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보슬보슬 내리던 봄비가 잠시 쉬어가던 여느 오후, 신구대학교 식물원의 전시관 내 카페로 들어섰습니다. 작년 말에 출입구이자 전시관인 숲전시관 준공으로 예전보다 깔끔하고 무엇보다 설립목적인 자원식물의 수집, 보전 및 전시에 걸맞는 듯 했습니다. 3년 전에(벌써 3년이라니..새삼 세월이 LTE급 빠름을 느끼며) 식물원에 다녀온 적이 있던 왕벚나무(인터뷰어), 그리고 다녀온 적은 없지만 봄을 타는(?) 산벚나무(인터뷰어)는 서로 다른 추억에 젖어 벚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캬~
이번 인터뷰 대상자는 전정일 교수님! 2000년 초반부터 생명의숲에서 환경교육, 숲해설 양성과정 교육 등 주로 강사로 활동하면서2004년부터 정식 회원으로서 인연을 맺어주셨습니다.
# 교수님!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뵙는데, 그간 잘 지내셨나요? 교수님을 잘 모를 수도 있는 생명의숲 회원님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좀부탁드려요^^
- 안녕하세요. 신구대학교 원예디자인과 교수 겸 신구대 식물원에서 식물생태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전정일입니다. 식물원에 관심이 많아 최근에는 (사)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는 것 같네요.(웃음)
# 9년동안 생명의숲과 함께 해주셨는데, 처음에 함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 벌써 9년인가요?(웃음)시간이 많이 흘러서 기억이 잘 나진 않습니다만(기억을 더듬으며) 생명의숲 교실이라 하여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환경교육이었던 것 같네요. 그 뒤로도 다양한 활동에 참가했구요.
# 9년동안 회원으로 계셔서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리는데 그 동안 꾸준히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그런데 회비 금액이 그 당시 일반 회비였거든요.
저희가 요즘 회비증액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직설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증액을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교수님 회비를 증액시키고 오겠다는 호언장담을 하며 저희 회원님이 후원해주신 명달리 유기농 햅쌀!!!을 챙겨왔습니다.후훗
- 햅쌀 받으면 증액해야되는 거죠?ㅎㅎ 안그래도 통장에서 3천원씩 자동이체가 되고 있더군요. 작년에 한경식 교수님이 생명의숲에 평생회원으로 가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평생회원을 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 그런가요?(웃음) 강사로도 몇번 참여 하긴 했었죠.
의외로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이던 교수님. 수업시간에 카리스마하면 떠오르던 분은 전정일교수님 뿐이었으리라.
# 많은 활동 중에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명달리 프로그램도 참여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쌍문동 마을숲프로젝트에요. 지금의 쌍문 근린공원인데요. 초기에 근린공원 조성이 아닌 시설중심으로 진행되는 구청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숲을 중심으로 하는 공원조성을 제안해서 구청과의 합의점을 찾아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희망이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돌이켜보면 생명의숲과 서울그린트러스트(SGT)의 활동은 앞뒤 재지않고 뛰어들었어요. 대부분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주로 큰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 잖아요.(웃음) 예전에 생명의숲에서 큰그림을 못그렸지만 함께했다는 점에 만족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서울 도봉산 자락에 위치한 쌍문근린공원은 약 5천여 평 규모를 지니며 2003년 개장 이래 목련, 느티나무, 팥배나무, 때죽나무 등 30여 종의 목본류와 벌개미취, 구절초, 맥문동, 원추리 등 20여 종의 초본류가 잘 관리되어 있다. \'쌍문 숲살림\'은 한살림 도봉지부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주부 중심의 소모임로서 생태안내 활동 교육 및 근린공원 지키기 모임활동 등 쌍문근린공원 지킴이 활동을 해왔다. 구청에서 이곳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주민들은 건물과 편의시설로 채워질 구청계획을 반대하고,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반대운동과 여론수렴을 통해 주민의견을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을 얻어내어 생태적인 공원 조성공사에 들어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생명의숲 마을숲위원회와 결합하여 진행하였으며, 논의를 거쳐 친자연적인 공원조성방안을 제시하기로 하였고,
이에 필요한 배후 식생조사를 위해 전정일교수님이 전문가로 투입하였다. 그리고 서울시 숲길정비사업에서 지원을 받아 쌍문숲살림의 노력 끝에 숲관련 강좌와 주민교육등 구체적 활동계획 수립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진행하였다. 제8회 아름다운숲전국대회 숲지기부문 공존상(우수상) 수상지로 선정되기도 한 곳이다.
# 교수님께서는 주로 식물원에서 근무하신다고 들었는데, 신구대학교 식물원에서는 주로 무슨 일을 하고 계시죠?
- 식물원 식물생태연구소에서 주로 연구, 교육활동을 하고 있는데, 산림청 지정사업으로 전 세계 라일락 종자를 모두 수집하여 증식 및 특성 조사연구를 합니다. 또 환경부 지정 서식지외보전기관으로 가시연꽃, 개병풍, 섬시호, 단양쑥부쟁이 등 멸종위기야생식물 보전을 위한 활동도 하죠. 그 외에도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와 함께 수목원 전문가(가드너)를 양성하는데 선발을 통해 15명 내외 교육생을 모집하여 이론교육, 식물원 실습교육을 11개월간 진행하고 있습니다.
# 교수로서 강의도 하면서 식물원 내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네요. 식물원에 자부심도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다른 식물원과 달리 신구대 식물원만의 손에 꼽힐 자랑거리는 뭔가요?
- 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신구대 식물원의 구성인력은 직원, 교육생, 자원봉사단 그리고 환경해설가로 나눠집니다. 우리나라 식물원에서 이렇게 다양한 조직구성원이 모여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점은 드물어요. 게다가 식물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무엇이든 좋은 결과를 이뤄 낼 수 있죠, 우리 식물원의 자랑거리이자 곧 희망입니다.^^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 수목원 전문가 양성교육생 한 명(문OO / 25세)과 자리를 함께하게 되었다.
▲ 제2기 수목원 전문가 교육과정 입교식 ▲ 교육생들의 식물원 관리 중
# 수목원 전문가(가드너)를 양성하신다고 하셨잖아요. 이들이 갖춰야 하는 중요한 덕목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 전문가로서 지식, 기술적인 면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마음가짐, 태도가 중요하다 봅니다.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연구, 교육, 해설, 식물키우기 등 사랑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텐데, 각자의 방식으로 식물을 대했으면 합니다. 전 가드너는 식물의 노예가 되겠다고 다짐한 자들이라 생각해요.(웃음) 노예라는 표현이 좀 강할지도 모르겠네요.(전원웃음)
▲ 전정일교수님과 수목원 가드너 교육생 문OO군 ▲ 벚나무를 배경으로 함께 찰칵!
# 여기 문OO군도 식물의 노예가 되기위해 오신 건가요?
- 교육생 문 모군: 네 저도 식물의 노예..가 되려합니다.(전원웃음)
# 앞서 라일락을 연구하신다고 하셨는데 신구대 식물원은 은방울꽃이 메인 캐릭터인데, 라일락을 연구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 라일락은 일단 향도 좋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잖아요. 그 전부터 라일락에 관심이 있기도 했구요. 전세계 라일락 품종이 약 2,500인데, 최근에 다양한 품종을 도입하면서 식물원 내에 200종류의 품종을 보유하고 있어요. 라일락 연구가 비공개로 진행되어 보여드리기엔 어렵겠네요.(웃음) 말씀대로 식물원 캐릭터는 은방울꽃이죠. 그러나 식물원이 한가지 수종만을 키우는 건 아니잖아요^^
# 하하 그렇죠. 교수님 거의 인터뷰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생명의숲 회원인터뷰의 공식질문으로 넘어가볼까 하는데요!! 전정일 회원님에게 생명의숲이란 무엇인가요?
- 첫사랑.? 전문가로서 활동했지만 지금은 개인적인 활동으로 바빠지다보니 후원에만 그치고 있어서 멀어져간 느낌이 들어요. 여러모로 미안함도 느끼고 있구요. 넓게보면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활동영역이 조금은 다르잖아요. 초기에는 식물, 숲해설교육이 많아서 참여했지만 지금의 생명의숲이 지향하는 방향과 제 관심분야가 차이가 있어 그런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생명의숲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마디 해주세요^^
- 나무심기 캠페인을 매년마다 진행하고 있는데 나무를 심는 행위도 중요하지만, 사람들과 연결된 지점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요즘 문화적 가치를 바라보는 시선도 높아지고 많아졌기 때문에 디자인적 부분도 신경을 쓰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 숲은 무섭고 두려운 곳으로 여겨졌죠. 현대에 와서 숲은 휴식을 제공하는 터로 발전하였기 때문에 보다 낭만적이어야 하므로 그런 의미에서 디자인적 요소도 필요하죠. 그리고 활동가들은 전문적인 내공을 갖춤과 동시에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의숲 운동은 결국 사람과 숲을 연결시키기 위한 활동이니까요(웃음)
▲ 식물원 항공사진 ▲ 은방울꽃
인터뷰를 마치고 식물원을 둘러보며 풍경사진을 찍던 중. 봄을 알리는 듯 얼굴을 곱게 핀 금낭화, 수선화, 조팝나무 꽃 등 그리고 새순이 돋아나는 벚나무, 오리나무, 물박달나무..다양한 수종의 식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 봄이여 오라! 오감으로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식물원 풍경
그리고 풍경 너머로 보일듯 말듯 가드너 교육생 및 자원봉사자가 카메라에 담겨있었습니다.
그 곳에는 교수님이 말씀하신대로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좋은 곳에 좋은 사람들이 있는 신구대 식물원. 한번쯤은 발걸음을 향해보면 어떨까요?
덧붙이는 말로 전정일 회원님께서는 인터뷰가 끝난 뒤 평생회원으로 회비증액을 약속해주셨답니다.
앞으로도 생명의숲에 평~생 회원님으로서 함께해 주실 전정일 회원님을 기억해주세요^^
☞ 신구대학교 식물원
주소 : 경기도 성남시 수중구 적푸리로 9 (상적동 123-1번지)
(양재역 10번출구에서 4432, 8441, 8442번 버스 또는 모란역 5번출구에서 11-1번 버스)
전화 : 031-723-7314
홈페이지 : http://www.sbg.or.kr/
* interviewer - 활동가 이상진(산벚나무) 이호연(왕벚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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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렇게 뵈니 반갑네요. 오랜만에 뵙는 전정일 교수님. 생명의숲에 대한 그 한결같은 마음에 회원으로서도 감사함이 큽니다. 전정일 교수님과 같은 사람에 대한 그 마음과 숲에 대한 사랑이 모이고 모여 생명의숲을 이루는듯합니다. 이런 마음이 모여 숲도 쑥쑥.
작년에 신구대식물원을 오랜만에 방문해서 깜짝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아름다워지고 멋있어졌더라구요. 식물원에 안팎으로 지원하는 전정일교수님같은 분들(식물의 노예?)이 계시기 때문인가 봐요^^ 또한 오래도록 첫사랑의 마음을 지켜주시고 이젠 그 첫사랑을 평생의 사랑으로 키우시려는 전정일교수님 멋지십니다~♡
앗. 이 분은 교사직무연수 시절, 연수생 분들 사이에서 최고의 강의로 찬사를 한 몸에 받으셨던 바로 그 전정일 교수님!(절대 평생회원이 되어주셨기 때문이 아님.ㅎㅎ) 이렇게 회원인터뷰 코너에서 만나뵙게 되어 너무 반갑습니다. 저도 생명의숲 하면,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데 전정일 회원님도 그러하셨군요.☞☜ 호연&상진 활동가와 함께 해주신 싱그러운 인터뷰 잘 보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오늘! 평생회원으로 함께 해주신다는 약속도 지켜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