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스쳐 갈 때는 알지 못한다.
이 자리에 이렇게 멋진 숲이 있었음을. 조금 힘이 들더라도 산책하듯 두 발로 걸어가야만 숲은 진면목을 보여준다. 통도사의 무풍한솔길은 그런 길이다.'
부처님을 모신 산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찰이 어디냐고 물어본다면, 여러 곳이 후보로 오르내릴 것이다. 그만큼 한반도에는 의미 있는 사찰이 많다. 사람에 따라, 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 하지만 교과서적으로 답을 한다면 어느 정도 범위는 줄어든다. 합천 해인사, 순천 송광사 그리고 양산 통도사다. 익히 알려진 대로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을 모셔 두었기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법보 사찰이다. 순천 송광사는 인천(人天)의 스승이 될 스님을 양성하는 곳이기에 승보 사찰이라 부른다. 마지막은 양산 통도사다. 이곳이 중요한 이유는 부처님을 상징하는 금강계단이 있기 때문이다.
금강계단을 글자 그대로 풀면 ‘깨지지 않는 계율의 단’이다. 창건주인 자장율사가 643년 당나라에서 귀국하며 석가모니의 사리와 가사 그리고 대장경 400함을 가져왔고, 이를 모시기 위해 세운 절이 곧 통도사다. 당연히 개산 당시부터 이 절은 규모가 매우 컸다. 불교국가에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다. 이는 깨달은 자이자 불교 신앙을 가진 모두의 스승이 이 자리에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상징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도사는 출가의 길에 들어설 때 부처님의 제자로서 엄정한 계율을 지키겠노라 선언하는 상징적인 장소가 됐다.
통도사를 이야기하면서 언급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통도사가 자리한 영축산이다. 본래 영축산은 부처님이 생전에 대중을 위해 설법을 했던 인도의 산이다. 그 산에서 부처님은 불교의 경전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화엄경>을 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남 양산의 이 산이 인도의 산과 같은 이름을 얻은 것은 두 산이 닮았기 때문이다. 자장율사는 이 자리가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기 적당한 곳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한때는 통도사를 중심으로 이 산 전체에 걸쳐 크고 작은 사찰과 암자가 빼곡했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불교의 중심지와도 같은 곳이 바로 영축산이다.
지금은 산 전체를 가득 메운 사찰과 암자가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옛 영화를 미루어 짐작해 볼 만한 흔적이 여기저기에 많이 남아 있다. 통도사 자체로도 시간을 두고 찬찬히 볼 면모가 상당히 많지만, 절 인근에도 찾아볼 만한 명소가 많다. 통도사로 들어서는 무풍한솔길 역시 그런 곳이다.
발로 걸어야 보이는 진면목
‘무풍한솔’이라는 이름은 ‘바람이 춤을 추는 시원한 소나무(舞風寒松)’라는 뜻이다. 통도사를 갈 때마다 이 길에서 시원한 바람을 만났던 기억이 선명하다. 바람이 춤을 춘다. 누가 붙인 이름인지는 모르겠으나 감탄스러운 작명이다. 조금은 거세다 싶은 바람이 불어올 때 소나무 가지가 흔들리는 모습을 절로 머릿속에 그리게 된다.
이 길을 걷기 위해서는 차를 통도사 아래의 주차장에 주차하는 게 먼저다. 내 몸이 편키 위해 차를 몰아 위로 올라갔다가는 이 길의 존재조차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차가 다니는 길은 계곡 건너편에 있다. 도보로 걷지 않고서는 이곳에 이런 길이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두 발로 대지를 밟고 스스로 걸어서 절로 올라야만 이 절이 가진 진면모가 보인다. 길의 길이도 1㎞ 남짓에 불과하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어도 차를 두고 길에 오르면,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이마의 땀을 씻어주는 시원함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자동차의 에어컨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이 바람이 주는 청량한 기운을 이길 수는 없다.
숲은 지나온 세월을 보여주듯 운치가 남다르다. 소나무의 매력은 역시 곧게 뻗은 듯이 제 성격대로 휘어 오르거나 길 위로 누워 자라는 자유로움인지도 모르겠다. 제멋대로 구불구불 뻗은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말 그대로 붉은 몸뚱이의 저 나무들이 마치 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 저마다 각기 다른 리듬과 춤사위로, 어떤 녀석은 하늘 높이 팔을 휘젓고 어떤 녀석은 허리를 격렬하게 꺾어 가며 자기 춤에 취했다.
절집으로 가는 길에는 경전의 문구를 길 중간중간에 적어 놓았다. <법구경>의 글귀가 눈에 띈다. 타박타박 길을 걷다 걸음을 멈추고 잠시 그 문구를 찬찬히 읽어 본다.
욕심보다 더한 불길이 없고
성냄보다 더한 독이 없으며
몸뚱이보다 더한 짐이 없고
고요보다 더한 즐거움이 없다
하루하루의 삶을 꾸려 매일을 달리다시피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경구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나. 어리석음이란 애당초 모르고 있어서가 아니라 알고 있던 것을 잊고 사는 것을 일컫는 단어가 아닐까. 이 숲은 찾아온 이에게 깨달음을 전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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