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에서부터 이어지는 깊은 산골, 현대시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 조지훈은 이곳 주실마을에서 태어났다. 그 마을 입구를 수백 년 된 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선 숲이 지키고 있다.'
자연과 문학이 어우러진 공간
영양에서 봉화로 넘어가는 길가. ‘주곡리’라는 행정명이 있지만 주실마을이라는 명칭 이 더 유명한 마을은 그 길가에 있었다. 주변에는 수백 년 된 나무가 제 모습 그대로 온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상북도 내에서도 이쪽은 오지다. 찾는 이도 많지 않 다. 천혜의 자연이 잘 보전된 것은 이 때문이다.
내륙에서도 이렇게 깊숙한 안쪽에서 시인 조지훈이 태어났다. 조지훈은 한양 조씨다. 원래 이 집안은 한양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1519년 조광조의 기묘사화가 일어나자 멸문 위기에 처한 조씨 일족은 전국으로 흩어졌다. 그중 호은공 조전 이 1629년(인조 7)에 이 마을로 들어와 정착했다. 그 뒤로 집성촌을 이뤘다고 전해진 다. 그전까지만 해도 이 마을은 주씨 집성촌이었다.
이런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지 주실마을 주변에는 시무나무가 많 다. 이 나무는 집 주변에 심어서 울타리로 삼는 경우가 흔하다. 줄기와 가지에 가시가 많기 때문이다. 조씨 집안은 이 나무의 날카로운 가시를 두고 ‘변덕 부리는 세상과 타 협하지 않고 올곧게 살라’는 뜻을 담아 교훈으로 삼았다. 그래서일까. 이 마을에서 태 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오랫동안 입신양명에 뜻을 두지 않고 살았다. 오로지 학문을 익히는 데에만 관심을 두었다.
마을을 이루고 사는 집안 배경을 알고 나니 비로소 이 마을을 둘러싼 이야기와 마을숲 성격이 조금씩 이해되고,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이 마을에는 ‘삼불차’라는 단어가 있다. 아무리 어려워도 재산, 사람, 문장은 빌리지 않는다는 게 삼불차의 의미 다. 오롯이 선비 정신을 삶에 실천하는 게 이 마을 최고 덕목인 듯하다. 한양 조씨 일가 에는 아마도 세상에 대한 서러움이 대를 이어 내려오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마을 에 터를 잡고 오로지 선비의 지조와 덕목만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하지 않았을까.
한양 조씨는 이 마을이 풍수지리에 비추었을 때 좌청룡이 약한 지세라는 사실을 읽고 이를 보하고자 밭을 사들였다. 그곳에 나무를 심고 숲을 가꿨다. 숲에는 느티 나무, 참느릅나무, 검팽나무, 팽나무, 시무나무, 버드나무 등이 자란다. 마을로 들어서 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숲을 지나도록 했다. 울타리로 심은 시무나무에서 교훈을 얻었 다는 말이 중요하게 들리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마을을 오갈 때마다 그 나무를 보고 조상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잊지 않도록 수시로 마음가짐을 점검했을 테니까.
이 마을은 조지훈의 생가가 있어서 점차 찾아오는 이가 늘고 있다. 마을 주민들 도 구태여 조지훈이라는 인물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숲 안쪽에 조지훈과 그의 형 조동 진의 시비를 세워 두었고, 이 숲에 ‘시인의 숲’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2007년에는 지훈문학관을 개관했고, 매년 5월이면 그를 기리기 위한 백일장을 연다. 대대손손 초야에 묻혀 학문에만 열중하던 마을은 이제 수많은 문학도가 찾아오는 ‘문학의 마을’이 됐다.
숲에는 마을 당산목인 250년 수령의 우람한 느티나무가 중심이 되어 주고 있 다. 예로부터 이어온 숲은 그대로 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시로 나무를 심으며 보 완하고자 했다. 마을의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이 숲은 더욱 싱싱한 생명력을 자랑한 다. 그 속에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식물과 곤충이 서로 의지하며 살 아가는 것은 물론이다. 뭇 생명과 공존하는 삶. 심산유곡의 마을은 찾아오는 이에게 이상향의 삶이란 무엇인지를 말없이 물어보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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