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송’ 하면 주왕산이었고, ‘주왕산’ 하면당연히 주왕계곡이나 주산지를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숨어 있는 보석은 어디에나 있는 법.절골계곡은 이 산이 숨겨 둔 보석 같은 곳이다."

굽이마다 펼쳐지는 비경

가을의 주왕산은 전국을 통틀어 첫손에 꼽히는 단풍놀이터다. 이미 많은 이에게 알려져 있어 알록달록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전국에서 인파가 몰린다. 대부분은 대전사에서 시작해 용연폭포로 이어지는 주왕계곡 코스를 오르거나 물안개 피는 주산지를 찾는다. 절골계곡은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주왕산의 비경이다. 찾는 이도 많지 않아 시끌벅적한 산행을 꺼린다면 한 번쯤 찾아볼 만하다.

절골계곡은 오래전 이 깊은 산골에 절이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운수암’이라는 암자가 있었다고 전한다. 절골계곡을 걷는 중에 신술골을 지나면 절터의 흔적이 나온다. 시간이 오래 지난 탓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이 계곡에서는 오랫동안 화전민들이 터를 잡고 살았다. 그래서 너와집이나 숯 가마터 같은 것이 남아 있다. 이런 과거의 잔재를 찾으면서 걷는 것도 주왕산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7000만 년 전, 이곳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화산재와 용암이 분출했고 거무튀튀한 유문암을 만들어 냈다. 이곳에 주상절리가 존재하는 것도 화산지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곳곳에서 계곡과 폭포, 계단지형 같은 온갖 볼거리가 눈을 즐겁게 한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잠깐을 걸어도 이토록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산을 마다할 리 없다.

계곡의 숲길이 보여주는 풍광은 압도적이다. 웅장한 절벽과 온갖 상상을 자극하는 암벽이 수시로 나타난다. 아래로는 맑은 물길이 이어지고 눈앞으로는 반짝이는 숲의 정경이 펼쳐진다. 아기자기한 활엽수림과 발아래에서 살짝 얼굴을 내미는 야생화, 숲 사이에서 살아가는 갖가지 동식물이 살아 있는 하모니를 이룬다. 길을 걸으면서 주왕산의 깃대종인 둥근잎꿩의비름과 야생 회양목, 부처손, 바위채송화 같은 자생종도 마주한다. 그러니 기왕이면 그네들이 어떤 모양새를 가졌는지 미리 공부하고 가도 좋겠다. 귀한 생명을 마주하는 기쁨이 상당하다.

소박하고 정감 어린 숲길

절골계곡 입구에서 시작하는 숲길은 대문다리까지 약 3.5㎞ 거리다. 심산유곡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곳이지만 길이 대체로 완만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숲길의 탐방로에 박석이 깔려 있다가 어느 순간 금세 흙길로 바뀐다. 협곡을 따라 기암절벽이 병풍을 두른 듯이 펼쳐지는데, 왜 주왕산을 ‘석병산’이라고도 부르는지 쉬이 이해가 간다. 숲에는 활엽수인 참나무와 단풍나무가 많다. 가을에 온통 알록달록 눈부신 색으로 가득 채워지는 것은 이들 덕택이다. 주왕산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때는 10월 말. 이때가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다.

이 계곡의 숲길은 최대한 인공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자연의 특색을 살려서 꾸며 놓았다. 꼭 필요한 곳에만 나무 덱을 설치했을 뿐 대부분은 계곡의 지형지물을 그대로 이용하게끔 했다. 때로 튀어나온 암반을 타고 넘기도 하고 오밀조밀하게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기도 한다. 숲길의 모든 구간 중 최고의 단풍을 보여주는 곳은 탐방지원센터에서 나무 덱을 따라 계곡을 질러가는 1㎞ 구간이다. 이 자리에서 바라보는 단풍을 보기 위해 주왕산에 발길을 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과거 이곳을 찾았던 이는 분명 이 비경을 두고 ‘신선이 사는 곳’이라 했을 듯싶다. 내 눈에도 그리 보이기에 하는 말이다.

#아름다운숲 #숲에서길을찾다 #경상도 #아름다움 #생명의숲 #유한킴벌리 #산림청 #청송주왕산절골계곡숲길

▶숲에서길을찾다 만나러 가기(다운로드) : https://forest.or.kr/documents/2038

▶아름다운 숲을 보전하는 생명의숲 후원하기 : https://bit.ly/supportforest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bit.ly/newsfo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