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의 원래 이름은 구봉산이다. 아홉 개의 봉우리가 있어서 그리 불렀다.
많은 이가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속세와 이별하는 곳이라는 의미의 ‘속리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승과 속의 경계가 됐던 길
속리산 법주사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제5교구 본사다. 신라시대인 553년(진흥왕 14)에 의신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무려 지금으로부터 1500여 년 전의 일이다. 법주사라는 이름은 불경을 나귀에 싣고 와 머물렀다는 설화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후 776년에 진표율사가 절을 중창해서 지금에 준하는 모습으로 거듭났다. 이 절은 김제 금산사, 금강산 발연사와 함께 3대 미륵사찰이다. 법주사 마당에 커다란 미륵불이 선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법주사는 임진왜란 당시 전소될 때까지 60여 개의 건물과 주변으로 70여 개의 암자를 갖춘 대찰이었다. 전국 팔도에 걸쳐 손에 꼽는 규모의 절이었던 셈이다. 법주사로 들어가는 길은 출가를 결심한 사람들이 제 발로 걸어 속세와 이별하던 길이다. 절 아래 마을을 일컫는 사하촌에서부터 절까지 이 길의 거리는 5리(약 2㎞)에 달한다. 지금도 속리산국립공원에서 법주사까지 이르는 숲길을 ‘오리숲’이라고 부르고 있고, 사람들은 부처님을 참배하기 위해 이 숲길을 걷는다.
오리숲 길의 초입에는 이 길에 대한 설명을 담은 비가 놓여 있다. 비의 내용에 따르면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이 길의 양쪽으로 아름드리 소나무와 까치박달나무, 서어나무 등이 무척 울창했다고 한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 숲길은 아스팔트를 깔아 길을 내는 등 자연 파괴적인 방식으로 정비됐던 적이 있지만,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 다시 황톳길로 단장하는 과정을 거쳤다.
속리산은 보은에서도 한참 안쪽에 위치해서 천혜의 자연환경이 잘 보전된 청정지역이다. 그만큼 귀한 생물이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멸종위기종인 하늘다람쥐다. 작은 체구에 큰 눈을 가졌는데, 귀여운 외모로 인해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그러나 워낙 겁이 많은 탓에 쉽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수달도 속리산 오리숲 인근에 서식하는 스타 중 하나다. 100년이 넘은 갈참나무를 비롯해 소나무, 까치박달, 서어나무 등도 오리숲을 터전으로 삼아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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