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숲 이야기
벤조롱 멋진 길, 제주 서귀포 치유의숲 주소복사

'제주도에는멋진 숲이 곳곳에 많다.  서귀포 치유의숲도 그중 하나다.'



옛사람의 흔적을 찾는 즐거움

숲 입구부터 제주스럽다. ‘뎅기는 질 아니우다(다니는 길 아닙니다)’, ‘셋도질 허지 말게양(정문 매표소를 통해 입장하세요)’ 같은 알림판이 이색적이다. 굳이 알림판을 읽지 않아도 그렇다. 전국에 이토록 매력적인 삼림이 얼마나 될까. 물론 좋은 숲도 많다. 하지만 제주의 숲은 제주만의 색이 짙다. 입구에 서서 나지막이 혼자 말한다.

“제주는 제주구나.”


서귀포 ‘치유의숲’은 해발 320m부터 760m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고저의 차이가 있어서 난대림, 온대림, 한대림의 식생을 골고루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보통은 지자체나 지역 차원에서 숲의 개방을 의제로 삼아 이슈로 만들어 가는 게 일반적일 텐데, 이 숲은 반대다. 이 좋은 숲을 일반에게 개방하자고 지역 주민들이 먼저 건의해서 이루어진 사례다. 이를 통해 주민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으리라 판단한 서귀포 측은 그동안 꼭꼭 숨겨 둔 이 숲을 2016년 개장하기로 했다.


한라산 기슭의 시오름으로 오르는 길을 따라 만든 치유의숲은 총규모가 174만㎡(약 52만 6350평)에 이른다. 그 면적이 상당한 만큼 숲을 이리저리 휘돌아가며 걷는 길도 다채롭다. 가멍오멍 치유숲길, 가베또롱 치유숲길, 벤조롱 치유숲길, 오고생이 치유숲길 등 10개에 달한다. 길의 명칭이 온통 제주 방언이다. 육지에서 온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뜻을 알고 나면 각각의 길에 어떤 특성이 있는지 잘 보인다. 가멍오멍은 ‘가는 길과 오는 길’이라는 뜻이고, 가베또롱은 ‘가뿐하다’, 노고록은 ‘편안하다’, 벤조롱은 ‘산뜻하고 멋지다’, 오고쟁이는 ‘있는 그대로’다. 이름을 풀어놓고 나니 마음이 향하는 길이 보인다. 그중에서도 ‘엄청나게 크다’는 뜻의 엄부랑숲은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물씬 밀려든다. 80년이 훌쩍 넘은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거목을 이뤄 고생대의 숲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수령 200년 정도로 추정되는 붉가시나무와 함께 다양한 난대림의 식생도 관찰할 수 있다.


엄부랑숲은 과거에 화전민이 살던 터전이다. 나무를 잘라 버섯을 길러 먹었고, 숯을 구워 살았다. 말을 친 흔적도 곳곳에 흩어진 돌담으로 남아 있다. 그러니까 이 길은 제주도가 숨겨 둔 비밀의 숲이자 옛 제주 토박이가 살던 흔적을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이야기꾼이다.


차롱치유밥상에 담긴 정성

이 숲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전예약이 필수다. 그것도 하루에 딱 300명만 받는다. 숲의 원시적 성격을 보존하기 위한 선택이다. 한정된 인원에게만 허락되는 산길은 더욱 궁금증을 끓어오르게 만든다. 날을 조정해서라도 꼭 오르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 들어찬다. 예약을 할 때는 차롱치유밥상도 잊지 말고 꼭 챙기는 게 좋겠다. 숲에 음식물 반입이 안 되는 것도 이유지만,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식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차롱은 대나무로 만든 뚜껑이 있는 그릇이다. 예전 제주 사람이 밭이나 숲에 갈 때 여기에 음식을 담아 가면 쉬 쉬지 않고 벌레가 꼬이는 것도 막을 수 있었다. 일종의 대바구니 도시락을 연상하면 틀림없다.


제주도에서도 차롱은 플라스틱 그릇에 밀려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었는데, 2014년 치유의숲에서 도시락을 기획해서 되살렸다. 그때는 차롱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김희창 씨 한 명만 남은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 후 김 씨는 유일한 기능보유자로서 무형문화재가 됐다. 차롱치유밥상을 열면 제주도 전통 빙떡, 전복꼬치구이, 삶은 고구마, 호박전, 귤, 계란말이와 주먹밥 등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이 음식은 모두 치유의숲 인근 포근동 주민회에서 만든다. 그야말로 소박한 정성이 가득하다. 도시락을 받아서 먹는 사람이 뚜껑을 열고는 감동에 젖어 한참 동안 손도 못 대고 바라만 보게 한다. 이 도시락 하나의 가격이 1만 7000원으로 비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도시락을 받고 보면 그런 생각이 싹 가신다. 차롱밥상을 들고 제주의 산신이 아직 머물고 있을 법한 숲에서 한 끼를 때우는 일, 한 번쯤은 경험해 볼 만하지 않을까? 분명 올레길을 걸으며 제주의 풍경을 온몸에 새기는 것 못지않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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