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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회용 나무 젓가락 사용하지 않기를 실천하는 안정화 회원님! 주소복사

‘젓가락 가지고 다니기’ 제가 하는 환경 실천이에요 .

-일회용 나무 젓가락 사용하지 않기를 실천하는 안정화 회원

토요일 오후, 카페에서 안정화 (33) 회원을 만났다. 약속시간이 되어 한가한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는 체 하지 못하고 머뭇거릴 정도로 앳된 모습이었다 . 등에 가방을 메고 나무로 된 투박한 스탠드를 안고 있었다 .

# 워크샵 갔다가 오신다더니 바쁘지 않았어요?

생각보다 일찍 마쳤어요. 다른 게 아니라 목공예를 배우고 있거든요. 오늘은 스텐드를 만들었어요. 가구 만드는 사회적 기업에서 토요일에도 배울 수 있게 게릴라성 워크샵을 열어요 . 버려진 원목가구를 재활용해서 만드는 건데, 이것도 보세요. 밑에는 못 자국이 그대로 있어요.

텐드는 그냥 보기에 매끈하게 처리되어 새것처럼 보였지만 들어올린 스텐드 밑부분은 재활용 목재임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못 자국과 긁힘 자국이 있었다 . 그 사이 나온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 스위치도 달려있고 정말 사용할 수 있는 것이네요. 이런 재활용 문화 활동도 환경운동의 하나인 것 같은데 어떤 계기로 환경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전에 금융회사 다녔는데 문서 작성하다 생기는 이면지가 너무 아까웠어요. 그래서 이면지 활용 방법 검색하다가 녹색연합에서 나온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을 알게 되었죠 . 그 이후로 환경과 깨끗한 먹거리에 대해서도 관심 가지게 되었어요. 지금은 아름다운가게 성미산책방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우리 책방에서는 책을 기증받아 저렴하게 팔고 있어요 . 마포구청역 5번 출구에서 조금 내려오면 2층에 있는데 아세요? 좋은 책 많으니까 우리 가게 먼저 들러보고 주문하세요 .

# 금융회사와 사회적기업인 아름다운가게와는 대조적인데 어떻게 이 곳에서 일할 생각을 하셨나요 ?

회사 다닐 때는 모두 잘 차려 입고 좋은 물건 쓰고 그렇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 그렇지만 저는 물건을 막 쓰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회사생활이 정말 힘들게 했어요 . 지방에 분점이 개설되어 발령내면 다른 직원들은 울면서 못 간다고 할 때 전 다 갔거든요 . 그러다 좋은 일을 하고 싶다 생각했어요. 그 때에 비교하면 지금 생활이 훨씬 여유롭고 좋아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생각할 때 책방에 꽂힌 책을 보면 뿌듯해요. 우리 책방에 정말 책이 많거든요 . ‘이 책이 다 시민들이 기증한 거라니! 착한 사람 참 많구나 .’ 생각해요.

# 보람 있는 일도 많겠어요?

. 많죠. 우리 책방이 신촌에 있다가 2년 전에 이 곳으로 이사를 왔거든요. 작년 12월 추운 날 어떤 남자분이 책 100권을 들고 신촌으로 갔다가 책방이 없어진걸 알고 연락을 주셨어요 . 그 날 정말 추웠는데 화도 안내시고 이 곳까지 다시 가지고 와서 좋은 일에 써 달라고 기증하고 가셨어요 . 정말 고맙고 신기했어요. 그런 분들을 보면 열심히 일해야겠다 마음먹게 되죠 .

또 한겨울에 조손 가정이나 독거노인들한테 생필품을 전달하는 나눔보따리행사 때 추운 날씨에도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배달해주시는 거 보면 보람있어요. 아직 세상이 따뜻하구나 싶고요.

# 아름다운가게 활동으로도 바쁘실 텐데, 아름다운가게와 숲 단체와는 성격이 좀 다른 것 같은데 생명의숲에는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

생명의숲은 아는 분이 활동가로 일하고 있어요. 식목일에 나무심기 행사에 참가했다가 회원으로 가입하게 되었죠 . 단체의 형태와 운영방식은 다르지만 완전히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같다고 볼 수 있죠. 아름다운가게는 안 쓰는 물건을 다시 쓰고 기증받은 물건 팔아 모은 돈으로 사회적 약자를 돕고 있지만 안 쓰는 물건 재활용하는 것은 환경을 위한 일이니까요 .

# 생명의숲에서 회원 활동은 어떤 것을 하시나요?

생명의숲에서 하는 활동은 자주 가진 못해요. 숲기행 좋아하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자주 참석하지 못했어요 . 숲 기행이 날짜 좋고 날씨 좋은 때 잡히니 꼭 다른 일이 생기더라고요. 지난번에 옥상 파티 할 때 참석했었어요. 같이 비빔밥 만들어 먹고 얘기 나누었는데 참 좋았었어요 .

화장을 하지 않았음에도 매끈한 피부에 아름다운 안정화 회원에게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물었다 . 내심 좋은 사람 소개시켜줄 심산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이런 말해도 될지 모르겠는데로 말을 꺼내더니 그 아는 활동가가 남자친구라고 했다 . 놀라움과 실망의 표정을 교차하며 얘기를 이어갔다.

# 남자친구가 환경운동가라서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하나요? 좋은 점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관심분야가 비슷해서 좋아요. 둘 다 자기 젓가락을 들고 다녀요. 나무 젓가락 안 쓰기를 하는 거죠. 나무젓가락 주는 식당에 가면 둘 다 주섬주섬 가방에서 젓가락을 꺼내요 . 이런 것을 궁상이 아니라 정상으로 봐주고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아요 . 전에 2시간 동안 남산 길 청소산책을 했는데 힘들긴 하지만 재밌었어요 . 이쁘고 좋은 산책길인데 쓰레기가 엄청 많았어요. 그런 활동을 하면서 데이트를 할 수 있어서 좋죠 . 그런데 전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데 남자친구가 좋아해서 좀 힘들어요 . ㅎㅎ

# 안정화 회원에게 숲은 어떤 곳인가요?

평소에는 모르지만 어느 순간 확 다가오는 소중한 것. 마음이 힘들 때나 몸이 지칠 때 숲에서 숨을 쉬면 살 것 같아요 .

# 저는 요즘 숲이 어떻게 사람들 가슴에 들어가게 되고 왜 잊고 있다가도 숲을 찾아 위안을 받는지 무척 궁금해요 . 회원님의 경우에는 왜 그런가요?

깊이 생각해보진 않았는데……어렸을 때 저의 집 마당에는 여러 가지 나무들이 있었어요 . 계절이 되면 앵두를 따먹고 무화과를 따먹고, 봄이면 엄마랑 이모들이랑 산에 나물 뜯으러도 갔었어요 .

내가 먹는 게 산에서 나고 숲과 산이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주변에 산에 있는 게 익숙한 풍경이니까요. 지금도 이사할 때는 산책할 수 있는 쪽을 찾게 되요 . 뒤에 산이 있든가 천을 따라 걸을 수 있든가, 녹색 풍경을 찾게 되더라고요.

강원도 속초가 고향이라는 안정화 회원은 울산바위의 풍경을 보고 미시령과 바다가 보이는 곳에 살았다 . 버스를 타고 미시령을 넘어 올 때면 우거진 숲의 모습이 털이 몽실몽실한 것 같아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고 한다 . 좋은 자연 풍경이 그녀를 도시에서도 자연스럽게 살게 하는 듯했다.

# 생명의 숲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해 주세요 .

숲 기행 너무 좋은데 싱글이라 선뜻 신청하기가 힘들어요. 가보면 가족들이 많더라고요 . 직장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평일 작은 모임도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더 많은 회원을 모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숲을 위한 연간 캠페인을 열었으면 좋겠어요. 나무젓가락 안 쓰기 , 손수건 갖고 다니기, 휴지 적게 쓰기, 종이컵 안 쓰기 뭐 이런 것들을 일상에서 환경운동하기 캠페인을 하는 거죠. 종이도 나무젓가락도 나무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들이잖아요 . 남자 친구와 저는 올해 목표가 나무젓가락 다섯 개 이하로 쓰기에요 .

그녀는 이야기를 하면서 가방을 뒤적이더니 젓가락 주머니를 보여주었다. 안정화 회원의 일상에서 환경운동하기 제안에 생각 없이 지낸 나의 모습을 반성하며 그 자리에서 한 가지 실천내용 정했다 . 가장 실천하기 쉬울 것 같은 나무젓가락 사용하지 않기 ’.

사흘 후 그녀가 일한다는 성미산책방을 찾아갔다. 앞치마를 두른 그녀의 모습 뒤로 정말 책이 빼곡하게 쌓여있었다. 그녀가 말한 대로 이것이 다 기증한 것이라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 책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다. 친환경 데이트를 즐기는 그녀의 결혼소식이 곧 들려오기를 고대한다 .

- 류춘희 회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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