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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정 산을 사랑하는 사람, 오은선 산악인의 인생 주소복사

생명의숲 홍보대사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산악인. 키 155cm의 자그마한 체구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8천미터급 고봉 14개를 모두 오른 사람. 보통 사람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삶을 살아온 산악인 오은선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개인적인 시간이 많아져 조금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오은선 회원님을 오랫동안 그녀가 살아온 서울 중랑구 면목동 어느 카페에서 만났다.



#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살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희망서울 홍보대사에도 위촉되셨는데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숲이 있다면 회원님께 추천해주세요.

사실 저는 자기 집에서 가장 가까운 산, 동네 뒷산과 앞산처럼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산이 제일 좋은 산이라고 생각해요. 산이 주는 매력은 제가 일일이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많아요. 그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기 위해서는 가까운 곳을 자주 접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랬구요.



# 여성이 산악인으로 산다는 게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산악인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대학교 4년 동안도, 그 이후에도 계속 취미였어요. 그 때는 산에 가기 위해 주중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산에 갔어요. 그게 저의 최대 행복이었죠. 열심히 하다보니 경력이 쌓이고 히말라야에 갈 기회가 생겼어요. 그 때는 과감하게 공무원을 그만두었죠. 어느 순간 여성으로서 눈에 띄는 경력을 갖게 되고 자연스럽게 후원기업이 생기면서 오로지 산에만 전념할 수 있었어요. ‘산악인이 되자‘하고 산악인이 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 산악인이 된거죠.


# ‘공무원’이라는 굉장히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나 희말라야 갈래’라고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하고 싶은 것 두개가 있다면 하나는 버려야 되요. 동시에 두개를 갖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직장을 포기했습니다. 그 때는 지금처럼 구직난이 심각하지 않아서 지금 젊은이들에게 쉽게 말하기는 어려워요. 그래도 그 때 저는 돌아와서 내 입 하나는 풀칠하며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히말라야에 가는 건 제 인생에 다시없을 기회라고 생각했죠. 안가면 평생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선택을 한거죠.


# 산악인의 삶을 보면 항상 죽음의 순간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이겨내시나요.

산에 가면 한 순간의 결정이 살아서 돌아 오느냐 죽느냐의 자기 운명을 결정해요. 저는 평상시에도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해요. ‘절대 욕심내지 말자.’ 그래도 목숨을 거는 도전이니 열정이 필요하고 열정 속에는 약간의 욕심이 들어가 있죠. 하지만 욕심을 적절히 조절하지 않으면 자기 능력의 한계를 벗어난 행동을 하게 되요. 갈등하게 되는 순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평상시에 자기 자신을 잘 돌보고 스스로에게 솔직하려고 하죠. 그 때는 유난히 법정스님 책을 많이 읽었어요. 계속 저를 낮추고 다독이는 연습을 했죠. 저는 정상을 불과 30분 남기고 혹은 몇 백미터를 남기고 돌아오기도 했어요. 여기가 한계다라는 생각이 들면 마음을 정리하고 내려와요.


오은선 회원님에게 지금까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물어보았다. 그녀는 어린 나이 산악부에 가입해서 14좌 등반을 끝냈을 때까지 매 순간마다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큰 목표를 이루고 나서일까. 지금은 조금씩 생기는 세속적인 욕심들 때문에 그 때의 순수했던 행복은 줄어든 것 같다며 잠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비우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금은 받아들이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발버둥치지 않고 아 그렇구나하고 받아들이고 있어요. ”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비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녀는 꼭 산에 오르는 수행자 같았다.



# 얼마 전 외국에서 일어난 조난 사고 뉴스를 보며 자연이 참 무섭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 꼭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우선은 비와 눈, 날씨가 급격히 바뀌는 상황에 대비를 해야 해요. 여분의 옷. 특히 3천 미터 이상은 겨울에 입는 보온의류를 가져가야 하고 열량 높은 간식, 고열량 고단백 활동식을 챙겨가야죠. 그리고 언제나 산에 갈 때는 겸손한 마음으로 가야 해요. 자연과 싸워 무언가를 이룬다는 마음보다 자연에 순응하는 마음으로 오르는 게 제일 중요해요.


# 인구 1800만명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이 산을 찾는 만큼 산 곳곳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산을 찾는 많은 분들께 당부 한마디.

산을 아끼는 마음, 소중히 하는 마음만 있으면 하지 말아야할 행동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자연히 알 수 있어요. 산을 어떻게 하면 이대로 보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산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옮겨진다고 생각해요. 숲이 주는 혜택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으로 우리 발자취 말고는 남기지 말아야 해요.


# 생명의숲 회원인터뷰 공식질문입니다. 오은선 회원님에게 숲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평화가 떠올라요. 숲은 쉼터이고 엄마의 품과 같이 나를 정화시켜주는 그런 장소예요. 편안한 안식처이자 치유해주는 곳이죠.


# 보통 사람 오은선으로서, 산악인 오은선으로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 계획은 무엇인가요?

일반 여성 오은선으로서는 결혼을 하고 싶어요. 나의 짝을 만나고 싶은데 이게 잘 안되네요. ^^ 자기 삶에 대해서 책임지고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과 만나고 싶어요. 산악인으로서는 그 동안 해왔던 시간을 정리하고 싶어요. 책이든 무엇이 든 정리하려구요. 그래야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요. 매듭을 지어 놓지 않으면 새로운 걸 담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앞으로 남은 시간에 무엇을 하고 살까 저도 궁금해요. 우선은 지금이 중요해요.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일을 찾다보니 어느덧 그게 자신의 생업이 되고 운명이 되어버렸다는 산악인 오은선, 그녀와의 만남, 함께 나눈 이야기가 그녀의 삶에서 의미 있는 기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그녀는 말했다. ‘항상 살아 돌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욕심부리지 않는다, 살아서 돌아오는 것 자체가 위대하다’ 라고. 그 동안의 삶에 최선을 다해왔고 앞으로 주어진 시간에 또 다른 꿈을 찾으려는 오은선 회원님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 interviewer 이현아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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