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은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지형이다.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로 쪼개진 후 나무나 덩굴식물이 엉겨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선흘 곶자왈은 다르다. 점성 낮은 용암으로 만들어졌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습지의 원초 생명력
점성이 낮다는 건 용암이 묽다는 의미다. 자연히 더 넓게 퍼지는 성질을 띠게 된다. 이런 용암이 대지를 덮고 암반을 형성했지만 그 사이사이로 습기가 들어차면서 습지가 형성됐다. 다른 곶자왈에서 볼 수 없는 습지가 여러 개라는 것, 이것이 선흘 곶자왈의 특징이다.
습지는 많은 생명체의 터전이기도 하다. 사람이 살다 떠난 자리에도 습기가 차서 습지가 만들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르게 천이 과정을 거쳐 거친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하물며 얇은 화산암 판을 뚫고 만들어진 습지는 정말 온갖 동식물이 자라는 터전이 된다. 원초의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보고인 셈이다. 선흘 곶자왈에는 내륙습지로, 소규모 연못이 된 곳도 있고 우기에만 습지가 되는 건습지도 있다. 희귀한 지형에 희귀한 습지가 형성돼 있다. 이곳에 있는 여러 습지 중 먼물깍이 2011년 람사르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선흘 곶자왈은 인근 마을들이 기대고 살아온 삶의 터전이다. 1970년대 인근 마을에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까지 주민들은 선흘 곶자왈로 들어가 동백동산의 습지에서 물을 길어다 먹었다. 경작이 불가능한 다른 곶자왈과는 달리 이곳은 땅의 일부를 경작지로 활용하는 게 가능하다. 목초지대도 있어서 목장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제주의 아픈 역사도 이곳에 아로새겨져 있다. 제주에서 살아온 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4·3사건 당시 인근의 주민들은 곶자왈 안의 동굴로 숨어 피란처로 삼았다. 제주도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흔적과 기억을 간직한 땅인 만큼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서 이곳을 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예전에는 이곳에 동백나무가 많았다. 마을주민들은 동백기름을 얻어 중요한 수입원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이 일대를 ‘동백동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변화가 일었다. 사람들이 삶을 꾸리는 방식도 변했고, 그에 따라 곶자왈의 숲도 바뀌었다. 동백나무를 가꾸던 사람의 손길이 뜸해지자 성장이 더딘 동백나무가 꽃을 피우지 못하고 도태된 것이다. 이제는 동백동산이라는 이름만 들어서는 왜 이곳에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동백이 귀해졌다. 숲이 사람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 준 사례가 된다.
이곳에는 동백나무 말고도 여러 난대성 수종이 자라고 있다. 종가시나무, 후박나무, 빗죽이나무가 있다. 그 아래로는 새우난초, 보춘화, 사철란 같은 희귀 야생화가 얼굴을 내민다. 전체 길이 5㎞에 달하는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서 온갖 생명에 귀를 기울이고 찬찬히 살피다 보면 종의 다양함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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