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숲 이야기
붉은 꽃송이 카펫 삼아, 강진 다산초당 백련사 숲길 주소복사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시기가 되면남쪽으로 향한다. 

강진만이 펼쳐지는 그곳에는이때마다 붉은 꽃송이의 카펫이 깔린다.'



실학의 정신을 꽃피운 길

봄은 꽃을 따라온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꽃잎은 봄의 발자국이다. 봄이 오는 길목을 따라 줄줄이 꽃잎을 연다. 보통은 노란 복수초가 봄의 신호를 알린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면 계절의 변화는 붉은빛을 따라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동백꽃이 있어서다. 동백은 글자 그대로 겨울(冬)에 제 모습을 드러내는 나무(柏)다. 꽃도 겨울에 핀다. 황홀하리만치 빨간 그 빛깔 속으로 노란 수술을 품었다. 종류에 따라 흰 동백도 있고 분홍빛 동백도 종종 눈에 띈다. 그럼에도 동백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뇌리에는 빨간 빛깔이 박힌다.


때가 되면 동백은 남해에서 서해를 따라, 동쪽으로는 저 멀리 울릉도까지 그 추운 겨울에도 꽃잎을 연다. 그 꽃을 보겠다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해안가로 섬으로 걸음을 옮기니 겨울여행을 부르는 것은 눈꽃만이 아니다. 많은 동백 군락지 중에서도 남에게 알려주기 싫을 만큼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단연 강진을 빼놓을 수 없다. 긴 바지 한 벌을 펼쳐 놓은 것 같은 모양을 한 강진 지도에서 왼쪽 다리에 해당하는 곳에 백련사가 있다. 야생 녹차밭이 아름다운 절이다. 이 절의 곁으로 동백 군락지가 드넓게 자리해 있다.


이 숲의 한쪽 귀퉁이에 백련사가 앉았다면 다른 한쪽 귀퉁이에는 다산초당이 있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 생활을 하며 기거하던 곳. 그는 여기서 머물렀던 10년 동안 만큼 그는 어마어마한 업적을 이곳에서 쌓았다.


다산이 이곳으로 유배를 오게 된 것은 천주교 박해 때문이었다. 조선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대표적 천주교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힐 만큼 그의 신앙심은 대단했다. 공맹 사상이 뿌리 깊은 유학자의 세상에서 천주교 신자는 좀처럼 용납하기 어려운 대상이었다. 일련의 박해 사건이 벌어지고, 시대의 인재였던 그는 총 18년간 유배 생활을 하게 된다. 그중 10년을 보낸 곳이 바로 여기 강진의 다산초당이다.


1500그루의 동백나무가 만든 꽃길

멀리 강진만이 내려다보이는 백련사는 단아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여느 명승지 못지않게 이 절 역시 사시사철 다른 매력을 뽐낸다. 백련사 한 곳만으로도 할 얘기는 차고 넘치지만, 빨간 꽃이 피어나는 계절만은 동백나무숲이 주인공이다.


숲의 규모는 5만 2000㎡(약 1만 5000평)에 달한다. 그 너른 대지에 15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나무 한 그루의 키가 무려 7m 안팎이니 수령도 상당할 것이다. 동백이라 부르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이 숲에서 피어나는 꽃은 동백이 아닌 춘백이다. 겨울에 피는 게 아니라 1월 말부터 피어나기 시작해 3월 초에 정점에 이른다. 동백을 보겠다고 한겨울에 찾아가도 붉은 꽃송이는 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동백의 미덕은 꽃이 두 번 핀다는 데 있다. 한 번은 가지 끝에서 피고, 땅 위에서 다시 한 번 피어난다. 다른 꽃처럼 꽃잎이 한 장씩 떨어지는 게 아니라 꽃송이가 고스란히 떨어진다. 그 모습이 마치 땅 위에서 핀 꽃처럼 보인다. 이 숲에 동백이 한창 피고 지는 시절이면 숲속이 온통 붉은 카펫을 깔아둔 것처럼 동백꽃 천지다. 이곳을 처음 찾는 이라면 황홀함에 말문이 막힐 정도다. 그렇다고 이 숲에 동백나무만 자생하는 것은 아니다. 참나무를 비롯해 소나무, 차나무, 비자나무, 후박나무, 가시나무 등이 각자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내며 어우러진다.


다산 정약용과 초의선사가 교류하던 이 숲 사이로 난 길에는 ‘사색의 숲’ ‘철학의 숲’ ‘구도의 숲’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사색’과 ‘철학’과 ‘구도’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에서 맞닿아 있는지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도 사색하듯 이 붉은 숲을 거닐어 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은데, 그것을 의도했다면 딱히 나쁘지 않은 권유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하루쯤 이 길을 따라 말없이 걸으면서 머릿속을 가득 메운 잡다한 생각을 정리하기 좋으니 말이다.




#아름다운숲 #숲에서길을찾다 #전라도 #아름다움 #생명의숲 #유한킴벌리 #산림청 #숲길 #강진다산초당백련사숲길




▶숲에서길을찾다 만나러 가기(다운로드) : https://forest.or.kr/documents/2038

▶아름다운 숲을 보전하는 생명의숲 후원하기 : https://bit.ly/supportforest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bit.ly/newsforest



* 댓글은 <성명,비밀번호, 내용 입력 후 '로봇이 아닙니다' 앞 네모를 클릭> 하셔야 등록이 됩니다.