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숲 이야기
400년을 지켜 온 당숲, 고흥 애도마을 당숲 주소복사

'고흥의 작은 섬 애도에는 사시사철 꽃이 만발한다. 

그 꽃밭을 찾아 사람들이 찾아오고,수시로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섬의 중심은 마을 뒤 당숲이다.난대원시림인 그 숲이야말로 이 섬의 진짜 얼굴이다.'



난대원시림에서 만난 귀한 수종

섬이라 해 봐야 2만 1000㎡(약 6350평) 정도다. 규모 좀 있다는 공원 정도 크기다. 작은 섬이다. 그런데 사시사철 이 작은 섬은 온통 꽃밭이다. 수선화는 물론 세이지, 양귀비, 데이지 등 통째로 화원을 옮겨 온 것 같다. 전라남도 고흥군은 최근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그만큼 고흥에는 볼거리가 많을 뿐만 아니라 아름답고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여행지가 그득하다.


고흥 나로도항 바로 맞은편에 있는 이 섬에도 곳곳에 예쁜 작품이 많다. 거기에 형형색색의 꽃이 더해지니 섬은 그대로 꽃밭이자 미술관이다. 섬의 정식 명칭은 ‘애도’다. 사람들은 ‘쑥섬’이라고 부른다. 쑥이 많아서 쑥섬이다. 애도라는 이름 자체가 쑥 애(艾) 자를 쓴다. 이름부터 어쩌면 그리도 소박한지. 섬의 생김새에 꼭 들어맞는다.


꽃밭이 워낙 아름다워서 입소문은 이미 무성하다. 하지만 애도에서 봐야 할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다. 순서도 이곳이 먼저다. 무인으로 운영하는 카페가 그곳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카페의 뒷문으로 나가면 산책로가 등장한다. 길을 따라 ‘헐떡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고개를 넘으면 난대원시림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늘을 가리는 빽빽한 상록수와 이름 모를 온갖 식물이 숲을 가득 메웠다. ‘육박나무’라 부르는 낯선 나무는 이방인의 시선을 잡아끌며 존재감을 강하게 피력한다. 나무 무늬가 마치 해병대 군복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별명이 해병대나무, 국방부나무다. 수피가 검은색이고 몸뚱이는 매끈한데 곳곳에 수피가 벗겨져서 흰 속살을 드러냈다.


울릉도와 남부 지방 바닷가나 섬에 많이 자생하는 후박나무도 반갑다. 후박나무는 성질이 까다롭지 않아 어떤 상황에서든 잘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껍질을 달여서 만든 게 후박엿이다. 울릉도의 명물 호박엿이 원래는 후박엿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과거에는 후박나무가 흔했다. 그러던 것이 이토록 귀해진 건 후박나무 껍질의 약효 때문이다. 건강보조제 광풍에 휩쓸려 후박나무 껍질을 너도나도 벗겨 낸 탓에 속이 훤히 드러난 나무들이 그대로 고사한 것이다. 그런 안타까운 뒷이야기가 있는 후박나무를 이 숲에서 만나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마을을 지키던 당숲

이 울창한 원시림은 역사가 400년에 가깝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숲은 당숲으로 기능했다. 마을을 지키는 성황당이 지금도 숲속에 남아 있다. 20년 전까지 마을사람들은 당제를 지냈다. 제를 지내는 동안 개나 닭이 울면 무효가 된다고 해서 이 섬에는 개와 닭이 없다. 심지어 일반 아낙도 이 숲에는 출입이 금지됐다. 그만큼 온갖 정성으로 가꾸던 곳이라 400년의 시간이 흐르도록 원시림이 보전될 수 있었다. 이 섬은 워낙 크기도 작아서 땔감으로 쓸 나무조차 귀했을 텐데도 당숲의 나무는 베지 않았다. 그런 귀중한 숲을 여러 번의 마을 회의를 거쳐 외부인에게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마을을 살리고 숲을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자는 주민들의 선택이었다. 덕분에 이 작은 섬에 꼭꼭 숨어 있던 멋진 원시림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게 됐다.


숲속을 걷다 보면 쓰러진 아름드리나무도 보인다. 2003년 태풍 매미와 2012년 태풍 볼라벤 당시에 쓰러진 것들이다. 그 옆에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팻말이 꽂혀 있다. 이 숲을 가꾸고 지키는 이의 감성이 엿보이는 장면이다.


난대림을 빠져나온 후에도 섬의 자연은 보여 주는 게 많았다. 야생 무화과라는 천선과 군락지, 참나리 군락, 소사나무와 돈나무 군락 등이 연이어 등장했다. 이곳까지 올랐다면 섬의 꼭대기에 가깝다. 여기까지의 높이가 해발 83m에 불과하다. 그리고 꼭대기에서부터 그 유명한 정원이 보인다. 겨울에도 천일홍, 란타나, 피튜니아, 팬지, 아게라툼 같은 온갖 꽃이 화사하게 물들어 있는 곳이다. 2000년에 이 섬으로 들어온 김상현 부부의 손길이 피워 낸 작품이다. 부부가 가꾼 이 정원은 그 노고와 가치를 인정받아 전라남도 민간정원 1호로 지정됐다.


고흥의 작은 섬 애도는 정상까지 올라가 정원을 감상하고 다시 돌아오는 ‘힐링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 길이는 총 3㎞에 불과하다. 한 시간 반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정도로 짧은 트레킹 코스지만 수시로 다른 얼굴을 보여 주는 다채로운 자연 모습에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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