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숲 이야기
노란 은행나무 터널, 과천 관문로 은행나무거리숲 주소복사

'일상의 공간에서 가까운 곳에 숲이 있다는 것은축복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천은 작지만 축복받은도시가 아닐까 싶다. 가을이 오면 아름다운 만추를아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재개발로 사라질 뻔했던 기억

과천 중앙동 관문로는 가을이 오면 노란 물길로 일렁인다. 바람이 불면 노란 비가 우수수 쏟아져 내리고 아이들은 팔짝팔짝 뛰어다니며 계절을 만끽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 아름다운 풍경이 매해 돌아온다. 그야말로 가을마다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이곳이 은행나무거리로 조성된 것은 1984년이다. 당시만 해도 가로수로 각광받는 수종은 정해져 있었다. 주로 은행나무 아니면 플라타너스다. 그때는 과천의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훗날 이토록 인기 있는 거리숲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36년이 넘은 지금은 이 가로수들이 자라서 시민에게 더없이 귀중한 혜택을 준다. 파릇한 이파리가 짙푸른 색채를 띠는 여름부터 거리의 경치는 아름다움을 더하고, 푸른 녹지는 그 자체로 공원이 돼 한여름 땡볕에 그늘을 드리운다. 관문로 일대가 휴식의 공간이자 만남의 장소로 사랑받는 것도 당연하다.


관문로 거리숲에 은행나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훌쩍 큰 은행나무 곁에는 작달막한 단풍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평소에는 그저 길가에 심은 키 작은 화단처럼 보일 뿐이지만, 가을이 오면 그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한쪽에는 빨간 단풍이, 다른 한쪽에는 노란 은행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거리를 풍성하게 채운다. 과천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한국의 근현대사가 엄청난 속도로 성장을 거듭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로지 ‘발전’이나 ‘성장’만을 위한 선택을 해 왔던 것도 부인하기 어려운 우리의 민낯이다. 과천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도권의 행정 중심 도시로 기능하면서 꾸준히 인구가 유입됐다. 그 과정에서 재개발이 이루어지며 자연이 가진 중요성을 간과한 것도 사실이다. 중앙동의 은행나무거리도 하마터면 사라질 뻔했다. 약 14년 전쯤의 일이다.


2006년경, 아파트 재개발이 결정되면서 과천 일대가 들썩였다. 하필이면 재개발 대상지에 은행나무거리가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4차선을 6차선으로 확장하기 위해 은행나무를 모조리 뽑아내겠다는 것이 당시 계획이었다. 그때에도 과천의 은행나무거리는 아주 유명한 가을의 명소였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인기를 끌었고, 일부러 과천까지 찾아와 데이트를 즐기는 이도 많았다. 이런 과천의 자산을 한순간에 갈아엎는다니….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나무를 20여 년씩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안다면 이렇게 쉽게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천 시민들도 힘을 보탰다. 교통 흐름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데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준공허가를 받자고 귀중한 숲을 버릴 수는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완강한 반대 여론에 결국 개발 주체는 차도를 넓히는 대신 인도를 확장하는 것으로 절충해 재개발을 진행했다. 이 사건은 과천 시민이 이 거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남았다. 주민들이 이 거리를 지킨 덕에 과천은 지금도 매년 가을마다 아름다움을 뽐낸다. 올해도 숱하게 많은 연인과 가족이 은행나무거리를 걷기 위해 과천으로 향할 것이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길이 우리의 아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기를, 그리하여 이 가로수 길이 대를 잇는 자랑거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름다운숲 #숲에서길을찾다 #가을 #경기도 #아름다움 #생명의숲 #유한킴벌리 #산림청 #거리숲 #과천관문로은행나무거리숲




▶숲에서길을찾다 만나러 가기(다운로드) : https://forest.or.kr/documents/2038

▶아름다운 숲을 보전하는 생명의숲 후원하기 : https://bit.ly/supportforest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bit.ly/newsforest


* 댓글은 <성명,비밀번호, 내용 입력 후 '로봇이 아닙니다' 앞 네모를 클릭> 하셔야 등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