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숲 이야기
1만 2000그루를 지킨 선택, 서천 솔바람 곰솔숲 주소복사

'때로 소수 의견이 존중받아야 할 상황이 있다.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도이 길이 맞는다고 판단한 서천 주민의 선택. 그 믿음이 이 아름다운 숲을 지켜 냈다.'



온갖 생명이 기대어 사는 곳

서해안이라면 어디든 노을이 멋지지 않은 곳이 있으랴마는 특히 충청남도 서천의 해 질 무렵 풍광은 황홀 그 자체다. 곰솔숲이 있는 장항읍의 서쪽 바다는 황금빛으로 하늘이 물들어 갈 때 일렁이는 바다 위로 오가는 어선 모습에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먹먹한 감동을 안기는 풍경이다. 이곳은 충남의 최남단인 금강 하구와 바다가 어우러지는 곳이다. 수많은 사진작가가 저 황금빛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풍경을 찍기 위해 금강 하구로 몰려드는 걸 머릿속에 떠올려 보면 이곳이야말로 명당임을 알 수 있다.


아름다운 풍광은 구태여 알리려 노력하지 않아도 언젠가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몰려든다. 연인 혹은 가족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건 이곳이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멋진 풍광도 이 숲을 지켜냈기 때문에 지금도 누릴 수 있음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곳은 인공적으로 조림한 숲이다. 바닷가에 쌓인 해안사구를 보호하기 위해 소나무를 심어서 모래가 더는 유실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소나무 나이는 이미 40~50살에 달한다. 그런 아름드리나무가 1만 2000그루나 된다. 숲은 1.8㎞에 걸쳐 폭 100m, 면적 200㏊(약 60만 5000평)에 이를 정도로 상당히 큰 규모다. 숲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모래는 자리를 지킬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온갖 바다생물이 이 바다로 모여들 수 있었다. 산란을 하고 생명이 탄생하는 등 건강한 바다 생태가 유지되고 있는 건 숲이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때로는 거세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해 주기까지 한다. 이 일대는 원래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바람이 센 곳이었다. 나무를 심은 것은 몇몇 사람의 노력이었겠으나 수없이 많은 생명이 이 숲에 기대어 산다. 이 숲의 안팎에 숱한 생명이 삶의 터전을 일궈 놓았다.


미래를 위해 지켜야 할 가치

그 중요한 숲이 사라질 뻔한 적도 있었다. 이 숲은 1945년 장항농고(당시 장항공립농업학교) 학생들의 손에 의해 탄생했다. 그 뒤로 1980년에 이르렀을 때 서천군에는 군장국가공단 조성계획이 수립됐다. 문제는 숲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공단을 지으려 했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국가공단이 생긴다는 건 지역이 먹고사는 일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게 버거운 시절이었다. 국가가 만든 공단으로 말미암아 휘황찬란한 공업도시로 탈바꿈한 사례가 어디 한두 곳이던가. 서천군 입장에서 이는 마다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천군 주민들은 그러지 않았다. 개발보다 곰솔숲의 가치를 우위에 뒀다. 이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결정에 대한 비난이 없었을까. 주민들은 끝내 버텨냈다. 그 노력이 있어서 다행스럽게도 서천군은 이 숲은 물론 청정한 바다 생태계까지 지켜낼 수 있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그 선택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한 가치를 지켜냈으니 현명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서천 대표 공원 중 하나가 된 지금과는 달리 곰솔숲이 있는 이 일대는 과거 오지 중 오지였다. 고려시대에 유배지로 삼았을 정도로 동떨어진 곳이었다. 고려사 기록을 뒤지다 보면 이곳과 관련한 문구를 여기저기서 마주한다. “문신 두영철이 유배막을 지었다”는 구절. 이와 함께 두영철은 “모래땅에 몸을 묻고 햇볕이 스며든 열기에 몸을 푼다”고 적었다. 지방 풍속을 읊어낸 <풍요(風謠)>라는 노래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는 이곳에서 모래찜질로 건강을 되찾았다고 적혀 있다. 그때부터 이 일대 해변은 모래찜으로 유명해진 모양이다. 실제 피로를 풀고 신경통이나 관절염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매년 음력 4월 20일이면 ‘모래날’이라 하여 전국에서 모래찜을 하러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다.


소나무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가을이면 그 아래로 보랏빛 꽃을 피워 낸 맥문동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곰솔이라 부르는 억세고 강한 소나무 군락도 장관이지만 소나무 밑에서 피어난 보랏빛 맥문동 카펫은 또 다른 절경이다. 이 숲에는 계절마다 사계패랭이, 갯패랭이, 해국 같은 식물이 600만 본이나 자란다. 사철 언제든 이 숲을 찾아와도 좋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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