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숲 이야기
내변산 들머리의 명품, 부안 내소사 전나무숲길 주소복사

'내소사는 변산반도의 명물이다. 사찰 전각과 전각이 이어주는 지붕의 끝선은 뒷산인 내변산 관음봉의 능선을 따라 늘어섰고, 단정한 꽃살문은 뛰어난 미감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것 말고도 이 절에는 또 하나의 명품이 있다. 내소사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전나무가 만들어 내는 터널

내변산 자락의 내소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인 선운사의 말사다. 그 근원을 찾아보면 633년인 백제 무왕 3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혜구라는 승려가 창건했고, 당시의 이름은 ‘소래사’라 칭했다고 기록돼 있다. 말 그대로 천년고찰이다. 소래사가 내소사로 이름이 바뀌게 된 것은 당나라의 소정방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라 연합군과 백제 정벌에 나선 그가 이 절에 들러 군중의 재물을 시주로 올렸는데, 이를 기념해 절의 이름을 고쳐 불렀다고 한다. 


내소사는 자랑할 것이 많다. 절집의 그윽한 정취와 꽃살문의 아름다움은 동북아시아의 어느 사찰과 비교해도 우위를 점할 만큼 단정하고 깊이가 있다. 숱한 이가 이 절이 가진 미감을 보고자 발걸음을 옮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이 처음 감탄을 내지르는 곳은 절 안쪽이 아니라 바깥에 있다. 천왕문까지 이어지는 길의 초입. 길게 뻗은 아름드리 전나무 숲길은 이곳만의 그윽한 운치를 자아낸다.찌르듯이 하늘로 솟은 700여 그루의 전나무는 곧은 성정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길을 따라 걷는 동안에는 청량한 기운이 가득하다. 침엽수림에서 느껴지는 공기의 상쾌함은 확실히 기분을 상쾌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전나무가 심어진 것은 150년 전쯤. 오래됐다. 6·25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내소사도 전쟁의 포화를 피하지 못했지만, 이 숲만은 멀쩡했다. 한반도 전역이 커다란 피해를 봤음에도 이렇게 멋진 숲이 살아남았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소생의 기운 가득한 하루

전나무가 늘어선 길은 무척 평탄해서 걷기에 좋다. 물론 아쉬운 면이 없지는 않다. 전나무숲의 정취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있어서다. 2012년 여름 한반도를 직격으로 강타한 태풍 볼라벤 때문이다. 부안 일대를 볼라벤이 훑고 지나가는 과정에서 가지런히 열을 맞춰 늘어선 전나무도 영향을 크게 받았다. 전나무는 뿌리가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뻗는다. 옆으로 떠미는 힘에 약할 수밖에 없다. 가공할 태풍에 이 길 중간의 군락은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다른 나무 중 일부는 좌우로 밀려나서 그 유려한 대열이 흐트러졌다. 그 당시 내소사 전나무숲의 피해를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의 감정이 지금도 여기저기에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시간이 흐르면서 숲은 천천히 다시 생명력을 회복하는 중이다. 이전과 같이 당당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다시 뿌리를 뻗어 태양 아래로 푸른빛을 흩뿌리고 있다. 내소사의 이름은 ‘모든 것이 소생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태풍이 할퀴고 간 상처도 몇 년 만에 이렇게 소생하는 것을 보면 이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소사의 풍경은 사철 언제나 좋지만, 가을이 물드는 계절에 특히 추천할 만하다. 알록달록한 단풍이 온 산하를 뒤덮을 때 전나무숲도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룬다. 숲길을 벗어나 내소사 절집과 그 뒤를 병풍처럼 둘러친 풍광이 모습을 드러낼 때는 드라마틱한 감동이 밀려든다.


가을에 이곳을 찾았다면 전나무숲을 지나 꼭 찾아서 볼 만한 게 몇 가지 더 있다. 하나는 천왕문 너머 내소사 정면에 웅장하게 자리한 느티나무다. 마치 거대한 날개를 펼친 듯 위용을 보여주는 모습이 압권이다. 단풍의 색채도 선명하다. 내소사 종무소 곁의 담장을 끼고 이어지는 오솔길에는 가을에 피어나는 벚꽃도 있다. 절집 식구들은 ‘철모르는 벚꽃’이라 하지만, 실은 가을에 꽃을 피우는 ‘가을벚나무’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다른 이와 달리 한 해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시기에 피어나는 벚꽃. 누군가가 여기에 가을벚을 심어 둔 남모를 뜻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그 뜻을 헤아려 보게 하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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