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원예와 조경을 공부하고 오랜 시간 도시녹화의 현장에서 일과 연구를 병행해왔다.
한 때는 사진 찍는 것이 좋아서 산으로 들로 들풀 사진을 찍으러 여행도 많이 다녔다. 아마 생명의숲을 알게 된 것도 그 즈음이리라.
지금은 음악과 예술의 거리 홍대 언저리에서 인디음악인들의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는 강진형 회원님을 만났다.
생명의숲과는 꽤 오랜 시간 회원으로 인연을 맺고 있지만, 그렇다할 참여나 활동을 해 본적은 없다고 하시기에
딱 두 번의 참여 경험이 있음을 상기시켜 드렸다.
수년전 생명의숲에서 식목주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했던 ‘행복한 나눔의 숲 만들기-파주 평화원’ 행사 당시
화단식물들을 후원해 주기도 했으며, 언젠가 ‘회원의 밤’에서는 지인과 참여해 통기타 연주를 선보이기도.
언제적 이야기냐며, 너무 오래되어 말하기도 민망하다는 강회원님.
# 뭐하고 지내세요?
홍대에서 음악(어쿠스틱, 포크)을 테마로 한 “카페언플러그드” 주인장으로 있습니다.
이름 없는 들풀처럼 저마다의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들, 아무도 잘 모르고 관심 갖지 않는 음악과 음악인들을 만나며
그들의 음악과 이야기를 들어보는 장을 마련하고 있어요.
오픈 마이크 코너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와 공연을 펼칠 수 있게 하고,
간간히 독립영화를 상영하거나 음악인들의 프리마켓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홍대의 음악과 문화를 소개하는 팟캐스트 라디오 PD를 맡고도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지요.
△ 강진형회원님이 주인장으로 있는 카페 언플러그드
# 한 때 도시를 푸르게 하는 꿈을 꾸시던 분인 걸로 아는데요, 그 시절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벽면녹화, 옥상녹화, 수변림 조성 연구... 단어만으로도 매우 딱딱하게 들리지요?
이러한 일들을 업으로 하면서 10여년간 참 바쁘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공학적으로 초록을 접근하는 것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도시인이 서울에 살면서 정원을 가질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숲이 화려한 틀 속에 만들어진 정원으로 돈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작은 화분 하나를 놓더라도, 세숫대야 속의 정원이라도 공법이나 기술적인 것이 아닌
소소함 속의 아름다움을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어요.
이 개념은 홍대의 인디문화와도 통한다고 보고 나는 그러한 것들을 좋아합니다.
최근 카페를 이사했는데, 이전 카페에서는 옥상정원을 가꾸기도 했어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쓰레기로 가득 찬 공간을 정리하고 식물을 채우며 나만의 정원을 갖게 되는 느낌으로 행복했죠.
실제 이곳은 공연장으로 활용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도 했어요.
제가 자꾸 욕심을 부리며 식물을 채워나갔고, 습관처럼 자동으로 물을 주는 시스템도 만들어 봤습니다.
하지만 결국 문제는 나의 관심이었죠.
실제 도시녹화에 관한 현업을 마무리하며 느꼈던 것은, 기술은 이미 더 이상 발전하지 않을 만큼 높지만
결국 사람들의 관심과 정성이 해답이라는 겁니다. 식물은 살아있는 것이니까요.
△ 카페 마스코트 언돌이와 함께. 지하 공연장이 별도로 있으며, 별도의 레슨실에서는 기타와 우크렐레 교육이 진행된다.
필자가 생명의숲 활동가로서 나무 닉네임을 고민할 때에 강회원님이 쿨하게 한마디 했었다.
“네가 담긴 그곳에서 주변을 푸르게 하는 사람이길 바란다.” 그래서 나는 물푸레나무다.
# 제게 물푸레나무 닉네임을 지어주셨는데요, 회원님을 숲의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좋아하기는 여러 나무가 있지만 층층나무를 좋아하는데요, 실제 카페 앞에서 작은 층층나무를 심어 키우고 있습니다.
바라기는 수수꽃다리 같은 사람이고 싶네요.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살지만 때가 되면 진한 향기를 내뿜는 그런 사람이고 싶어요.
# 여행 좋아하시는 강회원님, 생명의숲 회원님들께 추천하고 싶은 숲이 있을까요?
전에 수변림 조성관련 연구를 진행할 때에 ‘함양 상림’과 ‘담양 관방제림’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선조들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적인 숲이지만 긴 세월이 흘러 이제는 커다란 숲이 되어 경이롭게 다가왔어요.
옛 선조들의 지혜와 자연의 시간은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생명의숲 활동 중 응원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부끄럽게도 구체적 프로그램들을 사실 잘은 모릅니다.
하지만 숲을 물리적인 것, 기능적인 것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인문학적으로,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운동이 중요하다고 봐요.
숲을 가꾸고 체험하는 것을 넘어서
숲에 대한 시선과 나의 삶, 그 자체에 대한 개념을 바꿀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 초록의 소소함을 좋아하는 강회원님. 생명의숲 회원으로써 개인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있다면요?
홍대 거리를 다니다 보면 식물이 죽었다고 화분을 버린 것이 참 많아요.
종종 주워다가 물주며 다시 살려 내곤 합니다. 하던 일이 있어서 그런가 제가 식물은 잘 살리거든요. ㅎㅎ
△ 카페언플러그드 공연 모습. 인디음악인들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강진형 회원님.
다시 음악 이야기로 와서. 홍대의 인디음악 문화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분야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일일이 글로 옮기지 못함에 회원님들께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다.
나처럼 홍대의 인디음악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한번쯤 경험 해보고 싶고 느껴보고 싶은 회원님은 이곳을 한번 찾아가 보시길 권한다.
어쿠스틱과 포크의 감미로움을 아늑한 카페에서 부담없이 느껴보고 싶다면.
(카페언플러그드 자세히 보기: http://cafe.naver.com/cafeunplugged)
# Interviewer 생명의숲 물푸레나무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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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형 회원님의 손이야 말로 \'생명의 손\'이네요. 그 손으로 고단한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아름다운 음악을, 죽어가는 식물들에겐 새 숨을 불어넣는 손! 저는 다룰 수 있는 악기도 없고 식물을 잘 키우지도 못해서 정말 부럽습니다.ㅠㅠ 숲센터 가까이 계셨다니, 언제 한 번 꼭 들러보아야 겠어요. 소소하기에 더욱 따뜻한 인터뷰 잘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