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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날개를 활짝펴고~ 자유로운 나비, 하상교 회원님 주소복사


비가 올만도 한데 나무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지, 태양이 얄궂게 얼굴을 내밀던 6월 중순.한 여름의 태풍과 파도바람으로 부터 지켜줄 듯 영종도를 포근히 감싸 안은 세계평화의숲을 찾아갔다.

지금까지 조직업무를 맡았던 왕벚나무(화자)는 동행의숲팀으로 오면서 세계평화의숲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세계평화의숲은 2007년도부터 (사)생명의숲국민운동과 인천국제공항공사, 그리고 인천중구청이 협약을 맺어 시민참여형 도시숲으로 조성하고 있는 곳이다. 매립지인 이곳에 나무를 심고 숲으로 가꾸어 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현재는 \'세계평화의숲사람들\'이란 단체로 등록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바쁜 시기에 올해 세계평화의숲사람들 사무국장으로 취임한 하상교 사무국장과 조금은 진한 이야기를 나눠보자.


# Intro

Q) 국장님, 이렇게 인터뷰로 찾아뵙게 되었네요. 우선, 생명의숲 회원들에게 인사해주세요:)

- 안녕하세요. 40년간 교직생활을 하다가 현재는 숲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하상교입니다. 생명의숲 회원분들에게 소개해야 한다고 했죠?(웃음) 숲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생명의숲 회원이 되었지요. 반갑습니다.



Q) 인터뷰 대상으로 지목받았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뜬금없이 연락드려 당황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했습니다. 나이가 들다보니 제게 많은 경험이 쌓여있으리라 생각들 하시는지 뭔가 질문을 하면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을 것 같은 모양입니다. 실상은 풀어놓을 보따리가 없는데 말이죠(웃음). 오늘 제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되도록 성심껏 인터뷰에 응해야죠.


# 자연과 함께 살아가다

Q) 앞서 오랫동안 교직생활을 하다가 숲과 함께 지내게 되었다고 하셨는데, 숲과 국장님의 첫 만남이 궁금해지네요. 숲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어요?

- 돌이켜보면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 거의 대부분이었어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집 뒤에 뒷동산이 있었는데, 유일한 제 간식터였죠. 그 당시에는 간식을 사먹을 형편도 안되었을 뿐더러, 사먹을 수 있는 곳도 없었어요. 그래서 산에서 보이는 산물은 죄다 입으로 들어갔어요. 산딸기가 보이면 먹고, 괭이밥도 먹고, 개미 배 뒷부분도 맛을 보며 놀았죠.

아. 괭이밥과 개미도 먹을 수 있나요?? 무슨 맛일지 궁금하네요.


- 괭이밥이 새콤하면서 맛있어요. 건강에도 좋답니다. 개미 꽁무니에는 특유의 맛이 있어 자주 맛을 보았지요.

아까 질문에 이어 말하면, 중학교때는 생물반에 들어서 채집도 하고 표본을 처음 만들어 봤는데 그때 숲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요. 그리고 대학교때는 생물과 교수 밑에서 활동하고, 교직에 있을 때는 꾸준히 자연교육 자료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그러고보니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자연과 떨어져 지낸 적이 거의 없네.(웃음)


Q) 아이들 눈높이에서 자연교육을 하기 위해 교재까지 고민을 하셨다니 대단하시네요. 이를테면 어떤 자료들인가요?

- 식물과 곤충 표본 만들기에요. 애들이 싫어할만한 뱀은 안했고.(웃음) 아이들에게 자연에 관심을 갖도록 해주고 싶은게 가장 큰 이유였거든요. 수지(포본)라고 해서 호박같이 생긴 건데 관찰대상을 그 안에 넣으면 360도로 관찰이 가능했지요.


< ▲ 동아일보_박희제 기자 2008-03-14(좌) / 거미의 수지표본_네이버 생물도감(우)>


Q) 교직 당시에 국립수목원 연구원들과 서해 섬들의 곤충, 식물상을 조사하는 등 활발한 연구활동도 했다고 들었는데 간단하게 이야기해주세요^^

- 내 인생에 황금기가 51살쯤이었죠. 백령도 밑에 위치한 대청도라는 섬이 있는데, 이곳 초등학교로 발령이 나면서 4년간 머무르게 되었어요. 거기에는 인천에서 두번째로 높은 삼각산(343m)이 있는데, 식물과 곤충이 다양하게 서식하는 곳입니다. 여기서 평생 한 것보다 훨씬 많은 채집을 하며 표본을 제작했어요.

대청도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는 그의 얼굴에선 당시의 열정이 얼마나 불같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사진은 백령도 아래에 위치한 대청도. 참 멀고도 멀다.


< ▲ 대청도 지도 >


그 자료는 국립수목원에 기증을 했어요. 어쩌면 욕심을 부려 내가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는데, 내가 수집한 자료가 하나의 기록이 될 수 있으니 가지고 있으면 죄악인거죠. 그 곳(국립수목원)에는 200년이상 자료를 온전히 보관할 수 있다고 하니까요.

* 본 인터뷰는 최대한 인터뷰이의 전달하려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문체(존칭)가 달라지는 부분을 수정하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대청도에서 나비 2마리를 우연히 발견을 했지. 그때 감동은 아직도 기억나.(웃음)
도감에서만 보던 나비를 발견하니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어. 그것이 남방남색공작나비인데, 동남아에 서식하는 나비로 대청도까지 날아 올 수 있었던 걸 확인한 최초의 기록으로 남겼지. 표본제작 외에도 인천대 배양섭박사, 국립수목원 연구원들과 함께 서해 섬들의 식물, 곤충상에 대해 같이 연구, 조사도 해서 인천대학교 생물학과와 국립수목원과 함께 학회에서 발표도 했어.


< ▲ 포털사이트에 그의 이름을 검색하는 순간. 뭔가 많다. 논문자료가 무려 9개가 있다.>


Q) 대청도에 국장님이 남긴 일화도 있다면서요.


학교 일과가 끝나면 주위의 들과 산으로 포충망을 들고 곧장 올라가곤 했는데, 한 사람이 뭐하냐고 묻더군. 나비 조사하러 간다고 하니까 그 분이 ‘나비가 비싼 것은 비싸다면서요. 여기 초등학교 선생님 한 분이 나비 5마리 잡아서 1억을 벌었데요.’

그 분이 국장님이었네요. 하하
나비가 귀하다는 걸 어떻게 표현할까 하다가, “수집가들은 이정도의 나비이면 2천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걸” 했더니 한 마리에 2천만원씩, 5마리니 1억으로 소문이 돌았나봐. 난 1억이란 말조차 안했는데. 하하하
그 외에도 하도 산에 다니니까 ‘하선생은 산삼 캐먹었다’는 소문도 있었지.(웃음)


# 세계평화의숲에서 날자~!

Q) 생명의숲의 도시(마을)숲운동 중 가장 관심도 많고 애정이 높은 운동이 세계평화의숲일 텐데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 세계평화의숲은 영종도의 보물입니다. 이곳에 활동하는 사람들은 행복한 모습으로 활동하죠. 세계평화의숲에 온다면 숲이 주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거에요. (회상하며) 2008년도 초창기에 조성한다고 했을 때 잠깐 왔었는데, 그때와 많이 달라졌죠.

Q) 저도 과거 자료를 보니 지금하고는 전혀 달리 휑하더라구요. 올해가 8년째이니,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속담도 이젠 맞지 않네요.(웃음) 행복을 전하는 세계평화의숲의 자랑거리는 무엇이 있을까요?
- 우선 많은 이들에게 치유(힐링)의 장소가 되죠. 그리고 생물종 다양성이 기대가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세계평화의숲은 매립지에 숲을 조성한 곳이다 보니, 향후 새로운 개체를 발견할 수도 있어요. 제가 작년 가을에 모니터링으로 표본 조사를 했는데 식물 개체수가 90여종 정도가 됩니다. 식물학자들이 연구하기에 지속적으로 천이가 이루어지리라 여겨지는 이곳, 세계평화의숲 만큼 적합한 장소는 없어.


< ▲ 세계평화의숲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참여프로그램_생태교육, 가드닝, 자원활동, 봄/가을축제 등 >


Q) 현재 세계평화의숲이 도시마을숲운동으로 영종도 지역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나요?
- 대단한 영향을 끼쳤지. 숲이 사람에게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고 안정시켜주다 보니, 따뜻한 사회가 만들어지기 위한 기초가 되는 거지. 산과 들에서 활동하며 자연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중에는 악한 사람은 거의 없어.

Q) 10년 후 세평숲을 상상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혹은 어떤 모습이길 바라세요?
- 과연 내가 그때까지 활동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숲사람들 선생님들이 열정적으로 교육받는 모습을 보고 활동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 하하. 그때 되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진짜 멋진 세계평화의숲이 될거야. 백운산에 가면 포근한 느낌이 있어. 어머니 품에 마치 안기듯이 편안한 숲. 세계평화의숲도 시민들과 함께 심은 나무가 우거지면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숲이 될거야.

# 마무리 하며..


< ▲ 세계평화의숲사람들 7기 기초양성교육 수료 당시 >


Q) 최근에 국장님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취미도 좋고 사물도 좋습니다.
- 세계평화의숲의 식물이야. 평화의숲사람들이라면 식물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아야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 식물에 대한 관심도 많아야 해.


Q) 부쩍 식물에 관심이 높아진만큼, 국장님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가 무엇일지 궁금하네요.
- 음. 배롱나무? 배롱나무는 껍질이 속의 모습까지 내보이는 관계로 선비의 고고하고 청렴한 기상을 보인다고 해서 서당이나 서원 등에 많이 심었다고 하는데, 자신의 속을 감추지 않은 깨끗함을 가지고 살아가라는 뜻이 있어. 내 별명이 뭐냐하면 ‘하진실’이야. 진실만 말하니까(웃음) 배롱나무처럼 청렴하고 깨끗하게 살아가고 싶어.


Q) 그렇다면 나무 외에 국장님 스스로를 자연물로 표현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 배롱나무 말고는 한 번도 생각 안 해봤는데, 음.. 아무래도 나비에 관심이 많으니까 화려한 나비? 나비처럼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가고 싶어.


Q) 드디어! 본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이에요. 회원인터뷰의 공식질문이기도 하죠^^. 국장님에게 생명의숲이란?
- 생명이 살아 숨쉬는 숲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는 아름다운 단체죠. 그리고 세계평화의숲의 어머니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세계평화의숲사람들 단체가 독립하게 되어도 많이 격려해주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번외_ 아직 끝나지 않은 인터뷰..

- 월남전에 참전하려고 지원도 했었어.
월남전에요??
- 열대지방에서 아름다운 나비를 조사하려고.
나비 때문에요?! 그래서 참전하셨어요???
- 지원했는데 전쟁이 끝났데. 으하하하


추운 겨울이 다가와 힘겨울지도 몰라
봄바람이 불어오면 이제 나의 꿈을 찾아 날아
날개를 활짝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나비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다던 하국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윤도현- 나는나비」가 떠오른다. 평소 우스갯소리로 하염없이 미소를 흘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일할 때만큼은 열정적이며 책임감이 강하다. 아마 식물과 곤충을 향한 강한 열정이 그를 지금까지 움직일 수 있게 하지 않았나 싶다. 인터뷰 도중 스스로를 ‘조금 대단하네’라고 쑥스러운 듯 웃어넘겼는데, 교육자로서 자연인으로서 그리고 앞으로는 세계평화의숲사람들을 이끌어갈 하상교 국장님께 살아갈 삶에 대해 진심을 전하고 싶다.
\'조금보다 더 대단해요, 세계평화의숲에서 함께 날아보아요!’


# interviewer 왕벚나무(이호연) 활동가

< 세계평화의숲 찾아오시는 길 >


- 인천 중구 운서동 세계평화의숲 내 지킴터(운서역에서 도보로 40분 / 버스202,223,221-1 등)

(별도의 주차장이 없으므로 차량 이용 시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 문의 : 숲사람들 네이버카페(http://cafe.naver.com/wpforest) / 070-8821-6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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