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때
책과 생활, 가족의 대화 속에서 생명의숲 후원으로 이어진 김태환 회원의 이야기
※ 본 원고는 김태환 회원의 서면 인터뷰 답변을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읽기 흐름과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인터뷰이의 답변 취지와 고유한 표현은 가능한 한 충실히 반영했습니다.
부산이 고향이지만 서울에서 더 오래 살았고, 지금은 회사 근무지 발령으로 여수에 살고 있는 김태환 회원. 그는 틈나는 대로 성곽과 사찰, 자연휴양림을 찾아다니는 사람이다. 숲을 좋아하는 마음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그 마음이 후원이라는 실천으로 이어진 데에는 가족과 함께 읽은 책들, 환경과 생태를 둘러싼 생활의 선택, 그리고 내가 직접 못 하는 일을 누군가는 하고 있다는 인식이 함께 놓여 있었다.
숲과 자연을 찾아다니다 생명의숲을 처음 알게되다
숲 _ 안녕하세요, 김태환 회원님. 생명의숲과 오래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수에서 보내주시는 일상과 숲 이야기, 그리고 후원의 마음을 듣고 싶습니다. 먼저, 요즘 어떤 일상 속에서 지내고 계신지부터 여쭙고 싶습니다. 숲이나 자연은 회원님 삶에 어떤 방식으로 들어와 있나요?
김태환 회원 _ 안녕하세요. 부산은 고향이지만, 부산보다 서울에서 더 오래 살았고, 회사 근무지 발령으로 현재는 여수에서 살고 있는 김태환입니다. 요즘 저의 관심사는 틈나는 대로 우리나라 곳곳을 찾아다니며 성곽, 사찰, 자연휴양림을 방문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어렸을 적에는 아이와 함께 캠핑을 가곤 했습니다. 캠핑지에 있으면 숲이나 나무, 주변 자연이 각별하게 다가오곤 합니다. 서울에서 살 때는 멀리 나가는 것 자체가 고된 일이라 북서울꿈숲, 서울숲, 남산, 서울대공원, 어린이대공원, 서울식물원, 광릉수목원, 둘레길 등을 찾아다니며 숲이나 나무의 풍요로움을 누렸습니다. 여수에서 살고 있는 지금은 고흥, 순천, 구례, 화순, 광주, 해남, 목포, 함평, 전주, 고창, 부안 등지의 수목원, 정원, 성곽, 사찰 등을 찾아다니며 그 특별함을 누리곤 합니다. 특히 최근에 고창을 다녀왔는데 선운사와 고창 읍성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나 자랑스러운 곳이 많다는 것에 국뽕이 차오르기도 했습니다.

[무주 향로산 자연휴양림 탐방(좌), 여수 장도 탐방(우) _ 김태환 회원 제공]
숲 _ 그렇게 숲과 가까이 지내오셨지만, 생명의숲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또 따로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태환 회원 - 생명의숲은 배우자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2001년 아이를 출산하면서 책을 통해 먹거리 각성을 하게 되었고, 한살림 조합원으로 가입하면서 자연스럽게 환경과 기후, 생태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수년 전부터 환경을 위해 육식을 끊고 채식 식단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그 당시 접했던 기후 위기 관련 책을 읽다가 생명의숲을 알게 되었고 거창하게 활동은 못 하지만 후원은 할 수 있겠기에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2018년 당시 고등학생 아들이 건축 관련 진로를 생각 중이었는데, 아들이 공부했으면 하는 건축 역시 환경과 공존공생하는 것이기를 바랐고, 건축에 있어 숲, 나무, 조경, 공원, 정원은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이다 싶어서 공원학개론을 아들과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도시의 숲을 새롭게 보며, 남산에서 후원을 결심하다
숲 _ 공원학개론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고, 또 생명의숲 활동을 접하시면서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 있었을까요?
김태환 회원 _ ‘숲’하면 멀찌감치 떨어진 산에 존재하거나 울창하고 빼곡하거나 우람해야 할 것 같아서 도시에는 존재하기 힘들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도심에서도 얼마든지 구현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에 살다가 여수에 와보니 서울은 도시 공원의 갯수도 많지만 관리도 세심하게 잘 되고 있어서 서울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게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생명의숲 후원은 하고 있지만 여수로 거주지를 옮긴 후부터는 활동 참가가 어려워 생명의숲 활동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아 ‘그저 생명의숲을 지켜가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겠거니’ 하고 생각할 뿐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별로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 하지만 후원을 계속 하고 있는 만큼 우리의 소중한 숲을 지키는 데 열일하실 거라 기대합니다.
숲 _ 그런 기대가 더 단단해진 계기 가운데 하나가 남산 프로그램이었지요.
김태환 회원 _ 남산은 제가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입니다. 그 곳에서, 프로그램에 여러 사람들이 소중한 시간을 내어 숲을 더욱 숲답게 하기 위해 궁리하고 골몰하는 시간이 의미 있었습니다. 관심은 있지만 일상이 바빠 활동은 어려운데 이렇게 숲을 위해 애쓰는 단체와 사람들이 있다는 건 정말 든든한 일이죠. 이런 의미 있는 활동을 응원하고플 때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후원 아닐까요?
가족의 대화, 책으로 다져온 생활방식 그리고 후원
숲 _ 회원님 말씀을 듣다보니 개인의 관심을 넘어 가족의 생활방식이 함께 보입니다. 배우자분과도 환경이나 숲 이야기를 자주 나누시는 것 같습니다.
김태환 회원 _ 배우자는 다른 생명체와 공존공생하며 최대한 무해하게 살고 싶어 합니다. 인간들이 오직 일신의 편리와 편의를 위해 에너지를 과하게 사용하는 것, 영양과다 시대를 살면서 공장식 축산으로 동물들을 무자비하게 살육해가며 육류를 지나치게 섭취하는 것, 일회용 물품을 과용하고 쓰레기를 넘치게 만들어내는 것, 내일이 없이 오늘만 살 것처럼 지구를 과하게 소진시키며 사는 것, 이 모두를 지양합니다.
이런 것들을 지양하는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며 혹자들은 말합니다. ‘그런다고 달라지지 않는다’고…. 그런데 무책임하고 게으른 이들의 이런 말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나뿐인 지구가 얼마나 버텨줄지, 인류와 타생명체들이 얼마나 오래 생존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만 그저 오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고 아직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다행입니다. 후원을 하는 것 역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입니다.
숲 _ ‘책을 통해 삶의 자세와 방향을 정한다’는 표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김태환 회원 _ 책을 통해 삶의 자세와 방향을 정하는 편입니다. 여러 책들을 서로 추천해주고 읽으면서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생활에 적용할 것들은 적용하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고, 새롭게 후원할 곳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하지만 역시 여전히 책에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입니다”… 그가 후원을 이어가는 방식
숲 _ 정기후원을 지금까지 이어오신 가장 큰 이유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무엇일까요?
김태환 회원 _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입니다. 지구를 위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인데 내가 차마 나서서 하지 못하는 그런 의미로운 활동을 하는 용감한 활동가들을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후원으로 응원해드리고 싶습니다.
숲 _ 최근에는 후원금을 증액하셨지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김태환 회원 _ 후원금은 가계비 지출에 아예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후원이 쉽습니다. 수입이 늘어났다면 응당 후원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 언론, 민주재단, 시민단체, NGO, 환경 및 생태계 관련 연합체, 우리농 등에 후원 중인데 주기적으로 새롭게 후원할 곳을 찾습니다. 올해는 새롭게 416재단, 안무서운회사에 후원을 시작했고 생명의숲처럼 후원금을 늘린 곳도 있습니다.
우리가 응원하는 활동가들이 거대 자본에 휘둘리지 않도록, 공정할 수 있도록, 용기 낼 수 있도록,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꾸준히 오랫동안 후원하고 싶습니다.
숲 _ 후원을 하며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김태환 회원 _ 후원을 하고 있는 단체에서 지치지 않고 유의미한 활동을 하는 것이 확인되고, 그런 활동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어제보다 조금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생명의숲 활동은 아니지만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습니다. 생명다양성재단의 ‘야생신탁 프로젝트’인데, 파주의 일부 땅을 매입해 땅을 인간 소유에서 자연으로 돌려주고자 하는 활동입니다. 지구 공동체는 인간과 타생명체들과 함께 해야 함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된 계기였기에 기억에 남습니다.
숲은 가까이에 있어야 하지만, 인간은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숲 _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 시대에 숲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회원님 개인에게 숲은 어떤 존재인가요.
김태환 회원 _ 숲은 망가진 대기를 정화시키고, 나무의 뿌리는 헐거워진 대지를 단단하게 붙잡아줄 것이며, 무너져가는 생태계를 다시 세워줄 것입니다. 또한 인간은 숲을 통해 제대로 호흡할 수 있고, 마음을 정화하며 바르게 정진할 수 있습니다. 숲이 없는 도시는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숲은 가까이 곳곳에 존재해야 하고, 각별히 보존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숲 안으로 너무 깊숙이 들어가거나 개입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숲이 맘껏 자생하고 충분히 쉴 수 있도록 인간으로부터의 거리두기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숲길이 개방되어 인간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하는데 이런 시도는 매우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훼손된 숲을 다시 돌려놓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처음 그대로 보존하려는 정책과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화순 편백 자연휴양림 탐방 _ 김태환 회원 제공]
생명의숲에 바라는 점, 그리고 시민들에게 전하는 말
숲 _ 생명의숲이 앞으로 어떤 활동이나 변화를 시도하면 좋겠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김태환 회원 _ ‘성장’이라는 단어에 너무 힘주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성장이라고 하면 엄청난 것을 상상하곤 하는데 매일의 자잘한 루틴들이 반복되어 결국 성장을 만들어낸다고 봅니다.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봅니다만 그럼에도불구하고 한 가지 제안을 드린다면, 생명의 숲과 같은 지향점을 가진 여러 다른 단체들과 연대하여 활동하는 콜라보 프로젝트를 기획해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일례로 여수에서 환경연합과 한살림협동조합이 함께 추진하여 다큐 상영 행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 자리를 통해서 우리 토종씨앗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우리씨앗살림에도 후원 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숲 _ 정기후원을 망설이고 있는 시민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태환 회원 _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때, 하면 좋겠습니다.
숲 _ 그렇다면 회원님께 후원이란 결국 어떤 의미인가요.
김태환 회원 _ 관심은 에너지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특별히 예의주시하지는 않습니다. 후원을 시작했으면 사회에 무리를 일으키는 사고를 내지 않는 한, 그저 잘 하고 있으려니 믿으려고 합니다. 체력이 부족하고 용기가 나지 않고 잘 몰라서 나는 할 수는 없지만, 중요하고 고귀하고 꼭 필요한 일이라 누군가가 마음을 다해 활동해주었으면 하는 일들을 대신 해주시는 활동가분들이 단단하고 선한 마음을 유지하면서 활동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저에게 후원은 이런 의미입니다.
마지막 인사
숲 _ 혹시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김태환 회원 _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게 되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답변을 해 나가는 시간을 통해서 스스로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또한 숲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생명의숲’을 응원합니다. 우리의 숲에 생명이 넘치도록, 모든 활동가 분들도 매 순간 생명력이 가득하도록 응원하겠습니다.
인터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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