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은 섬이 무척 많다. 한국의 섬 중 25퍼센트가 신안에 몰려 있다. ‘1004의 섬’이라는 신안군의 슬로건에서는 자부심도 느껴진다. 그 많은 신안의 섬 가운데 서남단의 가장 끝자락에 가거도가 있다.'
섬이 곧 산이다
신안군의 섬들을 육지와 연결하는 목포. 그곳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145㎞ 떨어진 곳에 가거도가 떠 있다. 신안에서 큰 섬 가운데 하나인 대흑산도와도 70㎞나 떨어져 있으니 뱃길로 갈 수 있는 곳 중에서는 가장 먼 편에 속한다. 오죽하면 중국과도 가까워서 ‘상하이에서 우는 새벽닭 소리가 들린다’고 할까.
조선시대에는 가거도의 이름이 조금 달랐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이 섬을 두고 ‘가히 아름답다고 할 만하다’라고 하여 가가도(可佳島)라 적었다. 또 다른 지리서인 <여지도서>에는 같은 발음에 한자만 바꿔서 ‘아름답고도 아름다운 섬’이라는 가가도(佳嘉島)라 기록했다. 예부터 이 섬은 뛰어난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훔쳤던 모양이다. 이곳에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1800년경이다. 나주 임씨가 이곳에 터를 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때부터 가히 사람이 살 만한 곳이라는 뜻의 ‘가거도(可居島)’라는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 소흑산도는 알아도 가거도는 잘 모른다는 점이다. 사실은 소흑산도가 곧 가거도다. 1910년대 일제강점기에 소흑산도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정작 흑산도와는 거리도 멀고 연결고리가 없다. 왜 그렇게 이름을 붙였는지 이유를 알기가 어렵다. 혹 흑산도처럼 멀리서 보면 검은 산처럼 보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으나, 이에 대한 정확한 근거 역시 남아 있는 게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소흑산도라는 명칭을 더 익숙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섭다. 정부는 2008년 5월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는 차원에서 이 섬에 원래의 이름인 ‘가거도’를 돌려주었다.
이 섬의 면적은 9.71㎢(약 293만 7000평)이고, 해안선 길이는 22㎞에 달한다. 작다고 하기는 어려운 크기다. 섬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산이다. 섬의 복판에 뾰족하게 솟은 독실산이 섬 전체로 뻗어 내려가는 형상이다.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마치 거북이 같다고도 한다. 독실산은 서해의 모든 섬을 통틀어서 가장 높다. 동해의 최고봉은 울릉도 성인봉(984미터)이고, 서해에서는 독실산(639m)이다.
대낮에도 캄캄한 상록수림
거북이의 목덜미에 해당하는 항리가 독실산을 오르는 출발지점이다. 여기서 초원을 따라 40분쯤 오르다 보면 상록수림으로 들어간다. 이곳은 대낮에도 햇빛이 잘 들지 않을 만큼 나뭇가지가 울창하게 뻗어 있다. 사람의 발길이 육지에 비해 많지 않아서일까. 원시림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바닥도 꽤 미끄럽다.
수종은 난대수가 주를 이룬다. 후박나무, 동백나무, 구실잣밤나무, 향나무, 굴거리나무, 산뽕나무 등이 저마다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거도의 주인이라 할 만한 것은 후박나무다. 독실산이라는 이름은 송아지 독(犢)에 열매 실(實)을 쓴다. 송아지 열매.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송아지가 열매를 먹는 산이라는 뜻이 되는데, 여기서 송아지가 먹은 열매가 바로 후박나무 열매다. 가거도 사람들은 예나 지금 이나 산에 소와 염소를 방목해서 키운다. 그 과정에 소가 즐겨 먹는 열매를 눈여겨봤는데 그게 바로 후박나무더라는 이야기가 그대로 산의 이름이 됐다. 후박나무는 껍질이 위장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육지에서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양의 70%가 가거도산이다.
독실산 난대수림은 생태계의 보고라는 수식어가 심심치 않게 붙는다. 가거도에서만 서식하는 나무와 꽃이 곳곳에서 수시로 발견되기 때문이다. 5월에 피어나는 자생종인 가거양지꽃이 대표적이다. 푸른가막살의 흰 꽃에서는 구수한 꿀 향기가 난다고 한다. 중국과 일본에서 자라는 나한송도 특이하게 이 섬에서 발견됐다. 이미 200년 이상 이 섬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둘레가 7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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