가 생명의숲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생명의숲이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궁금했다.


푹푹 찌는 날씨에 여름방학이라 보충수업을 마치고 비나, 학원은 조금 늦는다고 말해둬서 시간은 괜찮다는 배려 넘치는 비나를 만나볼까 한다.


# 보자마자 자기소개를 부탁하기보다 특별해 보이는 ‘비나’라는 이름에 담긴 뜻을 물었다.

한자 이름인데요. 아빠가 지어주셨어요. 등산용품 중에 ‘카라비나’가 있어서, 처음에는 ‘우카라비나’로 하려고 했데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름이 네 자밖에 안돼서 우비나로 하고, 옥편에서 찾아서 왕비 비(妃), 아름다울 나(娜)로 지어주셨어요.

초등학생부터 봤던 비나는 지금은 고등학생이 되었다.


고1 비나의 학교생활은 어떨까?


△비나가 재학 중인 아름다운숲전국대회 10회 수상지 이화여자고등학교


# 고등학생으로 한 학기를 보낸 비나의 요즘 스트레스는 뭘까.


중학생 때는 선생님만 빼고는 눈치 안보고 살았는데, 고1 돼서 동아리로 합창단을 들었거든요. 선배들 눈치를 보게 되더라고요. 심적 압박이랄까? 조금만 음이탈이 나면 어디선가 한숨소리가 들린다거나.....
고등학교 가니까 성적은 떨어지고... 내 앞에 이겨야할 상대들이 얼마나 많은지... 중간고사 때 반 등수를 보고 놀랐던 게, 같이 놀고 같이 공부하고, 옆에서 엎드려서 자고 있는 애도 있었는데... 걔가 나보다 성적이 좋더라구요.

# 요즘 청소년들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지만, 현실은 더 현실이었다.


분위기를 전환하려, 청소년 맞춤형 질문!! ‘비나가 좋아하는 과목은 뭐니?’
어떤 과목을 좋아한다기보다 과목마다 이거는 좀 싫은데, 이거는 좋아. 이런 게 있는 거 같아요. 예를 들면 국어는 문법 싫어 문학 좋아, 수학도 도형 싫어 계산 좋아! 같은”


# 오! 새롭다. 21세기 청소년은 긍정적이다. 긍정적인 성격은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건지 물었다.

그런 건가? 아빠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긍정적이신 것 같아요.
부정적일 때도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샤워하고 나면 ‘나 좀 오늘 괜찮은데?’ 하잖아요. 저는 ‘비나야 너는 왜 이렇게 못생겼니 남자가... 생길 것 같으니?’ 나 ‘오늘 하루는 글러먹었다. 피부가 뒤집어졌네.’라고 해요.


# 이맘때 여자 아이들의 고민은 대부분 외모라고 하던데...여드름이 없을뿐더러 좋은 것 같아 보였다.

잠을 많이 자서 그런가 봐요. 친구들 보면 3~4시간 자는데 저는 5~6시간 자요.
기숙사 사는 애들은 기숙사랑 학교가 가까우니까 늦잠 잘 것 같은데, 심야자습을 해도 5시에 일어난대요.


# 기숙사에 살면 옆에 바로 친구 보이니까 더 긴장하고 공부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맞아요. 시험기간에 자습실로 내려가지도 않고 방에서 혼자 자습하다가 자려고, 뒤를 봤는데 내 친구의 스탠드는 켜져 있고 하면 잘 수 없죠. 휴... 2학기에는 기숙사 신청을 했는데 잘 한 건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성적 쪽으로 신청해서 쪽으로 해서 안 될 가능성이 높아요.
(얼마 전, 비나가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엄살이었구나.)


# 청소년 맞춤형 질문 두 번째!! ‘비나의 꿈은 뭐니?’


정확하게 정해지진 않았는데 관광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학교에서 IR(개인연구)이라고 1년 동안 주제를 정해서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 후 발표를 해요. 저는 지리를 주제로 정했어요. 학교 주변에 시청, 광화문, 명동이 있고, 생명의숲 활동도 하다 보니 여행루트를 기획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과 관련된 주제가 지리라고 하더라구요.



# 생명의숲 활동이 비나의 꿈에 어떻게 영향을 준 건지 궁금해졌다.


어릴 때는 여자애들이라면 꿈꿀만한 전형적인 직업인 간호사나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입학해서도 부모님이 원하시는 선생님이 되려고 했어요. 그런데 친구들을 보면 하고 싶은 게 확실한 아이들이 있어요. ‘엄마, 아빠가 정해줬어?’ 라고 물으면 자기가 정했다고 하는데 뭔가 창피했어요. 그래서 내 힘으로 진로를 정하고 싶었어요. 그냥 진로야 나와라 뚝딱하면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돌아보니,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데 10년 가까이 생명의숲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크더라구요.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이거는 다른 건데 이번 지리시험에 변산반도 숲기행이 도움이 되었어요.

# 생명의숲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한 비나가 친구들에게 생명의숲을 소개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변산반도 다녀 온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해줬어요. 친구들이 생명의숲이란 여행사가 있냐고 묻더라구요. 여행사가 아니라 생명의숲이란 단체가 있는데 나무도 심고 숲기행도 가고... 재미있으니까 같이 가자고 하니까 학원 간다고 해서, ‘저번에 나무 심고 봉사활동 2시간 받은 거 알아? 너 봉사활동 궁하다며 내가 좀 소개 시켜줄게’ 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당연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청소년에게 자원봉사가 중요한지 물었다.


고등학생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렇죠. 선생님 되고 싶은 애는 교육봉사가고 그러는데 봉사활동이 되게 중요하더라고요. 예전처럼 지하철에서 피켓 들고 그런 건 소용이 없데요.
속보이지만 대학에서도 그런 부분을 원하기도 하고... 본인이 원하는 학과를 가려면 동아리도 관련된 학과로 가요. 심리학과 가고 싶은 애들은 심리학과, 수학과 가고 싶은 애들은 수학동아리를 한다거나... 대학에서는 양보다 질이다. 너네의 성과를 보여 봐라. 수시를 쓰려면 자기소개서에 쓸 게 필요해요. 봉사활동도 마찬가지에요. 일단은 봉사활동을 많이 해두면 좋은 게 봉사활동을 1년에 120시간 채운 언니가 관련학과로 서울댄가 연대 갔다고 하니까... 봉사활동도 무조건 해두면 좋은 거죠.


# 생명의숲이 지금의 청소년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생명의숲 프로그램도 청소년이 참여하기에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청소년에게 과분한 체험인데... 청소년들은 일단 이런 단체를 알기 쉽지 않잖아요. 저처럼 부모님 따라 온다거나 봉사활동을 통하거나... 결국 필요한 게 홍보가 아닐까요?
학교에 대학교나 외부단체에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공문이 붙어요. 애들이 그런 걸 꼼꼼히 챙겨 보거든요. 종이 한 장을 주시면 제가 붙여볼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 홍보를 하면 많은 청소년이 생명의숲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까?


고등학생이 바라는 건 나의 시간을 투자해서 얼마만큼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까?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부모님을 잘 공략해야할 것 같아요. 부모님이 한 번 가보라고 해서, 가서 좋으면 다음에 또 참여하지 않을까요?


# 청소년은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을까?


친구들한테 지금 뭐하고 싶은지 물으면 자고 싶다거나 ‘힐링’하고 싶다고 해요. ‘힐링’하면 숲이잖아요.


# 비나에게 숲은 힐링 장소인지.


당연하죠. 어렸을 때는 서울이랑 공기자체가 다르다는 걸 몰랐는데 지금은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사방이 숲이고, 나무 앞에 혼자 서있을 때, 시원한 바람이 불고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들리면, 힐링 되는 기분?! 너무 좋아요.


#마지막으로 비나에게 생명의 숲이란?


숲을 모르는 사람에게 숲을 알려주고 봉사하고, 학생들을 사랑으로 이끄는 선생님 같아요. 선생님은 전교1등이라고 알아서 하라고 하는 거 아니고, 계속 관심을 가져주잖아요. 생각해보니 선생님인 것 같아요!!


매일 매일이 치열하고, 긴장의 연속일 수 있는 환경에서도 꿈을 찾아가는 비나를 보니, 막연하게 ‘요즘 애들은 ~할 거야.’ 라고 정해놓고 대했던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믿고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생명의숲 활동에서 비나와 친구들을 만나길 바라며, 비나의 꿈을 응원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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