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마을 사람들을 아시나요? 성미산인근에 사는 마을공동체의 성공적인 모델로 꼽히는 곳입니다. 이곳의 자치모임 (사)사람과마을 운영위원장이자 생명의숲의 회원이신 김우(이하 느리)를 만나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들어오실 때 보니까 바지가 특이하던데…….
- 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물건을 정리하다 어머니 한복치마를 바지로 수선해서 입고 있어요.
같이 방문했던 비목도 어머니의 러그를 챙겨놔야겠다며 한바탕 수다스런 분위기를 연출하였습니다.
#생명의숲 회원님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 안녕하세요! 사단법인 사람과마을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한결이와 한울이의 엄마이자 성미산 마을의 공동체주택인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에 살고 있는 느리라고 해요.
#본명은 따로 있으시자나요. 왜 느리라고 소개를 하는 거죠?
- 우리 마을에서는 각자 별칭으로 부르고 있어요. 생명의숲 활동가분들 명함에 나무이름이 있는 것처럼 저희도 각자의 별칭으로 부르는데요. 저는 행동과 말이 느려서 느리라고 했어요.
별칭에 걸맞게 느릿느릿한 속도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리지만 천천히 일을 챙겨가며 진행하던 작년의 모습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혹시 산에 가는 거 좋아하시나요?
- 저는 머물러있는걸 좋아해요. 산위에 올라갔으면 앉아서 머물러 있는 시간도 있어야하는데 사람들은 내려가자고 하는 게 저랑은 안 맞아요. 머물러서 경치나 바람을 느끼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산에 가는 걸 좋아한다면 혼자라도 갈 텐데 그럴 정도까진 아니에요. 산에는 가끔 마을의 대동계 같은 곳에서 단체로 가게 되요. 올라갔다 사진 한 장 찍고 바로 내려가는 게 별로 재미는 없더라고요. 제일 좋은 건 하산주죠. ^^
여행은 혼자가는게 좋다고 느끼게 된 게 최근 들어서 알게 됐는데, 사람이 없는 대자연 같은 곳이 나에게 감동을 주는 거죠. 누군가는 시장이나 쇼핑, 유서 깊은 박물관을 가는 취향이 있다면, 저는 사람이 없는 웅장한 대자연속에 내가 있을 때 제일 행복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그럼 가장 최근에 다녀온 곳 중 기억에 남는 곳이 있을까요?
- 몽골이랑 러시아와 바이칼호수를 다녀왔어요. 희망래일이라는 단체에서 진행한 여행에 다녀왔어요. 국회의원 2명이 함께 다녀왔는데, 그분들을 대접하려 여행사 본부장이 합류해서 매 식사시간마다 술을 대접하는데 좋았고요.^^ 시내에서 동상이나 건물 설명 듣고, 사진 찍고 하는 코스가 있었는데, 내가 뭘 싫어하는지 더 확고히 알게 되었어요.
몽골에서 게르(전통가옥)에서 청소년예술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보여준 공연이 너무 감동적이였구요. 대자연속의 게르에서 잠을 자보는 경험을 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근데 저희가 도착했을 때 보기 힘들다는 비가 왔었어요. 몽골 분들에게는 좋은 징조였겠지만 저는 말로만 듣던 쏟아지는 별을 못보고 와서 너무 서운했어요.
#느리회원님이 좋아하는 건 광대한 자연과 술이네요.
- 예! 맞아요. 그럼 인생이 행복한 거 아닌가요? ^^ 그래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차츰 깨달아가고 인정하고 그런 거 같아요.
#자 그럼 생명의숲 회원인터뷰 공식질문입니다. 회원님에게 숲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쉼이라고 느껴져요. 알록달록 등산복으로 가득 찬 공간보다 편안한 사색의 공간으로 떠올리고 싶은.
바위에 앉아 시원한 바람 한줄기 느끼고, 팔랑 나비 한 마리에 숲에 깃든 생명체를 느끼고, 다양한 나무와 풀과 꽃들에게 위안 받는 공간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 계획은 무엇인가요?
-버킷리스트라고 죽기 전 꼭 이루고픈 명단을 정리하는 게 있죠. 저는 복근 만들기와 소설 쓰기를 적었어요.
출산으로 가장 크게 변화를 겪은 곳이 바로 배인 거 같아요. 허리도 아프고요. 허리와 배의 근육을 키워 할머니가 되기 전에 거울을 보고 혼자 만족스럽게 바라볼 수 있었음 하는데. 그게 먹을 거 조절하고 꾸준히 운동해야 이루어지는 거잖아요. 근데 늦은 시간 술을 마시고 안주를 흡입하는 생활을 바꿀 생각은 없네요.
맘에 드는 소설 한 편 쓰는 건 꼭 이루고 싶어요. 지금 살아가는 것, 실천하는 것, 고민하며 성장하는 것들이 좋은 글 한 편 쓰는데 밑바탕이 되어 주겠죠.
#생명의숲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해주세요.
저는 생명의숲이 성미산마을 근처로 이사 온 걸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너무나 고마운.
동네뒷산 성미산을 지켜내는 활동들이 알려지며 성미산지킴이, 성미산지킴이들이 사는 성미산마을이란 이름이 생겨났죠. 그만큼 마을엔 성미산이 상징처럼 소중한 곳이에요.
성산근린공원으로 지정된 이 시기에 숲 가꾸고 복원하는 전문단체를 만난 건 마을의 복이죠. 주민들의 손으로 복원되는 성미산의 꿈을 생명의숲과 같이 꿀 수 있어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
느리지만 바르게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할일을 다하는 느리 회원님과의 즐거운 인터뷰를 마치며 회원님의 계획대로 맘에 드는 소설을 쓰시기를 바래봅니다.
* interviewer - 활동가 김재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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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라는 이름이 참 예쁩니다. 성미산 마을공동체 사례를 알게 되면서 그 마을에는 어떤 힘이 있길래, 라는 궁금증이 있었거든요. 그 힘은 바로 숲과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군요. 느리님 말씀처럼 생명의숲과 성미산 마을이 만난 것은 운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곳에 느리지만 바르게 오래도록 머물며 생명이 가득한 성미산으로 함께 가꾸어 갈 수 있길 바래봅니다.^ ^
느리와 재형님이 함께 만든 날들과 일들이 녹아있는 듯 보입니다. 성미산 백년의 꿈이 피어날 날을 저도 함께 응원할게요~!
느리님 반갑습니다. 회원활동모임 라온에 닥나무입니다.
자주 뵙지는 않았어도 숲을 좋아하는 편안한 이웃이 반가워서 이름이 좋아서 기억에 오래 남는군요 잘 지내시죠? 어느날 느리님의 소설을 읽을날을 설레며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